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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궁지 몰리자 결국 선넘은 푸틴, ‘모든 무기’ 핵위협 뒤 ‘규칙 없는 전쟁’ 명령 “모든 무기 쓰겠다”…푸틴이 꺼낸 위험한 카드 2026-10-04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모든 무기 쓰겠다”…푸틴이 꺼낸 위험한 카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쟁 언어와 공격 방식이 동시에 위험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서쪽의 나토에는 칼리닌그라드가 공격받으면 “모든 유형의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우크라이나에서는 푸틴이 군 지휘부에 기존 공습 제한을 풀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기에 원전 연결시설과 국가 전력망을 겨냥한 대규모 겨울공세 계획까지 제기됐다.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러시아가 전장에서 얻지 못한 결과를 핵 억지와 민간사회 압박을 통해 얻으려 하는 것인지가 이번 겨울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로이터통신은 3일, “푸틴이 다시 핵무기의 그림자를 유럽 위에 드리웠다”면서 “푸틴은 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발다이 국제토론클럽 연례회의에서 러시아의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가 공격받을 경우 ‘러시아 연방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한다면 우리 국가가 보유한 모든 유형의 무기를 배치하고 사용하는 문제가 즉각 의제에 오를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보도했다. 핵무기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하지 않았지만 AP와 로이터는 핵전력을 포함할 수 있는 위협이라는 맥락에서 이 발언을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푸틴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프랑스와 영국이 핵보유국이라는 사실을 러시아도 알고 있다”면서 러시아가 가진 파괴력의 수준을 과시했다. 명시적으로 “칼리닌그라드에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모든 유형의 무기’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유럽이 러시아와의 직접 충돌을 계산할 때 핵 위험까지 고려하도록 압박한 것이다.


칼리닌그라드는 러시아의 평범한 지방이 아니다. 러시아 본토에서 떨어져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끼어 있고 발트해에 면한 고도의 군사적 요충지다. 따라서 이곳에서 러시아와 나토가 실제 충돌한다면 우크라이나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러시아·나토 직접대결로 비화할 위험이 있다. 바로 그런 지역을 놓고 러시아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모든 무기’를 입에 올린 것이다.


다만 푸틴은 러시아가 유럽을 먼저 공격할 의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나토 역시 자신들은 방어동맹이며 칼리닌그라드를 위협하지 않는다고 반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푸틴의 핵무기 사용 위협은 나토를 향해 일단 윽박지르고 보자는 허세심리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핵 경고 바로 다음 날…대규모 군사훈련장에 나타난 푸틴]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다음 장면이다. 푸틴은 발다이 발언 이튿날인 2일(현지시간) 우랄산맥 첼랴빈스크 지역을 찾아 ‘Center-2026’ 전략훈련의 마지막 단계를 직접 참관했다. AP에 따르면 전체 훈련에는 약 4만7000명의 병력이 동원됐으며 벨라루스·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뿐 아니라 중국·몽골·파키스탄 병력도 참가했다. 마지막 단계에는 약 6000명이 참여했고 55개국 대표단이 참관했다.


물론 이 훈련 자체가 전날의 핵 위협을 위해 급조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내비친 바로 다음 날 푸틴이 대규모 군사훈련 현장에 직접 나타나 무기들을 둘러봤다는 장면은 그 자체로 강한 군사적 과시 효과를 만들었다. 말로는 ‘모든 무기’를 경고하고, 다음 날에는 실제 군사력을 전시하는 모습이 연이어 펼쳐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이제 규칙은 없다” 선언]


더 심각한 이야기는 우크라이나에서 나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확보한 러시아 내부 통신 등을 근거로 “푸틴이 군 지휘부에 기존 공습 제한을 폐기하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가 전한 표현은 섬뜩했다. “이제 규칙은 없다.”


젤렌스키에 따르면 이 지시는 지난 9월 내려졌고 이후 러시아는 키이우 등에 대한 공습 강도를 높였다. 학교와 병원, 데이터센터 등 민간시설도 공격을 받았다. FT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크렘린 관계자들의 통신을 감청해 관련 정보를 입수했다는 젤렌스키의 설명을 전했다. 


[왜 지금인가?…전장에서 못 얻은 것을 겨울에 얻겠다는 것]


FT 보도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이런 공격 강화의 배경을 장기화된 전쟁에서 찾았다. 러시아가 전장에서 원하는 수준의 결과를 얻지 못하자 후방 도시와 민간 기반시설을 압박해 우크라이나의 전쟁 지속 의지를 꺾으려 한다는 주장이다. FT는 전선이 크게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대규모 공습과 민간사회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는 젤렌스키의 분석을 전했다.


그래서 푸틴이 노리는 다음 전장은 ‘겨울’이다. 전선에서 도시 하나를 점령하려면 엄청난 병력과 장비를 투입해야 하지만 전기·난방·수도·교통을 동시에 흔들면 훨씬 넓은 지역의 민간생활을 압박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당국이 러시아의 겨울공세를 단순한 발전시설 공격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저항 의지를 흔드는 전략으로 보는 이유다.


[원자로가 아니라 ‘스위치야드’를 노린다]


더타임스가 3일 보도한 러시아의 겨울공세 계획은 이 대목에서 특히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확보했다는 러시아 전략문서에는 올겨울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스템을 무너뜨리기 위해 최대 1000기의 미사일·드론·폭탄 등을 동원하는 구상이 담겼다. 키이우·하르키우·오데사 등 주요 도시가 핵심 공격 대상으로 거론된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우크라이나의 가동 원전 3곳이다. 보도된 문건의 핵심은 원전을 국가 전력망에 연결하는 인근 스위치야드와 전력설비를 타격해 원전 가동을 중단시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런 공격의 위험성은 작지 않다. 스위치야드는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국으로 보내는 동시에 원전의 안전 운전에 필요한 외부전력을 공급하는 핵심 연결시설이다. 더타임스가 보도한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가 제거하려는 발전능력은 최대 15GW, 현재 우크라이나 발전량과 맞먹는 규모로 제시됐다. 즉 발전소 몇 곳을 끄는 정도가 아니라 국가 전력망 전체를 심각하게 흔드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푸틴이 원하는 것은 ‘정전’이 아니라 ‘압박’]


전기가 끊기면 문제는 조명에서 끝나지 않는다. 난방과 수도, 하수처리, 통신, 교통, 기업과 공장의 가동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혹한기 수백만 명이 이런 상황에 놓이면 전선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사회적 압력이 발생한다. 러시아의 에너지 공격이 군사적 타격을 넘어 민간사회의 전쟁 지속 능력을 겨냥한다는 우크라이나 측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F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가 키이우·하르키우·오데사·르비우 등 주요 도시를 고립시키고, 혹독한 겨울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의 추가 해외 이주까지 유발하려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된다면 러시아의 에너지 공격은 우크라이나 내부의 저항 의지뿐 아니라 난민 문제에 민감한 유럽 사회의 지원 의지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도 푸틴의 겨울을 공격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정유공장과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장거리 공격을 이어왔다. 푸틴 자신도 발다이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공격이 일정한 경제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전기와 난방을 노린다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전쟁경제를 떠받치는 석유·정유시설을 겨냥하는 에너지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겨울의 승부는 단순한 미사일 숫자의 경쟁만은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민간사회를 얼마나 압박할 수 있는지, 우크라이나가 그 공격을 얼마나 요격하면서 동시에 러시아 후방의 에너지·군수 기반에 비용을 부과할 수 있는지가 함께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Why Times Insight] 강해서 더 위협적인가, 원하는 결과를 못 얻어서 더 위험해졌나?


푸틴의 최근 행보를 한 장면씩 떼어놓고 보면 ‘강한 러시아’를 연출하는 모습이다. 칼리닌그라드를 건드리면 “모든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바로 다음 날 대규모 군사훈련을 참관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공습 강도가 높아지고 있고, 겨울에는 원전 연결시설과 국가 전력망까지 심각한 타격 위험에 놓여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그러나 이 장면들을 거꾸로 볼 필요도 있다. 왜 러시아는 지금 핵무기의 그림자까지 끌어와야 하는가? 왜 전장에서 결정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전기와 난방, 수도와 도시 기능을 흔드는 압박에 더 많은 무게를 싣고 있는가? 러시아가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아직 얻지 못한 가운데 압박 수단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주목할 대목이다.


이런 모습을 보면 ‘전쟁 패배가 두려운 푸틴이 앞뒤 보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세를 뒤집어야 하겠다는 강박관념에 핵무기 사용 가능 언어에 전쟁의 기본 질서까지 모두 무시하겠다는 폭언으로 초강수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단순한 전력망 방어전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사실상 “추위와 어둠을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는 압박을 가하고, 우크라이나는 방공망과 장거리 타격으로 그 계산을 무너뜨리려 하는 또 하나의 전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금 푸틴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내면을 추측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의 수위가 어디까지 올라가고 있는가다. 나토에는 핵무기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우크라이나에는 겨울과 전력망을 압박수단으로 사용하는 전쟁. 푸틴의 러시아가 강해졌다고 단정하기보다, 전쟁의 방식이 한층 더 위험해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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