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국 whytimes.pen@gmail.com

2026년 10월 5일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이란의 상선 공격이 다시 거세지면서 가까스로 반등했던 중동 지역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망이 또다시 거센 풍랑을 맞이했다.
지속된 분쟁으로 위축됐던 페르시아만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량은 최근 미 해군의 해상 호위 작전과 호르무즈 연안 이란 통신·데이터 기지에 대한 타격, UAE 등 주요 산유국들의 유조선 셔틀 운항 도입에 힘입어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조선 및 해운 데이터 분석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보면, 이란을 뺀 중동 산유국들의 9월 1일부터 28일까지 일일 평균 원유 수출량은 1,650만 배럴을 상회했다. 이는 지난 2월 충돌이 터지기 전 기록했던 하루 1,900만 배럴 안팎의 87%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다. 금융기관 스탠다드차타드 역시 사우디아라비아 한 곳의 총수출량이 지난 8월 하루 245만 배럴 수준에서 9월 690만 배럴로 대폭 늘어난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공급망 유지를 위해 현지 산유국들이 감당해 온 경제적 비용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걸프만 내부에서 석유를 실은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뒤 외곽에서 기다리는 다른 배로 옮겨 싣는 '셔틀 운항' 방식은 비싼 보험료를 제외하고도 왕복 1회당 3,000만4,000만 달러(배럴당 1520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경비를 유발한다. 에너지 시장 분석기관 코모디티 콘텍스트 측은 이 같은 방식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은 결과물이며 장기적으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이란 측의 해상 위협이 가시화되면서 수송 차질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 집계 결과, 지난달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의 가장 좁은 물길 부근에서 선박을 노린 공격이 7건 발생한 데 이어 10월 4일에도 추가 피격 사건이 보고됐다. 아울러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은 10월 3일 무선 교신을 통해 미군의 도움을 받아 해협을 지나려는 상선들을 향해 남쪽 항로를 이용할 경우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분석가들은 최근 수일간 일일 원유 수송량이 200만~300만 배럴가량 급감하는 등 공급선 위축 징후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안보 환경 역시 더욱 악화하는 양상이다. 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란의 해상 타격 능력이 강화되면서 해협 내 위험 지수가 급격히 상승했다. 미국은 당초 이란의 공세에 대응해 이란 측 유조선을 직접 타격하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요르단 소재 미 공군 기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후 해당 계획을 거두어들였다. 이처럼 위태로운 해상 안보 상태가 이어지면서 국제 유가도 고공행진을 지속 중이다. 브렌트유 가격은 10월 2일 배럴당 102.25달러로 거래를 마치며 주간 기준 약 5% 상승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에너지 기반 시설까지 공격 표적이 될 경우 시장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으며, 연말까지 100달러 선의 고유가가 유지되어 가뜩이나 금리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신음하는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