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검색
메뉴 닫기

주소를 선택 후 복사하여 사용하세요.

뒤로가기 새로고침 홈으로가기 링크복사 앞으로가기
[정세분석] 포르쉐까지 무너졌다…폭스바겐 ‘15년 만의 굴욕’, 추락한 독일 제조업의 민낯 중국의 부상이 독일 제조업을 직격했다 2026-09-23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중국의 부상이 독일 제조업을 직격했다]


독일 제조업의 상징 폭스바겐에 심상치 않은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21일 유로존 대표 우량주 지수인 유로스톡스50에서 15년 만에 밀려난 데 이어, 폭스바겐 경영진은 기존 구조조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강력한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한때 그룹의 ‘왕관의 보석’이었던 포르쉐마저 대규모 손상차손의 진앙으로 변했다.


그런데 폭스바겐의 위기를 단순히 한 자동차회사의 경영 실패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 세계시장 경쟁 격화, 높은 독일 생산비용, 자동차산업의 기술 전환에 대한 엇박자까지 지금 폭스바겐이 겪는 문제가 독일 제조업 전체가 직면한 문제와 놀라울 정도로 닮았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22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신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기계·운송장비를 비롯한 고부가·기술집약적 제조업으로 빠르게 올라오면서 유럽 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독일 제조업이 가장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면서 “이유는 간단한데, 독일이 세계시장에 파는 제품과 중국이 세계시장에 내놓는 제품이 갈수록 비슷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이어 “유럽중앙은행(ECB)은 독일의 수출 구조가 유럽 주요국 가운데 중국과 가장 많이 겹친다”면서 “과거 중국은 독일 자동차와 기계제품을 대량으로 사주는 최고의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그 중국이 독일 기업의 시장을 빼앗는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변하고 있다”고 짚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폭스바겐 중국사업 책임자 랄프 브란트슈테터는 “올해 중국 승용차 시장이 약 20%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중국 내 자동차 판매는 8월까지 11개월 연속 감소했는데, 현재 중국 시장의 상황은 코로나19 당시 충격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폭스바겐에는 이중고다. 중국 자동차시장 자체가 쪼그라드는데 BYD·지리 등 중국 업체들의 경쟁력은 오히려 강해졌다. 과거 폭스바겐에 중국은 독일의 높은 생산비용을 감당할 수 있게 해준 황금시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돈줄이 약해지는 동시에 중국 업체들이 폭스바겐의 안방인 유럽으로까지 들어오고 있다.


[15년 만의 굴욕…유럽 대표 우량주에서도 밀려났다]


그런 상황에서 21일 상징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폭스바겐이 유로존 대표 우량주 지수인 유로스톡스50에서 약 15년 만에 퇴출된 것이다. 퇴출 자체는 지수 산출기관 STOXX가 9월 초 정기심사에서 이미 결정한 것이어서 18일 발표된 폭스바겐의 실적경고 때문에 갑자기 쫓겨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왜 정기심사에서 밀려났느냐다. 유동주식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하는 지수에서 폭스바겐의 기업가치가 더 이상 기준선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폭스바겐 주가는 2021년 고점보다 75% 이상 떨어져 16년 만의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고 시가총액은 약 380억 유로에 불과하다”면서 “연간 매출이 약 3220억 유로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장이 폭스바겐의 미래에 얼마나 낮은 가격을 매기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짚었다.


[더 충격적인 것은 ‘100억 유로 쇼크’, 포르쉐 너마저...]


지수 퇴출 직전인 18일에는 더 큰 충격이 터졌다. 폭스바겐은 올해 약 100억 유로의 일회성 비용을 반영하면서 2026년 영업이익률 전망을 종전 4~5.5%에서 최대 1%로 낮췄다. 물론 일회성 비용을 제외한 기초 이익률은 약 4%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문제는 왜 100억 유로나 되는 비용을 한꺼번에 떠안게 됐느냐는 것이다.


그 중심에 포르쉐가 있다. 폭스바겐은 포르쉐의 중장기 수익 전망을 다시 계산하면서 60억 유로 이상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여기에 조기퇴직 확대, 중국사업 손상, 오스나브뤼크 공장 관련 비용 등이 추가됐다.


[‘왕관의 보석’ 포르쉐가 폭스바겐의 짐으로]


폭스바겐의 현재 상황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브랜드가 포르쉐다. 로이터는 22일 “포르쉐는 폭스바겐의 가장 믿을 만한 수익원에서 이제는 ‘problem child’, 즉 골칫거리로 바뀐 브랜드”라고 표현했다. 한때 포르쉐는 높은 마진으로 폭스바겐그룹 전체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왕관의 보석’이었다. 그러나 중국 고급차 시장에서 판매가 급감하고 전기차 전략 수정 비용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포르쉐의 중국 판매는 2021년 정점을 찍은 뒤 계속 줄어들었다. 중국 부유층에게 포르쉐 엠블럼 자체가 성공의 상징이던 시대에서 이제는 중국 소비자가 자국산 고급 전기차의 디지털 기능과 가격 경쟁력을 포르쉐와 비교하는 시대로 바뀐 것이다.


[폭스바겐은 늦었고 포르쉐는 너무 빨랐다]


그렇다고 폭스바겐의 실패를 단순히 “전기차 전환이 늦었다”고 설명하면 절반만 맞는다. 폭스바겐 주력 브랜드는 중국에서 BYD·지리 등 현지 업체에 밀리면서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는 시장에 뒤늦게 대응한 측면이 있다. 그런데 포르쉐는 반대였다. 포르쉐는 2030년까지 판매의 80% 이상을 전동화 차량으로 만들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지만 고급 스포츠카 소비자들이 예상만큼 빨리 전기차로 이동하지 않았다.


결국 포르쉐는 다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의 역할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고 그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했다. 한 그룹 안에서 폭스바겐은 너무 늦었고 포르쉐는 너무 빨랐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은 전기차를 했느냐 안 했느냐가 아니다.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어느 속도로 움직이는지를 얼마나 정확하게 읽었느냐의 문제였다.


[결국 10만 명 감원…그래도 충분한가?]


폭스바겐이 결국 선택한 것은 창사 이래 가장 거대한 구조조정이다. 회사는 약 10만 명 규모의 인력 감축과 모델 라인업 축소 등 대대적인 비용 절감에 들어갔다. 포르쉐에서도 추가 감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사람과 공장을 줄이는 것만으로 해결되느냐다. 자동차산업의 경쟁 기준 자체가 엔진·변속기·기계적 완성도에서 배터리·소프트웨어·AI·자율주행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줄이면 시간을 벌 수는 있지만 새로운 경쟁력을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 역시 22일 “자동차산업이 지금 ‘규모와 적응력의 싸움’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전통 자동차기업도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를 잘못 읽으면 브랜드의 역사나 규모와 관계없이 수익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그렇다면 폭스바겐은 왜 여기까지 왔을까? 단순히 ‘시대의 흐름을 무시한 오만의 대가’라고만 설명하면 충분하지 않다. 폭스바겐은 중국 전기차 시장에서는 늦었고 포르쉐는 오히려 전동화를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봤다가 방향을 다시 틀었다.


그러나 두 실패에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들이 시장을 이끌던 시대가 너무 오래 지속됐다는 것이다. 폭스바겐은 중국이 계속 독일 자동차를 사줄 것이라고 믿었고, 포르쉐는 강력한 브랜드 파워라면 전기차에서도 소비자를 따라오게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기준을 자신들이 만들던 시대의 성공 경험이 너무 강했기 때문에 시장이 자신들보다 먼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읽지 못한 것이다.


바로 이 점에서 폭스바겐은 독일 경제의 축소판처럼 보인다. 독일 역시 수십 년 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차·기계·화학 기술을 앞세워 세계시장에 제품을 팔았고, 특히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뒀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고객에서 경쟁자로 변했고, 미국에서는 관세 장벽이 높아졌으며 독일 국내에서는 높은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이 제조업을 짓누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2일 중국의 산업 고도화로 가장 강한 경쟁 압력을 받는 유럽 국가로 독일을 지목한 것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폭스바겐이 직면한 문제가 독일 제조업 전체의 문제와 거의 그대로 겹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곧바로 ‘독일 경제의 몰락’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23일 FT는 “재정 확대와 수출 회복 등에 힘입어 독일 경제에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폭스바겐을 비롯한 전통 제조업은 여전히 구조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즉, 독일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기보다는 독일을 세계 제조업 최강국으로 만들었던 기존 성장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리고 폭스바겐의 유로스톡스50 퇴출에는 아주 상징적인 장면 하나가 숨어 있다. 폭스바겐이 빠진 자리에 들어온 기업 가운데 하나가 노키아다. 휴대전화 시대의 변화에 뒤처져 한때 몰락의 대명사가 됐던 노키아는 통신 인프라 기업으로 변신해 다시 유럽 대표 우량주로 돌아왔다. 반면 내연기관 시대 유럽 제조업을 상징했던 폭스바겐은 그 자리에서 밀려났다. 기업의 과거 영광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장은 과거에 얼마나 위대한 기업이었는지를 평가하지 않는다. 다음 시대에도 경쟁하고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인가를 평가한다.


그렇다면 폭스바겐에 남은 질문은 하나다. 자신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었던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스스로 버리고 새로운 시대의 성공 방정식을 다시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지금 그 질문은 폭스바겐뿐 아니라 독일 제조업 전체를 향하고 있다.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