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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뉴욕서 나가라”, 매달리는 이란에 문 닫은 美…이란에 사실상 ‘최후의 선택’ 압박 “이란 대표단, 당장 뉴욕 떠나라!”, 루비오가 닫아버린 뉴욕 협상장 2026-10-02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이란 대표단, 당장 뉴욕 떠나라!”, 루비오가 닫아버린 뉴욕 협상장] 


미국의 거듭된 거부에도 ‘7일 신뢰구축안’을 들고 협상의 끈을 붙잡으려던 이란에 워싱턴이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포함한 이란 대표단에 뉴욕을 즉각 떠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동시에 미국은 카타르를 통해 이란에 역제안을 전달했지만 협상의 순서는 완전히 뒤집혔다. 호르무즈와 핵 문제에서 이란이 먼저 움직여야 미국의 양보를 논의할 수 있다는 압박이 강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하든 날려버리든 아주 곧 끝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란이 붙잡고 있던 호르무즈 카드의 힘까지 약해진다면 테헤란 앞에 남는 선택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1일(현지시간), “미·이란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직후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직접 움직였다”면서 “루비오는 28일 저녁 주유엔 미국대표부를 통해 아라그치 외무장관을 포함한 이란 대표단에 뉴욕을 즉각 떠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한 미 당국자는 이란 대표단이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는 취지로 설명하면서 유엔총회가 끝났으니 떠날 때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 당국이 이란 대표단에 대해 어떠한 미련도 갖고 있지 않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악시오스는 “아라그치 일행은 몇 시간 뒤 공항으로 이동했고, 29일 새벽 1시20분 뉴욕발 도하행 항공기에 탑승했다”면서 “이란 대표단이 어차피 곧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루비오의 조치는 매우 이례적인 외교적 질책”이라고 평가했다. 이란 측은 ‘추방’이라는 미국 측 설명을 부인하며 원래 예정된 일정에 따라 출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몇 시간을 일찍 떠났느냐가 아니다. 유엔총회 이후에도 뉴욕에 남아 미국과의 협상 가능성을 모색하던 이란 외무장관에게 미국 국무장관이 직접 “이제 떠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사실이다. 미국이 뉴욕이라는 공개 외교무대에서 더 이상 이란과 협상을 이어갈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는 강한 정치적 신호로 읽힐 수 있다.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백악관은 ‘타결 가능성’을 봤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분위기가 정반대였다는 점이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28일 오전까지만 해도 백악관은 이란과의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가능성을 기대했다. 카타르 중재자들은 뉴욕에서 아라그치 측과 협상을 진행했고, 이후 워싱턴으로 이동해 미국 측과 논의를 계속했다.


그러나 오후가 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양측이 핵 문제와 제재 완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둘러싼 선후관계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미국은 자신들이 협상에서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고, 이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위해 서둘러 타협할 이유가 없다고 봤다는 것이 악시오스가 전한 당시 상황이다.


그리고 그날 저녁 루비오의 출국 요구가 떨어졌다. 일주일 전만 해도 미국과 이란은 뉴욕에서 카타르 등 중재국을 사이에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뉴욕의 협상장은 사실상 닫혔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과 직접적인 정치적 접점을 넓히려던 공간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도하에는 미국의 ‘역제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미국이 이란과의 모든 대화채널을 끊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은 루비오가 뉴욕의 문을 닫는 것과 거의 동시에 미국의 답변이 카타르를 통해 이란으로 전달됐다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라그치는 뉴욕을 떠난 뒤 29일 도하에서 카타르 중재자들을 만났다. 중재단은 전날 워싱턴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이란의 ‘7일 신뢰구축안’에 대한 답변을 아라그치에게 전달했다. 이란 정부도 아라그치가 미국의 답변을 받아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내각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결국 미국이 이란에 보낸 메시지는 역설적이다. “뉴욕에서는 나가라. 그러나 협상하려면 카타르를 통해 우리가 제시한 조건을 검토하라.” 미국은 협상 자체를 폐기한 것이 아니라 협상의 장소와 방식, 그리고 무엇보다 협상의 순서를 자신들이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려 하고 있는 것이다.


[싸움은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로]


현재 협상의 최대 쟁점도 여기 있다. 로이터가 협상 내용을 브리핑받은 비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미국과 이란이 취해야 할 조치의 내용 자체보다는 그 조치를 어떤 순서로 실행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이 먼저 해상봉쇄와 원유 제재를 완화하고 동결자산 문제를 해결하면 7일간의 신뢰구축 기간을 거쳐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 항행을 복원하는 방안을 제시해왔다. 이후 핵 협상으로 넘어가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미국의 계산은 반대다. 이란이 먼저 핵 문제에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호르무즈 문제에서도 움직여야 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요구를 이란이 전적으로 수용하지 아니하면 더 이상의 대화도 없다는 최후통첩을 한 셈이다. 


[그런데 이란의 최대 카드 ‘호르무즈’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협상판을 뒤흔드는 결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중동의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까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의 분석을 인용해 “중동의 원유 수출이 하루 약 1900만 배럴까지 회복돼 전쟁 이전 수준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이 가운데 약 60%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고, 나머지 약 40%는 걸프만과 홍해 쪽 대체 루트 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미국의 해상봉쇄로 이란 자체의 원유 수출은 사실상 크게 위축된 반면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 걸프 산유국들은 우회 수송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것은 협상장에서 상당히 중요한 변화다. 그동안 이란이 미국과 국제사회를 압박할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카드는 “호르무즈를 정상화할 수 있는 열쇠는 테헤란이 쥐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세계 원유시장 자체가 이란의 협조 없이도 점차 적응하기 시작한다면 이란이 가진 카드의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 거칠어진 배경에도 이런 변화가 깔려 있다. 트럼프는 최근 “호르무즈를 통한 원유 흐름이 크게 회복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란이 결국 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위협을 상당 부분 무력화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베선트가 돌린 ‘2주 시계’…이란의 돈줄도 말라간다]


군사적 압박과 동시에 경제적 압박의 시계도 돌아가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최근 “바다 위에 남아 있는 이란산 원유가 약 1500만 배럴에 불과하다”며, “이 물량이 중국 등에 전달되고 나면 이란이 거래할 수 있는 것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여기서 ‘2주’는 미국이 이란에 공식적으로 제시한 최후통첩 시한은 아니다. 이란이 현재 가진 원유 재고와 수출 여력을 토대로 베선트가 제시한 경제적 전망이다.


하지만 워싱턴이 바라보는 협상의 시간표를 이해하는 데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미국의 계산대로 이란의 원유 수출 여력이 더 줄어들고 호르무즈를 통한 걸프 산유국들의 수출은 계속 회복된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보다 이란이 협상을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실제로 AP는 “미국의 해상봉쇄와 제재가 이란 경제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으며, 리알화 가치와 생활물가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트럼프가 던졌다…“합의하든 날려버리든”]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한 단계 더 나아갔다. 기자가 이란과 어떻게 합의할 수 있느냐고 묻자 트럼프는 군사공격 가능성을 언급한 뒤, 결국 미국이 선택해야 할 것은 이란을 공격하거나 합의하는 것이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리고 어느 쪽이든 상황이 “아주 곧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발언을 곧바로 미국의 공습 결정으로 해석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트럼프가 협상과 군사옵션을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란에 선택을 압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발언은 루비오가 아라그치 일행에게 뉴욕을 떠나라고 요구하고, 미국의 역제안이 카타르를 통해 테헤란으로 넘어간 직후 나왔다. 뉴욕의 문은 닫혔다. 도하의 협상창구는 아직 열려 있다. 그러나 그 문 앞에는 이제 미국이 제시한 조건만 놓여 있다.


[Why Times Insight]


루비오의 ‘뉴욕 즉각 출국’ 요구와 트럼프의 “합의하든 날려버리든”이라는 발언을 하나의 흐름으로 보면 워싱턴의 전략 변화가 선명하게 보인다. 미국은 이란과의 협상을 폐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공개적인 뉴욕 협상장은 닫아버리고, 카타르를 통한 간접채널만 남긴 채 “협상을 원한다면 먼저 움직여야 할 쪽은 이란”이라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그 배경에는 호르무즈가 있다. 이란은 그동안 호르무즈 정상화를 미국의 봉쇄 해제와 제재 완화, 동결자산 반환을 끌어내기 위한 최대 지렛대로 사용했다. 그러나 중동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우회 수송망까지 확대되면서 이 카드의 가치는 이전보다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이란의 원유 수출 자체가 봉쇄되고 경제 압박까지 누적된다면 시간이 갈수록 협상을 더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쪽은 테헤란이 될 가능성이 커진다. 실제로 미국은 바로 이 시간의 비대칭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순서 싸움’은 단순한 외교 절차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 먼저 봉쇄와 제재를 풀 것인가, 아니면 이란이 먼저 호르무즈와 핵 카드를 내려놓을 것인가의 싸움이다.


후자를 받아들이는 순간 이란은 가장 강력한 협상 지렛대를 미국의 확정적인 양보 없이 먼저 포기하게 된다. 테헤란 강경파가 이를 사실상의 굴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다. 이렇게 지금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이 이란을 윽박지르고 있는 형국이다. 루비오는 뉴욕의 문을 닫았다. 트럼프는 다시 군사옵션을 입에 올렸다. 그리고 미국은 카타르를 통해 자신의 조건을 테헤란으로 보냈다.


결국 이란 앞에는 갈수록 어려운 선택이 놓여 있다. 호르무즈와 핵이라는 마지막 지렛대를 먼저 내려놓고 미국의 조건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경제적 고립과 다시 거론되는 군사충돌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끝까지 버틸 것인가. 미·이란 협상은 이렇게 사실상 이란이 모든 권한을 내려 놓아야 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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