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훈 whytimes.pen@gmail.com

가라앉지 않는 주택난 항의 시위로 정국 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스페인 여야가 내달 열릴 조기 총선을 향한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집권 사회노동당(PSOE)의 전통적 정치적 거점이자 자신의 정치적 재기 장소인 안달루시아 광역자치주 세비야 외곽 도시 도스에르마나스를 찾아 총선 유세의 포문을 연다. 산체스 총리는 진보 성향 온라인 매체 엘디아리오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에는 사회적 진보가 더 필요하고 우파로부터 받는 모욕은 줄어야 한다"고 강조하며, 부당한 주택 퇴거를 막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번 조기 총선은 정부가 세입자 보호 대책 법안을 급히 마련했으나 의회에서 야권의 반대로 부결된 직후 전격 발표됐다.
이번 정국 불안의 중심에는 평생을 살던 집에서 쫓겨난 뒤 숨진 87세 노인 마리카르멘 아바스칼 사태가 자리 잡고 있다. 아바스칼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후 마드리드에서는 2만 명의 시위자가 추모 행진을 벌였으며, 아파트 앞에는 시민들의 꽃과 애도 편지가 답지했다. 자녀와 함께 현장을 찾은 사라 씨는 "마리카르멘의 죽음은 사회가 사람을 돌보지 않고 죽게 한 과정을 보여준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바르셀로나에서도 주거의 권리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으며, 경찰 추산 2만 명 및 주최 측 추산 12만 명이 집결한 시위 과정에서 13명이 체포되고 경찰관 30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시위대와 주요 노동조합은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해 내달 11일 2012년 이후 14년 만의 대대적인 총파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노리는 산체스 총리의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여론조사 결과 제1야당인 국민당(PP)과 극우 성향의 복스당 연합이 하원 전체 350석 중 과반인 198석에서 최대 200석까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국민당과 복스당이 중앙 정부 연정을 구성할 경우, 이는 1975년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사망으로 민주화가 시작된 이래 스페인 역사상 첫 극우 세력의 집권 참여가 된다.
마드리드에서 유세를 시작하며 두 번째 총리직 도전에 나선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는 주택난과 함께 이주민 문제를 집중 공격하고 있다. 페이호 대표는 북아프리카 자치도시 세우타의 이주민 난입 사태 등을 거론하며 현 정부의 무능을 적극 부각하는 중이다. 극심한 주택난으로 촉발된 민심의 분노와 노동계의 총파업 예고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조기 총선은 스페인 정국의 향방을 가를 결정적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