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훈 whytimes.pen@gmail.com

미국 연방대법원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해 온 비시민권자 유권자 색출 도구의 활용을 승인했다.
미 연방대법원은 하급심의 운영 무효화 결정을 뒤집고 각 주 정부가 국토안보부의 체류자 신분검증 프로그램인 SAVE를 유권자 명부 확인 절차에 도입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원래 SAVE는 불법 체류자의 복지 수급이나 행정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기 위해 이민 신분을 조회하던 시스템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이 제도를 개편하면서 사회보장국 정보 등을 추가로 통합하고 대용량 일괄 조회 기능을 새로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주 선거관리 기관이 유권자의 시민권 보유 여부를 사전 검증하도록 독려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은 2020년 대선 당시 부정 투표가 존재했다는 주장을 이어가며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방 DB 기반의 유권자 검증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행정부가 수백만 명에 달하는 무고한 개인정보를 부적절하게 모으고 공유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6월 연방지방법원은 해당 개편안이 개인정보보호법 및 행정절차법을 위배했다고 판결하며 잘못된 정보로 인해 정당한 투표권자의 명부가 삭제될 위험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1심과 항소법원 모두 이 프로그램의 가동을 금지했으나, 보수 성향 판사가 우위를 점한 대법원이 행정부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하급심 명령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대법원 재판부는 연방 정부가 적합하다고 판단한 업무 도구의 활용을 하급심이 부당하게 막아섰다고 판단 이유를 설명했다.
현장에서는 검증 과정의 오류로 인해 합법적 유권자가 투표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텍사스주가 지난해 전체 유권자 1,800만 명을 대상으로 해당 시스템을 적용해 2,700여 명의 잠재적 비시민권자를 가려냈다고 발표했으나, 각 카운티의 세부 조사 결과 수백 명 이상의 대상자가 실제 투표 자격을 갖춘 미국 시민권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데이터베이스의 정보 업데이트가 더디다 보니 새로 귀화한 시민이 여전히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선거 현장 관계자들 역시 이 프로그램이 불완전한 지표에 불과하므로 단선적인 판단 기준이 아닌 기초 참조용으로만 제한하여 사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 시스템의 실제 도입 여부는 전적으로 각 주 정부의 자율적 결정에 맡겨져 있어 이번 대법원 판결이 전체 선거 판도에 미치는 영향은 한정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례로 해당 시스템 사용을 거부해 온 메인주 등 일부 지역 당국은 연방대법원의 이번 조치가 주 자체의 선거 관리 방식을 강제로 변경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며 기존 방침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