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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이 더 큰 재앙…젤렌스키, 트럼프 향해 위험 감수한 '정면 승부' 러시아 공세 속 美 지원 차질 2026-10-21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좌측)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우측)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일방적 유화 기조와 지원 축소에 맞서 침묵 대신 공개적인 반발을 선택하며 전면적인 승부수를 던졌다.


우크라이나 지도부가 최근 미국과의 외교적 파열음을 감수하면서까지 백악관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낸 배경에는 가만히 있다가는 국가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는 절박한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지난 2025년 2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벌어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격렬한 설전 이후, 우크라이나는 전선 유지를 위한 무기와 군사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갈등 표출을 극도로 억제하며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하지만 최근 워싱턴의 기류가 급변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부딪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내 디젤 가격 안정을 내세워 러시아산 경유 수입을 추진하고 대러 제재의 빗장을 풀었을 뿐 아니라, 우크라이나군에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을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수행에 필수적인 군용 스타링크의 통신 속도마저 제한되면서 전장의 핵심 지휘통제 능력이 심각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반면 모스크바는 미국의 유화적 태도를 틈타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의 무차별 공습으로 발생한 우크라이나 민간인 사상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폭증했으며, 방공망 소진과 핵심 에너지 인프라 파괴로 겨울을 앞둔 우크라이나 전역은 치명적인 위기에 내몰렸다. 이런 참상 속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러시아는 솔직히 우크라이나에 대해 괜찮게 행동해왔다"고 말하자, 키이우 당국은 외교적 마찰보다 침묵의 대가가 훨씬 치명적이라고 결론지었다.


현지에서는 지도부의 이런 강경 행보를 거대한 해일이 덮치기 직전에 울린 최후의 비상경보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과의 모든 연결 고리를 끊어내려는 것이 아니라 외교적 완급 조절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최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소통한 뒤 "공정한 접근법을 지지하는 미국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고 밝혔으며, 오슬로 현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를 직접 만나 물밑 접촉의 끈을 유지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는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독주를 견제하기 위해 미 의회를 상대로 한 전방위 입법부 외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 민주당과 공화당 지도부를 아우르는 화상 회의를 직접 주재하며 미국의 지원 중단이 전선에 미치는 재앙적인 파장을 상세히 설명했다. 비탈리 포르트니코우 우크라이나 정치평론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을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하고 있는데도, 루비오 국무장관이 통화를 했다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의 관계 단절까지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는 뜻"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