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활주로까지 나간 트럼프…왜 이렇게까지 했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맞이하기 위해 직접 공항 활주로까지 나갔다. 24일에는 백악관 공식 환영식과 B-2 스텔스 폭격기·F-22 전투기의 축하비행, 그리고 성대한 국빈만찬까지 이어졌다. 공화당 내부에서 ‘지나친 환대’라는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올 정도의 파격적인 예우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을 왜 이렇게까지 환대했을까? 분명한 것은 이번 국빈방문의 진짜 성적표는 레드카펫이 걷힌 뒤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중국은 시진핑의 ‘체면’을 세워주는 화려한 의전을 얻었지만, 미국은 희토류 공급, 농산물 구매, 무역휴전 연장, AI와 대만 문제까지 풀어야 할 현안을 안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은 트럼프가 시진핑을 얼마나 화려하게 대접했느냐가 아니라, 그 뒤 실제 협상에서 무엇을 주고받느냐에 있다.

미국외교협회(CFR)는 23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23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도착해 사흘간의 미국 국빈방문 일정에 들어갔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다리지 않고 직접 기지 활주로로 나가 시진핑을 맞았는데, 미국 대통령이 외국 정상을 활주로에서 직접 맞는 것은 드문 의전으로, 시진핑의 미국 국빈방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5년 이후 11년 만”이라고 밝혔다.
CFR은 이어 “24일 의전은 더욱 화려하다”면서 “백악관 공식 환영식과 정상회담, 국빈만찬이 이어지고 환영 행사에는 B-2 스텔스 폭격기 한 대와 F-22 전투기 4대의 축하비행도 계획됐는데, 트럼프가 지난 5월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중국 측이 제공했던 의전과 비교해도 상당히 눈에 띄는 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짚었다.
이 정도면 베이징이 원했던 ‘국빈 시진핑’의 그림은 충분히 만들어졌다. 그런데 바로 여기서 워싱턴의 질문이 시작된다. 트럼프는 왜 이렇게까지 시진핑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인가. CFR은 “이렇게 과한 의전을 하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겉은 우호적이지만 뒤에는 친중적이지 않은 핵심 인사들이 있다”]
이와 관련해 헤리티지재단 아시아연구센터의 스티브 예이츠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겉으로는 시진핑 및 중국과 좋은 관계를 연출하지만, 대통령 주변에서 미국의 경제·외교·정보·군사 자원을 움직이는 핵심 인사들이 친중적인 것은 아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통령과 스탭들 사이에 역할 분담이 되어 있다는 의미다.
예이츠가 주목한 인물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CIA 국장,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정상 간 우호적 연출과 실제 미국의 대중정책을 동일한 것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활주로의 미소와 협상장의 압박은 반드시 모순되는 것이 아니다. 정상 간 관계는 최대한 부드럽게 관리하면서 실제 협상에서는 미국이 원하는 구체적인 이행을 요구하는 ‘투트랙’ 접근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손에는 이미 ‘이행 성적표’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들여다볼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인 자료는 중국의 약속 이행 실적이다. 미·중은 지난해 10월 30일 부산 정상회담을 계기로 격화됐던 무역전쟁을 일단 멈췄다. 당시 중국은 희토류·핵심광물 수출통제를 완화하고 미국산 대두 등 농산물 구매를 확대하는 데 합의했으며, 미국은 중국에 대한 고율 상호관세 적용을 유예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보잉 항공기 200대 구매는 부산 합의가 아니라 지난 5월 트럼프의 베이징 방문에서 나온 별도의 약속이다. 당시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산 보잉 항공기 200대의 초기 구매를 승인하고, 대두 외에도 2026~2028년 매년 최소 170억달러의 미국산 농산물을 구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두는 실제 구매가 진행되고 있다. 로이터는 “중국은 시진핑 방미를 앞둔 9월 둘째 주에만 약 100만t의 미국산 대두를 구매했다”면서 “이로써 중국의 올해 미국산 대두 구매량은 2026년 약속량인 2500만t의 절반에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희토류는 훨씬 복잡하다. 중국은 세계 희토류 채굴의 약 70%, 정제·가공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어 미국이 중국을 압박할 때마다 베이징이 강력한 대응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 로이터는 “바로 이 희토류 의존 때문에 트럼프 행정부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이전보다 덜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결국 트럼프가 이번 회담에서 볼 것은 시진핑의 말만이 아니라 ‘숫자’일 가능성이 크다. 대두를 얼마나 샀는가, 희토류 공급 약속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했는가, 보잉 구매가 얼마나 진전됐는가,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더 이행할 것인가가 협상의 구체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11월 10일…레드카펫보다 중요한 시한]
더욱 중요한 것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은 부산 합의 이후 중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 상호관세 적용 유예를 2026년 11월 10일까지 연장했다. 베선트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정상회담을 앞두고 뉴욕에서 만난 자리에서도 무역휴전 연장과 희토류 문제가 논의됐지만, 휴전 연장 여부에 대한 결론은 발표되지 않았다.
바로 여기서 이번 정상회담을 관통하는 두 단어가 나온다. 베이징은 ‘체면’, 워싱턴은 ‘실리’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직접 공항으로 나오는 장면을 만들어줬다. 백악관 공식 환영식과 국빈만찬, 전략폭격기와 전투기의 축하비행까지 준비했다. 중국이 원했던 의전적 성과는 이미 상당 부분 확보된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질문은 반대편으로 넘어간다. 시진핑은 미국에 무엇을 줄 것인가.
[그리고 가장 위험한 뇌관, 대만]
경제보다 더 민감한 현안은 대만이다. 로이터는 “시진핑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1982년 미·중 공동성명을 근거로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중단을 트럼프에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중국은 신규 무기판매뿐 아니라 이미 주문된 무기의 인도 중단까지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국에는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이 충분한 자위능력을 유지하도록 지원해온 별도의 법적·정책적 기반이 있다. 더구나 1982년 당시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는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축소가 중국의 대만 문제에 대한 평화적 접근을 전제로 한다는 입장을 남겼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의 전략적 승부처는 오히려 대만일 수 있다. 중국은 미·중 관계 안정과 경제협력을 원하면서 동시에 미국의 대만 군사지원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가 경제적 거래와 대만 문제를 어디까지 분리해 다룰지가 이번 회담의 가장 민감한 시험대 가운데 하나다.
[시진핑은 왜 뉴욕을 건너뛰었나]
또 하나 눈여겨볼 대목은 시진핑의 동선이다. 제81차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이 뉴욕에서 열리고 있지만, 시진핑의 이번 공식 방미 일정은 23일부터 25일까지이며, 뉴욕 유엔 무대가 아니라 워싱턴에서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 집중하는 형태다. 세계 정상들이 대거 뉴욕에 집결한 시점에 시진핑이 워싱턴 정상외교를 택했다는 점은 이번 미·중 담판에 얼마나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시진핑이 유엔총회를 건너 띄는 것이 건강 문제로 인한 것이라는 분석들도 나온다. WSJ는 “시진핑이 이달 초 BRICS 정상회의의 한 만찬에 불참한 뒤 건강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됐으며, 소식통들은 당시 그가 몸이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시진핑의 미국 방문을 앞두고도 건강 이상설이 나돌았었다. 그래서 시진핑이 워싱턴-뉴욕으로 이어지는 무리한 일정을 잡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추정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확실하게 단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Why Times Insight — 레드카펫은 정말 ‘선불’이었나]
트럼프가 시진핑에게 깔아준 레드카펫이 단순한 선물인지, 협상을 앞두고 먼저 지급한 ‘선불’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워싱턴에서는 이번 환대를 중국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내주는 장면으로 보는 시각과, 정상 간 의전과 실제 대중정책은 별개라는 해석이 맞서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시진핑은 이번 방미에서 중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최고 수준의 외교적 ‘체면’을 얻고 있다. 이제 회담 이후의 평가는 미국과 중국이 각각 어떤 실질적 결과를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다. 대두 구매, 희토류 공급, 보잉 계약, 무역휴전 연장처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분야가 그 첫 번째 성적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어려운 시험대가 대만이다. 시진핑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 중단을 압박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미국에는 대만의 자위능력을 지원해온 법적·정책적 기반과 의회 내 강한 지지세력이 존재한다. 따라서 경제 분야에서 합의가 나오더라도 대만 문제까지 미·중 간 근본적인 간극이 좁혀졌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이번 국빈방문의 진짜 장면은 활주로에서 끝난 것이 아니다. 활주로에서는 시진핑이 원했던 ‘체면’의 장면이 만들어졌다. 24일 백악관 협상장에서는 미국이 원하는 ‘실리’가 얼마나 확보되는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트럼프의 레드카펫이 정말 협상을 위한 ‘선불’이었는지, 아니면 중국에 너무 많은 것을 먼저 내준 것인지는 결국 정상회담에서 나온 구체적인 합의와 그 이후의 이행 성적표가 말해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