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국 whytimes.pen@gmail.com
영국 방문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에너지 기반 시설을 향한 타격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유지해 온 러시아 측 정유 공장에 대한 타격 제한을 완전히 철회하고 본격적인 침투 작전에 돌입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외신과의 대담에서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에 대한 제한은 해제됐다. 이제 끝났다"라고 강조하며 기존의 자제 방침을 전격 수정했음을 알렸다. 미국 측이 제안했던 에너지 시설 간 상호 공격 중단 요구를 받아들여 행동을 절제했으나, 상대국의 지속적인 폭격으로 민간인 피해가 누적되자 더 이상 타협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아울러 우크라이나 정상은 당국이 공격을 계속 멈출 경우 미·러 양국 간의 불투명한 밀실 거래를 부추길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이러한 합의가 결과적으로 푸틴 정권의 군자금을 지속해서 확보해 주는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이다. 그는 "문제는 다음 거래가 언제 이뤄지냐는 것이다. 어쩌면 가스가 될 수도 있다. 분명히 가스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미국과 러시아 간의 추가적 타협 가능성을 강하게 경계했다.
양국 관계가 급격히 냉각된 원인에 대해서도 자국의 과실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어떤 관계도 파괴하지 않았다"라고 밝히며, 양국 관계의 개선을 위해 공격을 다시 중단할 용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오직 미군 측으로부터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을 추가 수령하는 조건에서만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군사 지원 확충 대신 우크라이나가 현장에서 사용하는 위성 통신망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로 대응하며 응수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용 위성망 '스타실드'에 시속 160㎞ 수준의 작동 속도 제한이 부과되어 전선 운용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단순한 기계적 장애나 기술적 결함일 가능성을 일축하며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의도적인 결정"이라고 단언해 미 행정부의 압박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상대국 정상이 백악관 통치자에게 퇴진을 요구했던 압박에 대해서도 "내게 중요하지 않다"라며 일갈했다.
유럽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대미 의존도를 낮추고 전쟁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과 미국의 분열, 또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사이의 분열은 푸틴이 러시아인들을 결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가 승리하고 있다고 느끼게끔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조력 없이 전쟁을 지속하는 일은 지극히 힘들다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유럽 대륙이 굳건히 뭉친다면 대러 투쟁을 충분히 지속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방문 일정을 마친 젤렌스키 대통령은 즉시 벨기에 브뤼셀로 이동해 유럽연합 주요 정상들과 연속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유럽 각국의 신속한 자금 집행과 대러시아 고강도 제재 유지를 촉구하는 외교 행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