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대만 인접 도서에 전개한 대함미사일]
미 육군이 중국과 무력 충돌이 벌어지면 본토의 대규모 증원군이 도착하기 전부터 전방 전력으로 맞서 싸우는 태세를 강화한다. 새 전투 지침은 분쟁 첫날 즉각 행동하고, 전방에서 첫 전투를 초전박살로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기습으로 목표를 달성한 뒤 미국의 개입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장거리 타격과 다영역작전, 전방 군수망을 결합해 중국의 초기 작전을 좌절시키는 ‘초전 제압’이 핵심이다.

AP통신은 19일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일본 남서부 도서 방어에 중점을 둔 ‘킨 소드 27’ 훈련을 시작했다”면서 “29일까지 진행되는 훈련에는 양국 병력 약 5만7000명이 참가하는데, 대만에서 약 110㎞ 떨어진 요나구니에는 미 해병대 지상 기반 대함미사일 체계인 네메시스(NMESIS)와 미 해병대 통합방공체계, 매디스(MADIS)가 훈련을 위해 처음 전개됐고, 이시가키에는 미 육군의 고기동 다연장로켓 체계, 하이마스(HIMARS)가 배치됐다”고 보도했다. 대만 인접 도서에서 타격과 방어 능력을 함께 점검하는 움직임이다.
일본 통합막료감부의 공식 계획에는 연합 공세적 대함작전, 통합 방공·미사일 방어, 사이버 공격 대응, 전자전, 군수지원과 분산작전이 포함됐다. 여러 섬에 흩어진 전력이 정보를 공유하고 적 함정을 타격하면서 공격 이후에도 작전을 이어갈 능력을 확인하는 훈련이다. 새 지침 때문에 급히 마련된 훈련은 아니지만, 전방 대응 능력을 높인다는 전략적 방향은 맞닿아 있다.
[“첫 전투를 이겨야 본토 주력이 도착한다”]
이러한 태세의 작전적 논리를 보여주는 문서가 미 육군이 7일 공개한 46쪽 분량의 ‘육군은 어떻게 싸우는가(How the Army Fights)’다. 성조지(Stars and Stripes)는 “이 지침이 전방 병력과 무기 배치를 첫 전투 승리의 필수 조건으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육군은 전방에서 첫 전투를 이겨야 한다는 요구는 대규모 전략 전력이 도착할 여건을 먼저 확보하라는 의미”라는 것이 성조지의 설명이다.

성조지에 따르면, 전방 부대에 요구되는 임무도 그만큼 무겁다. 증원군을 기다리며 방어선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의 초기 목표 달성을 막아야 한다. 중국이 짧은 시간에 군사적 성과를 거둬 미국에 불리한 상황을 굳히려 한다면 그 시도부터 저지하겠다는 것이다. ‘초전박살’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초기 작전의 격파를 뜻한다. 첫날 중국군 전체를 무너뜨리거나 전쟁을 끝낸다는 의미로 확대 해석을 해서는 안 된다.
[미국 본토도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다]
전방 대응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증원 과정 자체가 공격받을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다. 지침 서문은 “본토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적대국이 미국 내 동원 체계와 철도·항만을 교란하면, 병력이 출발하기도 전에 전개 일정이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안전한 후방에서 충분히 준비한 뒤 전장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가정을 경계한 것이다.
태평양에서는 이동 거리까지 길다. 병력과 장비가 출발해도 전장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이동 중인 수송 수단과 도착 지점도 위협에 노출된다. 따라서 위기 발생 이후의 신속한 전개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미리 확보한 기지와 물자, 현지 부대의 즉각적 대응 능력이 개전 초기의 선택지를 좌우한다는 것이 이번 구상의 출발점이다.
[중국의 접근 차단망 안에서 싸운다]
USNI뉴스는 16일 “새 지침이 중국 인민해방군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능력을 중요한 도전으로 다룬다”고 보도했다. 한마디로 “중국의 장거리 타격과 방어망은 미 본토에서 서태평양으로 접근하는 미군의 활동을 방해할 수 있다”며 “미 육군은 이에 대응해 제1도련선의 지휘통제시설과 군수 기반, 탄약 비축을 강화하고 전방 전력이 분쟁 첫날부터 행동하도록 준비한다”는 것이다.
USNI 뉴스에 따르면, 군사적 의미는 중국의 계산을 복잡하게 만드는 데 있다. 중국이 외부 증원 전력의 접근을 늦추더라도 이미 현지에 있는 미군의 대응까지 제거하기는 어렵게 하겠다는 것이다. 여러 지역에서 타격 위협이 발생하면 중국은 초기 공세에만 전력을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공격 부대를 보호하고 지휘망과 보급로를 유지하는 데도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사일과 함께 탄약·연료도 앞서 배치]
첫날 대응의 기반은 사전 비축이다. 새 지침의 ‘육군 총전력투사장비(TAP2E)’는 전방·순환배치 부대와 유사시 전개 부대가 사용할 장비·탄약·보급품을 미리 준비하는 개념이다. 제2도련선에는 보호된 연료·탄약 저장시설과 지원망을 강화한다. 첫날 전투를 시작할 능력과 장기전을 감당할 능력을 함께 갖추려는 구조다.
태평양에서는 섬과 섬을 잇는 보급도 전투의 일부다. USNI뉴스에 따르면 미 육군은 유인 수송 수단과 함께 무인 수상정·무인 항공기를 보급에 활용하는 방안도 구상한다. 다만 서태평양의 지상·해상 표적에 대응할 장거리 타격 탄약의 수량과 공급 능력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지침 공개를 전투 준비 완료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제4 MDTF 창설…다영역 타격망 확대]
미 육군은 지침 공개 다음 날인 8일 콜로라도주 포트카슨에서 제4 다영역특임부대(MDTF)를 창설했다. 이 부대는 인도·태평양에서 장거리 정밀화력을 연계해 적의 능력을 거부·교란·분리하고 합동군의 작전을 지원한다. 중국의 접근 차단망을 상대하면서 다른 전력이 활동할 여건을 만드는 임무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제4 MDTF는 4개 대대로 구성되며 병력을 2100명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창설과 동시에 완전한 전력이 갖춰졌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장거리 화력과 정보, 사이버·전자전 등 여러 능력을 연결할 조직을 확장하고 있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중국이 한 가지 방어 수단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도록 작전의 선택지를 늘리는 과정이다.
[한반도에도 중요한 기지 접근과 동맹 협의]
미 육군은 동맹·파트너를 연결된 지상 전력망으로 보고 있다. 기지와 군수시설에 대한 접근, 전방 물자 배치, 현지 군대와의 협력이 작전 능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다. 동시에 지침은 국가별 주권상 제약에 맞는 방식을 설계하도록 했다. 이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임무 변경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어 주목된다.
물론 한국에는 북한 억제와 한반도 방어를 유지하면서 역내 위기의 영향을 검토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기지 사용과 군수지원, 정보 공유, 위기 시 협의 절차가 불분명하면 상황이 급변할 때 판단 부담이 커진다. 전방 대응 속도를 강조하는 미군의 변화는 이러한 문제를 평시에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성을 높인다.
[Why Times Insight | 중국의 ‘짧은 전쟁’ 계산부터 무너뜨린다]
이번 지침이 중국에 보내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미국의 증원 시간을 중국의 승리 시간으로 계산하지 말라는 것이다. 본격적인 미군 개입 이전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도발의 유혹은 커진다. 반대로 첫날부터 작전이 방해받고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공격 결심의 문턱도 높아진다.
초전 제압의 전략적 가치는 여기에 있다. 중국의 공격을 받아낸 뒤 반격할 준비와 함께, 중국이 처음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기 어렵게 만드는 준비를 갖추는 것이다. 기습의 효과가 줄어들고 작전 일정이 지연되면 중국 지도부는 짧은 전쟁 대신 장기 충돌의 비용까지 계산해야 한다. 이러한 부담을 평시에 인식시키는 것이 억지력이다.
성공 여부는 실제 준비에 달려 있다. 정밀무기가 있어도 표적 정보가 끊기면 타격이 어렵고, 통신망이 살아 있어도 탄약과 연료가 떨어지면 작전은 멈춘다. 전방 기지가 공격 이후에도 기능하고, 부대가 이동하며, 보급이 이어져야 초반 전투의 성과를 유지할 수 있다. 이번 지침이 타격과 지속 능력을 함께 강조하는 이유다.
한국도 이러한 변화를 주한미군 병력 숫자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떤 정보를 확보하고 어떤 지원 능력을 갖추며 위기 때 어떻게 협의하는지가 중요하다. 중국의 도발을 막는 힘은 ‘초전박살’이라는 구호보다, 도발 첫날부터 그 계획을 좌절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준비에서 나온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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