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20조 위안 빚더미…중국의 '인프라 성공 신화'가 흔들린다]
중국의 고속도로와 철도, 도시 지하철에 쌓인 부채가 20조 위안(약 4,015조 원) 안팎에 이른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시진핑 지도부는 오히려 고속철도망을 2030년까지 6만㎞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지방정부 재정위기로 기존 인프라의 수익성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중국은 왜 건설을 멈추지 못하는 것일까? 그 배경에는 성장률을 떠받쳐야 하는 경제적 필요와 지방 간부의 정치적 이해관계, 그리고 최고지도자의 정책을 쉽게 수정하기 어려운 중국 공산당의 권력구조가 얽혀 있다.

대만 자유시보는 10월 9일 “중국의 고속도로·철도·도시 지하철 등 3대 교통 인프라에 쌓인 부채가 20조 위안(4,015조 원) 안팎에 달하는데, 이는 성급 유료도로 운영기관 부채 9조6,000억 위안(1927조 4천억원), 철도 업계 부채 6조 위안(1204조원) 이상, 도시 궤도교통 부채 4조3,000억 위안(약 863조원)을 합산한 수치”라면서 “중국이 자랑해 온 '기건광마(基建狂魔·인프라 건설의 광인)'라는 별명이 이제는 막대한 부채 부담을 상징하는 표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교통운수부의 2021년 공식 통계에 따르면 전국 유료도로 통행료 수입은 6,630억 위안(약 133조 1100억원)이었지만 총지출은 1조2,909억 위안(259조 1740억원)에 달했다. 지출의 82%가량이 원리금 상환에 사용됐고 도로 유지·보수 비중은 6%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원금 상환이 포함된 총지출과 통행료 수입의 차액을 그대로 영업손실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도로 건설과 운영을 위해 떠안은 막대한 금융 부담은 분명하다. 2021년 통계를 인용한 것은 엄청난 현실이 드러나면서 그 이후 통계 발표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고속철도도 마찬가지다. 차이신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고속철도망은 2025년 말 5만400㎞를 넘어섰지만, 국가철로그룹은 거대한 부채를 안고 있다. 일부 지방 노선은 이용객 부족으로 수익성 논란에 직면했다. 도시 지하철 역시 정부 보조금과 부동산 개발 수익에 의존하는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선전지하철그룹은 부동산기업 완커 투자와 관련된 손상차손으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열차 운행 자체의 적자와 구분해야 하지만, 지하철과 부동산 개발을 결합한 사업모델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그런데도 또 짓는다…2030년까지 고속철 6만㎞]
더욱 주목되는 것은 중국이 이러한 부채 부담에도 건설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국 국가철로그룹에 따르면 2025년 철도 고정자산 투자는 9,015억 위안(약 180조 9941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신규 개통 노선은 3,109㎞였으며, 이 가운데 고속철도가 2,862㎞였다. 중국은 2030년까지 고속철도망을 약 6만㎞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보다 약 19%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건설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경제적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까지 투자를 확대하면서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에 있다. 중국이 왜 이러한 건설을 멈추지 못하는지 이해하려면 개별 철도사업의 손익이 아니라 중국 공산당의 국가운영 방식을 살펴봐야 한다.
[이유① 경제성장률을 만들어내는 가장 손쉬운 수단]
첫 번째 이유는 성장률이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으로 성장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통제하기 쉬운 경기부양 수단이 공공 인프라 투자다. 철도와 도로를 건설하면 철강·시멘트·기계 산업에 수요가 발생하고 건설업 고용도 늘어난다. 그 과정에서 경제적 부가가치가 창출되므로 단기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완공 이후다. 이용객이 부족한 철도와 통행량이 적은 도로는 투자비 회수가 어렵고 유지·보수 비용과 이자 부담만 계속 발생한다. 베이징교통대 자오젠(趙堅) 교수는 과거 중국의 철도 확장정책을 비판하면서 “정부가 성장률을 우선시하고 부채 상환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유② 간부 승진을 위한 '정치적 성과공사']
두 번째 이유는 지방 관료들의 정치적 성과 경쟁이다. 중국 지방정부 간부에게 대규모 인프라 건설은 자신의 행정능력과 정책 이행 실적을 보여줄 수 있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고속철도 개통과 초대형 교량 준공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되지만, 수십 년에 걸쳐 갚아야 할 부채는 후임자와 지방재정의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이미 2021년 고속철도 건설에서 지방정부의 '맹목적 경쟁'을 경계하고, 재정능력을 초과하는 무리한 사업을 제한하도록 했다. 중앙정부가 이런 경고를 내놓았다는 사실 자체가 지방정부의 과잉투자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경고에도 가시적인 건설 실적을 중시하는 유인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유③ 토지재정 붕괴…빚을 갚으려 또 빚을 낸다]
세 번째는 지방정부의 재정구조다. 중국 지방정부는 오랫동안 토지사용권 매각과 부동산 개발을 통해 인프라 건설자금을 마련했다. 지방정부융자플랫폼(LGFV)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도로와 철도를 건설하며, 주변 부동산 개발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이 구조가 무너졌다. 토지 매각 수입은 감소했지만 기존 사업에서 발생한 원리금 상환 부담은 그대로 남았다.
IMF는 9월 25일 보고서에서 중국 지방정부와 지방정부융자기구 부채가 2025년 말 GDP의 약 90%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지방정부의 재정 여력이 약화하면서 새로운 경제위기에 대응할 능력도 제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는 새로운 투자를 줄여야 하지만, 사업을 갑자기 중단하면 건설회사와 관련 기업의 일감이 줄어 지역경제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계속 지어도 문제이고 멈춰도 문제가 되는 구조적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이유④ 장부 밖 부채…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시간을 번다]
네 번째 이유는 복잡한 부채구조와 채무 재조정 방식 때문이다. 중국 지방정부는 공식 지방채 외에도 LGFV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왔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숨은 부채'와 금융기관·연구기관이 추산하는 광의의 LGFV 부채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
베이징은 특별채권 발행과 채무 교환을 통해 고금리 부채를 저금리 장기채무로 바꾸는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당장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사업 자체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IMF 역시 중국의 지방정부 부채 문제가 거시금융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며 단순한 만기 연장뿐 아니라 재정개혁과 실질적인 채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빚을 갚을 능력을 만드는 대신 빚을 갚아야 할 시점을 뒤로 미루는 일이 반복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유⑤ 공산당의 체면…경제보다 정치가 앞선다]
다섯 번째이자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이다.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고속철도와 고속도로, 초대형 교량을 국가 발전의 상징으로 내세워 왔다. 외딴 지역까지 철도가 연결되고 세계 최장의 교량이 건설되는 모습은 공산당의 통치 능력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강력한 선전 수단이었다. 물론 이러한 건설사업은 실제로 중국의 산업화와 지역 간 연결성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경제발전 단계가 달라졌다면 투자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이미 상당한 교통망이 구축되고 인구 감소와 지방재정 악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시설을 얼마나 많이 건설하느냐보다 기존 시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시진핑 체제에서는 또 다른 문제가 나타난다. 바로 최고지도자에게 집중된 권력과 정책 수정의 어려움이다.
[건설의 청구서는 결국 중국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간다]
인프라 건설의 부작용은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의 장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자유시보는 9일 중국 5대 인프라 국유기업의 2026년 상반기 재무자료를 분석해 이들의 미지급금이 총 3조3,600억 위안(674조 5872억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중국건축·중국중철·중국철건·중국교통건설·중국중야 등 대형 기업들이 협력업체에 지급해야 할 막대한 금액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대형 국유기업의 지급 지연이 장기화하면 자금력이 약한 하청업체와 중소기업이 먼저 압박받게 된다. 이는 임금 지급과 고용, 민간 소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 정부는 부채 억제와 지방정부 재정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건설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로이터는 10월 9일 “중국 정부가 성장률 목표를 방어하기 위해 미사용 정부채무 한도 5,500억 위안(110조 4235억원)을 활용하기로 했으며, 이 가운데 2,500억 위안(50조 1925억원)을 인프라 투자에 배정했다”고 보도했다.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또다시 건설투자에 의존하는 모습이다.
[Why Times Insight | 시진핑의 중국은 왜 망하는 길에서도 돌아서지 못하는가?]
중국의 인프라 건설 중독이 보여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부채 규모 자체가 아니다. 경제적 환경이 완전히 달라졌는데도 과거의 성공방식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정치체제의 경직성이다. 시진핑 집권 이전부터 중국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성장의 엔진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도시화와 부동산 개발이 빠르게 진행되던 시기에는 새로운 도로와 철도가 경제적 수요를 창출할 수 있었다. 반면 지금은 인구 감소와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재정위기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성장동력이 이제는 부채 부담을 키우는 원인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중국은 방향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건설을 중단하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지방정부의 사업 실적이 줄어들며 국유기업의 일감도 사라진다. 기존 사업을 위해 빚을 낸 지방융자플랫폼의 재정도 더욱 악화할 수 있다. 계속 지으면 부채가 늘어나지만 멈추는 순간에도 상당한 경제적 충격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시진핑의 권력 집중이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최고지도부의 정책 방향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는 정책의 경제적 타당성보다 이를 얼마나 충실히 집행했느냐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위험이 있다. 잘못된 정책을 수정하는 능력보다 기존 정책을 관철하는 능력이 중시된다면 경제 전체가 정책 관성에 갇히게 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공산당의 통치 정당성이다. 중국 공산당은 고속철도와 고속도로를 국가 발전의 상징으로 내세워 왔다. 그러나 국가의 진정한 경쟁력은 건설한 철도의 길이나 교량의 규모가 아니라 국민의 소득과 고용, 기업의 생산성, 재정의 건전성에서 나온다.
이제 시진핑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고속철도 노선이 아니라 낡은 성장모델을 수정할 정치적 결단이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판단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고 수정하기 어려운 체제에서 그러한 변화가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결국 시진핑의 중국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돈이 부족하다는 사실만이 아니다. 잘못된 정책을 인정하고 수정하는 능력이 약해진 정치구조가 중국 경제의 미래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로와 철도는 계속 늘어나는데 국민의 삶이 그만큼 나아지지 않는다면, 공산당이 자랑해 온 건설의 성과는 오히려 통치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