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치솟는 경윳값에 수출금지 검토하는 미국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자국 내 물가 안정을 목적으로 경유 수출 전면 중단을 검토하면서 글로벌 경제가 거대한 충격파에 휩싸일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경유 해외 유출을 차단하는 강력한 카드를 매만지고 있다. 현재 미국 내 경유 가격은 1년 전보다 70% 이상 급등해 갤런당 6.5달러를 돌파했으며, 이로 인해 민심이 급격히 악화하자 행정부는 유럽을 향해 전략비축유를 풀지 않을 경우 수출을 막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낸 상태다. 이에 반응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 날 회원국들과 긴급 대책 회의를 소집하며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경유는 화물차, 선박, 농기계, 대형 건설장비 등에 널리 쓰여 글로벌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핵심 동력원이다. 이러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유 문을 걸어 잠글 경우 미국 내부의 물가는 한시적으로 잡힐지 몰라도 외부 세계는 극심한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한다. 미국 컨설팅사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로버트 맥널리는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뺀 나머지 모든 국가가 경유 가격 폭등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온몸으로 감내해야 하는 가혹한 상황에 놓일 것이라 분석했다.
영국 경제연구소 캐피털 이코노믹스는 이번 사태가 지난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생했던 유럽 천연가스 대란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러시아의 공급 중단으로 유럽의 에너지 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유럽이 액화천연가스(LNG)를 싹쓸이하면서 개도국까지 연쇄 에너지 난에 빠져든 바 있다. 유럽은 이미 러시아-우크라이나 및 이란 관련 분쟁으로 에너지 수급에 극심한 차질을 겪는 데다 친환경 정책으로 자체 정제시설마저 축소해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30%를 웃돈다. 겨울철을 앞두고 난방용 가스 재고까지 바닥난 상태여서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 역시 유럽이 이번 조치에 가장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충격은 유럽에만 머물지 않는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 인접국은 물론, 정유 시설이 전혀 없어 미국 물량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파나마, 온두라스 등 중남미 국가들은 생존을 위협받는 재난 상황에 내몰릴 위험이 크다. 산업 동력원인 경유 가격 상승은 제품 생산과 물류비용을 동시에 올리기 때문에 주유소 기름값부터 장바구니 생필품 가격까지 전방위적인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된다.
한국과 중국 등 자체 생산망을 갖춘 아시아 지역은 미국산 경유의 직접적 의존도가 낮아 상대적 여파는 적을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하나로 묶여 있는 만큼 가격 상승의 여파를 완전히 피하기는 불가능하다. 우드 매켄지의 수샨트 굽타 연구이사는 유럽이 물량 부족을 메우기 위해 다른 지역에 웃돈을 제시할 것이며, 결국 연쇄 작용에 의해 글로벌 시장 전체가 공급 부족과 가격 폭등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미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은 고물가 여파로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대혼란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변수로는 중국이 거론된다. 중국은 최근 중동 정세 불안 이후 수출을 줄여왔으나, 미국이 실제로 수출을 멈출 경우 발생하는 거대한 공급 공백을 메울 여력을 갖춘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유 시장의 균형이 중국의 입장에 따라 크게 요동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