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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찰] 도대체 화웨이에 무슨 일이?…런정페이·멍완저우 잠적설, 시진핑 숙청설까지 번진 이유 발단은 캡처 한 장…“런정페이 일가가 사라졌다” 2026-09-20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발단은 캡처 한 장…“런정페이 일가가 사라졌다”]


중국 기술자립의 상징 화웨이에 심상치 않은 소문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와 딸이자 부회장·순환회장·CFO인 멍완저우(孟晚舟)가 동시에 모습을 감췄다는 것이다. 화웨이 공식 홈페이지에는 19일 현재 런정페이가 이사로, 멍완저우가 부회장·순환회장·CFO로 그대로 등재돼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화웨이를 피고인으로 한 대형 형사재판이 시작됐고, 오는 24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워싱턴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인터넷발 괴담인지, 아니면 화웨이 최고위층에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단정할 수 없지만 의혹이 증폭되기에 충분한 조건들이 한꺼번에 겹친 셈이다. 

대만의 자유시보는 지난 19일,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일가의 ‘도피’설이 제기된 지 7일이 지난 11일까지도 그 소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화웨이에 중대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 분명하다”면서 “런정페이의 막내딸 야오안나가 최근 웨이보에 갑자기 등장해 아버지의 도피설을 부인하지 않은 점을 들어, 그녀의 웨이보 계정이 국가 안보 기관에 의해 관리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런정페이와 멍완저우가 도피보다는 체포되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도했다.


소문은 지난 11일 전후 소셜미디어 X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화웨이 내부 관계자들의 대화라고 주장하는 캡처에는 량화(梁華) 화웨이 이사장이 런정페이와 연락이 되지 않아 멍완저우 등 가족들에게 연락했지만 이들 역시 연락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승합차가 런정페이의 선전 자택을 떠나 해안지역인 다펑반도 방향으로 향했다는 주장까지 붙으면서 ‘해상 탈출설’이 만들어졌다. 


이후 화웨이 선전 본사 주변에 무장경찰이 집결했다는 영상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일가족 도피설’에서 ‘당국 구금설’, 급기야 ‘시진핑 숙청설’로 확대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해당 대화 캡처의 작성자와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고, 승합차 이동이나 무장경찰 영상 역시 런정페이 일가와 관련됐다는 독립적인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 


[그런데 막내딸이 베이징에 나타났다]


최초 소문에 결정적인 의문을 던진 것은 런정페이의 막내딸 야오안나였다. 야오안나는 14일 베이징에서 열린 공개행사에 모습을 드러냈고, 자신의 웨이보에도 현장 사진을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런정페이 가족 10여 명 전체가 연락을 끊고 중국을 탈출했다’는 최초 주장은 적어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됐다.


런정페이가 최근까지 외부 활동을 계속해왔다는 보도도 있다. 때문에 단순히 일정 기간 공개석상에서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구금이나 탈출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이미 81세인 창업자가 매일 경영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 왜 소문은 끝나지 않는가?]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야오안나의 등장으로 ‘일가 전체 탈출설’은 크게 흔들렸지만 정작 소문의 두 핵심 당사자인 런정페이와 멍완저우가 직접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공식적인 경영지배 구조에는 현재까지 이상징후가 없다는 사실이다. 화웨이가 19일 현재 공개하고 있는 이사회 명단에는 량화가 이사장, 쉬즈쥔·멍완저우·왕타오가 부회장으로 올라 있다. 런정페이 역시 이사 명단에 그대로 남아 있다. 멍완저우의 공식 프로필 역시 현재 그녀를 부회장·순환회장·CFO로 표시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시진핑이 런정페이와 멍완저우를 숙청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두 사람이 공식 직책에서 제거됐다는 발표도 없고, 중국 당국이 두 사람을 조사하고 있다는 신뢰할 만한 확인 보도도 없다. 다만 당사자들의 공개행보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는 가운데 화웨이와 중국 당국의 설명도 나오지 않으면서 정보의 공백을 각종 추측이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화웨이는 멀쩡하다…오히려 AI 반도체 승부수]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다. 런정페이와 멍완저우 개인을 둘러싼 소문과 달리 화웨이 회사 자체에서는 현재 경영 마비를 시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화웨이는 17일 상하이에서 열린 HUAWEI CONNECT 행사에서 새로운 AI 반도체와 대규모 AI 컴퓨팅 시스템 계획을 공개했다. 


특히 화웨이는 개별 칩 성능에서 미국 엔비디아와 격차가 존재하는 상황을 대규모 시스템 연결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최대 100만개의 프로세서를 하나의 시스템처럼 연결하는 새로운 컴퓨팅 구조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첨단 AI 반도체 수출규제로 엔비디아 칩 접근이 제한된 상황에서 화웨이가 중국 AI·반도체 자립의 핵심축으로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적어도 회사 차원의 움직임만 보면 ‘화웨이 전체가 당국의 숙청이나 조사로 마비됐다’고 볼 징후는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의 기술규제를 뚫고 중국 자체 AI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며 공격적인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하필 지금 뉴욕에서 ‘화웨이 20년’ 재판]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이런 소문이 폭발했을까. 가장 중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미국에서 시작된 화웨이 형사재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서 8일 배심원 선정으로 시작된 재판에서 미국 검찰은 화웨이가 장기간 미국 기업들의 영업비밀을 부당하게 취득하고 금융시스템을 이용해 이란 사업을 은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적용된 혐의에는 은행사기·제재 위반·자금세탁·사법방해와 영업비밀 절취 등이 포함돼 있다. 


로이터는 “9일 모두진술에서 미 검찰은 화웨이를 장기간 미국 기업들의 기술을 훔치고 이를 은폐해 성장한 이른바 ‘criminal enterprise’로 규정했다”면서 “검찰은 Cisco와 T-Mobile 등 미국 기업들의 기술을 화웨이가 부당하게 취득했다고 주장한 반면, 화웨이 변호인단은 정상적인 기업활동과 일부 직원의 행동을 정부가 선택적으로 엮어 회사 전체를 범죄조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맞섰다”고 짚었다. 재판은 약 3개월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멍완저우는 이 사건과 역사적으로 직접 연결돼 있다. 그는 화웨이의 이란 거래 문제와 관련해 2018년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 밴쿠버에서 체포됐고, 이후 미 법무부와 기소유예 합의를 체결한 뒤 2021년 중국으로 돌아왔다. 이번 재판에서도 당시 멍완저우와 HSBC 사이의 문제와 그녀의 과거 진술이 증거로 제시될 예정이다. 


따라서 화웨이의 과거 20년 사업을 다시 법정에서 들춰내는 재판이 시작된 바로 그 시점에 멍완저우 ‘잠적설’이 겹치면서 해외 화교권에서는 두 사건을 연결하려는 추측이 확산됐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미국 재판을 우려해 멍완저우를 구금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24일 시진핑 방미…화웨이는 미중 기술전쟁의 한복판]


시점은 더욱 미묘하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오는 24일 워싱턴에서 올해 두 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는 무역·관세, 대만, 이란 문제뿐 아니라 인공지능과 첨단기술 문제가 주요 의제로 포함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시 주석의 국빈방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영접하는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미중 기술전쟁의 한복판에 화웨이가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를 받으면서도 자체 Ascend AI칩을 개발하고 있는 화웨이는 이제 단순한 통신장비 기업을 넘어 중국 기술자립 전략을 상징하는 기업이 됐다. 그런 기업의 창업자와 CFO를 둘러싼 ‘잠적설’이 정상회담 직전에 확산됐다는 점 때문에 평범한 기업인 동향 이상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숙청설’은 가능한가?]


현재까지 공개된 증거만으로는 그렇게 판단할 근거가 없다. 런정페이의 막내딸은 베이징에서 공개활동을 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화웨이는 상하이에서 대규모 기술행사를 개최했다. 무엇보다 화웨이 공식 지배구조에는 런정페이와 멍완저우가 그대로 올라 있다. 따라서 19일 현재 확인 가능한 자료를 기준으로 한 결론은 ‘집단도피설은 확인되지 않았고, 구금·숙청설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사건에서 정작 눈여겨봐야 할 것은 ‘런정페이 일가가 중국을 탈출했다’는 소문 자체가 아니다. 최초 주장의 중요한 부분은 야오안나의 베이징 등장 보도로 흔들렸다. 화웨이 역시 상하이에서 새로운 AI 반도체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공식 지배구조에도 런정페이와 멍완저우의 이름은 그대로다. 따라서 지금 단계에서 시진핑의 ‘화웨이 숙청’을 사실로 볼 근거는 없다.


그런데도 의혹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화웨이의 두 상징적 인물인 런정페이와 멍완저우의 현재 공개행보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에서는 화웨이의 과거 사업을 겨냥한 대형 형사재판이 시작됐고, 불과 며칠 뒤에는 트럼프와 시진핑이 AI·반도체를 포함한 미중 기술패권 문제를 놓고 마주 앉는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익명 SNS 캡처가 아니다. 런정페이와 멍완저우 두 사람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느냐, 그리고 두 사람의 화웨이 내 공식 지위에 변화가 나타나느냐가 이번 미스터리의 실체를 가를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그때까지 ‘도피’도 ‘구금’도 ‘숙청’도 확인되지 않은 가설이다. 그러나 중국 반도체·AI 자립의 상징인 화웨이를 둘러싸고 왜 이런 거대한 소문이 순식간에 확산됐는지, 그리고 화웨이와 중국 당국의 공식 설명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왜 정보의 공백이 계속되고 있는지는 그 자체로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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