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CXMT 사상 최대 실적 뒤에 나타난 긴 그림자]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실적 급증과 차세대 기술 발표가 마치 한국 반도체를 추월한 듯한 대대적 보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그런 언론의 보도들은 상당히 헛다리를 짚은 것이다. CXMT의 추격은 실제지만, 제품 출시 계획을 경제성 있는 대량 양산과 동일시하는 보도는 과장이라는 것이다. 진짜 시험은 가격 호황이 잦아든 뒤에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일, “CXMT가 AI발 메모리 공급난의 수혜를 누리며 올해 1~9월 매출이 전년 동기의 8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회사가 제시한 매출 예상치는 2650억~2700억 위안, 순이익은 1310억~1325억 위안으로, 실적 개선의 배경에는 AI 수요 확대에 따른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자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익 급증을 곧바로 제조 기술의 역전으로 해석할 수 없는 이유다.
기록적인 실적 전망에도 시장은 환호하지 않았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CXMT 주가는 19일 7.8% 하락했다. 다만 당시 반도체·AI 관련주의 투자심리도 흔들렸다는 점에서, 이를 기술 발표에 대한 불신만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실적 급증과 주가 하락이 함께 나타난 장면은 오히려 시장이 현재 이익뿐 아니라 그 이익의 지속 가능성을 따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분기별 증가세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실적 예고를 분석한 인베스팅닷컴은 “CXMT의 3분기 순이익이 전분기보다 약 1~4% 늘어나는 수준으로, 2분기의 가파른 증가세에 비해 둔화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것은 이익 감소가 아니다. 가격 상승폭이 줄어드는 것 역시 가격 하락과 다르다. 지금 확인되는 것은 성장 속도의 둔화이며, 아직까지 슈퍼사이클 붕괴로 확대해석해서는 안된다.
[한국 언론의 ‘삼성보다 빨리’, 무엇이 빠졌나]
이와 관련해 국내 일부 보도들은 지나치게 CXMT를 과대 평가하고 있는 듯 보인다. SBS Biz는 13일 ‘삼성보다 빨리’라는 제목으로 CXMT의 차세대 메모리 출시 계획을 전했다. 그러나 본문이 설명한 것은 포 에프 스퀘어(4F², D램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 하나의 면적) 구조를 적용한 서버용 DDR5 RDIMM(디디알 파이브 알딤, 서버에 사용하는 DDR5 메모리 모듈)을 연말까지 선보이겠다는 회사의 계획이다. 그러나 특정 구조를 적용한 제품의 출시 예고가 메모리 제조 경쟁력 전반의 역전을 뜻하지는 않는다.
출시에는 샘플 제공, 제한된 고객 대상 공급, 본격적인 대량 양산 등 서로 다른 단계가 포함될 수 있다. 어느 단계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경쟁사의 양산 일정과 나란히 놓으면 독자는 이미 추월이 이뤄진 것으로 받아들이기 쉽다. 국내 보도 전체가 이런 것은 아니다. 아이뉴스24는 “CXMT의 개발 성과가 실제 대량 양산을 의미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단서가 제목과 분석에서도 충분히 드러나야 한다.
[4F²라는 숫자가 제조 경쟁력의 순위표는 아니다]
4F²는 D램 셀 면적을 최소 선폭 기준으로 나타내는 개념이다. 같은 F를 전제로 하면 기존 6F²보다 셀 면적을 약 3분의 1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업체마다 실제 치수와 구현 방식이 다르면 숫자만으로 우열을 판정할 수 없다. 작은 셀을 구현했더라도 주변 회로와 제조 수율까지 고려한 완성 칩의 경제성이 우수한지는 별도 문제다.
CXMT가 9월 공개한 G5 공정 자료에는 활성영역 반간격 11.95나노미터와 이전 공정 대비 웨이퍼당 다이 수 증가가 제시됐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회사가 해당 다이 수를 일정 용량 기준으로 환산한 총 다이 수라고 설명했다는 점이다. 웨이퍼에 배치할 수 있는 칩 수와 실제 판매 가능한 양품 수는 다르다. 집적도 개선 발표를 수율과 원가 우위까지 입증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과거 분해 분석을 근거로 CXMT가 현재도 16나노 수준에 갇혀 있다고 단정하는 것도 부정확하다. 테크인사이츠의 G4 분석은 해당 제품의 구조를 확인하는 자료다. 후속 제품의 성과는 다시 검증해야 한다. 과거 제품에서 확인한 격차를 현재 회사 전체에 그대로 적용하면, 추월론을 비판하면서 다른 방향의 과장을 하게 된다.
[LPDDR6 성과는 인정하되, 실제 조건을 읽어야]
CXMT의 제품 진전을 모두 선전으로 치부할 근거도 없다. 회사는 9월 공식 자료에서 LPDDR6 양산과 샤오미 스마트폰 적용을 발표했다. 이는 새로운 제품군 진입이라는 의미가 있다. 다만 공식 자료에는 최대 전송속도가 1만2800Mbps인 반면, 해당 기기의 시스템반도체와 함께 작동할 때는 1만667Mbps라고 명시돼 있다. 성능 개선 수치에도 내부 시험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따라서 제품 규격을 확보했다는 사실과 실제 기기에서 최고 성능을 구현한다는 주장은 구분해야 한다. 같은 규격의 메모리라도 작동 속도와 전력, 신뢰성, 공급 안정성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 ‘LPDDR6 양산’이라는 문구는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선두 업체보다 제조 기술이 앞섰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EUV 부재의 부담, ‘생산 불가능’으로 설명하면 틀린다]
CXMT의 구조적인 제약은 첨단 장비 접근 제한이다. 그러나 EUV가 없으면 첨단 D램을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마이크론은 과거 1α(원알파, 10나노급 4세대 공정) 공정에서 EUV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공식 설명했고, 이후 1γ(원감마, 10나노급 6세대 D램 제조공정) 공정에서 EUV를 도입했다. 다시말해 반도체 공정의 진보는 1α(원 알파·4세대) → 1β(원 베타·5세대) → 1γ(원 감마·6세대) 순으로 이루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EUV의 가치는 특정 숫자 이하의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절대적인 관문이라기보다는 공정 효율과 지속적인 미세화 경쟁에서 평가해야 한다.
CXMT는 기존 장비에 여러 공정을 추가해 더 미세한 회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작게 만드는 것과 싸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정이 복잡해지면 생산 시간과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지금처럼 메모리 가격이 높을 때는 이익을 내더라도, 가격이 내려간 뒤에도 수익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 결국 장비 규제의 영향을 판단할 기준은 신기술 발표 자체보다 불량을 줄이면서 얼마나 많은 제품을 낮은 비용으로 생산하느냐에 있다. 쉽게 말하면, 더 작은 반도체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해서, 그것을 싸고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능력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워싱턴이 겨누는 것은 서방 공급망 진입]
미국의 압박은 장비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7월 16일 존 물레나 하원 중국특위 위원장과 조지 화이트사이즈 의원은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애플 등 미국 기업의 중국산 메모리 구매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CXMT의 엔티티 리스트 등재 심사를 서두르고, 한국·일본·EU와 공급망 대응에 공조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의회의 정책 요구이며, 구매 계약 체결이나 전면 금지가 확정됐다는 뜻은 아니다.
1260H 군사기업 목록과 상무부 엔티티 리스트도 구분해야 한다. 전자는 별도 법률에 따른 국방 조달 제한과 연결되고, 후자는 미국 수출관리규정 적용 대상 품목의 공급을 제한하는 제도다. CXMT는 군사기업 지정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다. 기술과 가격을 충족하더라도 주요 시장 진입에 정치적 제약이 따를 수 있다는 점이 회사의 또 다른 불확실성이다.
[Why Times Insight | 발표를 추월로 바꾸는 순간, 분석은 허구가 될 수 있다]
CXMT를 평가할 때 가장 경계할 것은 서로 다른 지표를 하나의 승리 선언으로 묶는 일이다. 실적 급증은 사업 성과이고, 차세대 규격 확보는 제품 개발 성과다. 높은 양산 수율과 낮은 원가, 대규모 고객의 반복 구매는 다시 별도로 확인해야 할 경쟁력이다. 앞의 성과가 뒤의 성과까지 자동으로 증명하지는 않는다.
국가 자본 역시 같은 기준으로 봐야 한다. 장기간 투자를 지속하도록 뒷받침할 수 있지만, 지원이 있다는 이유로 기술 발전 자체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자금 조달 규모가 크다고 제조 경쟁력이 완성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투입한 돈이 생산성과 안정적인 공급으로 전환되는지가 중요하다.
한국 언론은 중국 기업의 발표를 빠르게 전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삼성보다 먼저’라고 제목을 붙이려면 무엇을 기준으로 비교했는지 밝혀야 한다. 샘플과 양산, 최고 사양과 실제 작동 조건, 셀 구조와 완성 칩의 경제성을 구분하지 않으면 경계심을 높이는 대신 판단을 흐린다.
한국 기업이 안심할 이유도 없다. CXMT가 최고 기술을 확보하기 전이라도 충분한 품질의 제품을 대규모로 공급하면 경쟁사의 판매와 수익성을 압박할 수 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막연한 중국 위협론이나 실패론이 아니라 제품별 공급 능력에 대한 추적이다.
CXMT의 추격은 현실이다. 그러나 한국 추월은 아직 별도의 증명이 필요한 주장이다. 발표 시점보다 양산 수율을, 제품 명칭보다 실제 성능을, 호황기의 이익보다 가격 하락기에 버틸 경쟁력을 봐야 한다. 그 검증을 건너뛴 ‘일취월장’ 보도는 중국 기업의 기대를 확정된 현실로 바꿔 전달할 위험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