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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펜서 백작 회고록 파문… 영국 왕실, '찰스 3세 망언' 주장에 이례적 맞대응 다이애나 동생 "찰스 3세, 다이애나 비보에 기뻐하며 곧 잊힐 것이라 발언" 주장 2026-09-19
추정훈 whytimes.pen@gmail.com

다이애나가 찰스 3세의 불륜 인정 이튿날 입었던 '리벤지 드레스' 런던 전시 [로이터=연합뉴스]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남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이 출간을 앞둔 회고록을 통해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겨냥한 충격적인 폭로를 이어가자 버킹엄궁이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내어 강하게 반박했다.


스펜서 백작이 오는 22일 출간할 예정인 회고록 '백조의 노래: 다이애나, 나의 누이'의 주요 내용이 외신을 통해 사전에 공개되며 영국 사회가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저자는 1997년 누이의 비보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온 당시 찰스 왕세자의 목소리가 마치 복권에 당첨된 사람처럼 들떠 있었다고 적었다. 이어 당시 찰스 왕세자가 커밀라 파커 볼스와의 재혼 가능성을 먼저 떠올렸을 것이라 추정하며, 어린 두 아들을 장례 행렬에 내세우려 고집하는 과정에서 다이애나를 향한 경멸감을 드러내며 곧 그녀를 잊게 될 것이라는 냉담한 말을 내뱉었다고 기술했다.


회고록에는 다이애나빈의 개인적 고통과 외모 평가에 대한 정황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약혼 당시 29인치였던 다이애나의 허리둘레가 결혼식 때 23.5인치까지 줄어든 배경에는 찰스 3세가 허리를 짚으며 통통하다고 지적한 발언이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스펜서 백작은 누이가 심각한 섭식장애는 물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거절민감성장애(RSD)를 겪었으며,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할 정도로 정신적 충격이 컸으나 자녀들을 향한 애정으로 견뎌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버킹엄궁은 발췌본 공개 직후 담화문을 내고 정면 대응에 나섰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형제자매를 잃은 깊은 슬픔이 이성을 흐리게 하고 기억을 성급하게 왜곡할 수 있으며, 당사자는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러한 영향을 깨닫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어떠한 논란에도 불평이나 설명을 내놓지 않는다는 이른바 '무대응' 전통을 지켜온 영국 왕실이 이처럼 신속하게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사안의 중대성과 내부의 격앙된 기류를 그대로 반영한다.


왕실 언론 담당자 출신인 줄리언 페인은 이번 사태가 혈육의 입을 통해 나온 주장이라는 점에서 왕실에 더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으며, 왕실 내부의 감정이 상당히 과열되어 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라고 진단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 이후 군주제를 향한 회의적 시선이 늘어난 상황에서 이번 폭로는 왕실 정통성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영국 왕실은 연속된 악재로 심각한 진통을 겪는 중이다. 찰스 3세의 동생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는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사건에 연루되어 왕자 칭호를 몰수당한 뒤 사법 당국의 조사를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여기에 왕실과의 갈등을 폭로했던 해리 왕자가 최근 영국으로 기습 귀국해 연일 이슈를 생산하는 가운데 발생한 이번 회고록 파문은 왕실을 더욱 깊은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다.


왕실이 폭로성 발언에 직면해 공식 입장을 낸 사례는 과거에도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다. 2021년 해리 왕자 부부가 방송을 통해 왕실 내부의 인종차별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버킹엄궁은 기억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유화적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또한 1995년 다이애나빈이 방송에서 남편의 불륜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을 때에는 여왕이 조속한 이혼을 권고했다는 사실을 알리며 국면 전환을 시도했다. 이번 스펜서 백작의 회고록 출간은 악재가 겹친 현대 영국 왕실에 다시 한번 치명적인 위기 요인으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