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국 whytimes.pen@gmail.com
독일 연방정보국 [dpa via AP=연합뉴스]
독일 전직 해외정보기관 수장이 10년이 넘는 오랜 기간 내부 문건을 무더기로 유출해 외국에 전달한 혐의로 구속되어 서방 안보망에 비상이 걸렸다.
독일 연방검찰은 연방정보국(BND)을 7년간 이끌었던 아우구스트 하닝 전 국장을 반역 미수 및 국가기밀 수집, 타국을 위한 간첩 행위 등 복수의 중대 혐의로 체포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현지 수사당국은 퇴임 후 사설 자문업체를 운영하던 그가 공작원들과 접촉해 정보를 매매하는 '정보 장사'를 벌여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사 결과 하닝은 지난 2010년 봄부터 현직에 남아있던 옛 부하 직원을 포섭해 보안 기밀에 접근했다. 퇴직 이후에도 여전히 기밀 접근 권한을 보유하고 있던 연방정보국 사무국장 만프레트 D는 대가를 받고 총리실 주관 안보회의 브리핑 자료를 비롯한 핵심 보안 문건을 지속해서 건넸다. 이 같은 불법 거래는 2022년 여름 무렵까지 12년 동안 이어졌으며, 이렇게 외부로 빠져나간 문서만 약 2,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빼돌려진 문서 가운데 상당수는 영국 비밀정보국(MI6)과 미국 주요 정보기관이 독일 측과 공유한 우방국 핵심 첩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미·영 안보 당국은 자국 정보원과 기밀망이 제3국에 그대로 노출되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즉각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유출 사태는 자국 정보기관의 역량 한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서방 동맹 간 공조 체계 전체를 흔들 수 있는 전후 최대 규모의 안보 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사당국은 하닝이 수집한 원본 자료를 바탕으로 재가공한 별도의 첩보 보고서를 작성해 아제르바이잔 측 정보요원에게 넘긴 정황을 포착했다. 그가 퇴임 이후 동유럽 등지에서 진행하던 사업이 상전벽해를 겪으며 극심한 재정난에 처하자, 자금 마련을 목적으로 자국과 동맹국의 안보 자산을 팔아넘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심지어 동서독 분단 시기 서독 대표부 근무 시절부터 이미 타국에 포섭되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10년을 넘게 이어지던 전직 정보 수장의 대담한 간첩 행각은 어처구니없게도 민사 분쟁에서 비롯된 형사 사건을 수사하던 과정에서 베일을 벗었다. 외식업체 창업주 일가의 자녀 납치 공모 사건에 그가 개입했다는 정황을 잡고 압수수색을 진행하던 검찰은, 그의 자택 내부에서 연방정보국 출처의 보안 문서들이 대량으로 쌓여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즉시 간첩 혐의로 수사를 확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