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트럼프 “완전히 소탕할까 말까…중대한 결정”]
이란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중요한 일주일이 다가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정권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작전을 다시 시작할지를 놓고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리고 그 결정을 앞두고 오는 22일 뉴욕에서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 등 걸프 6개국의 의견을 직접 듣는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같은 시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에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정작 테헤란에서는 강경파를 중심으로 페제시키안 축출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앞으로 일주일이 전쟁의 종전과 재확전뿐 아니라 이란 내부 권력투쟁의 향방까지 가를 중대한 분수령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AXIOS)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란전쟁이 중대한 갈림길에 접근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통해 이란 정권을 완전히 소탕할 것인지, 아니면 그러지 않을 것인지를 놓고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악시오스는 이를 “이란전쟁이 ‘중대한 갈림길(major crossroads)’에 접근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악시오스는 이어 “이번 발언의 무게가 남다른 것은 단순한 대이란 경고가 아니라 트럼프가 실제 결정 과정까지 설명했기 때문”이라면서 “트럼프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UAE·카타르·바레인·쿠웨이트·오만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지도자 또는 외교장관들과 만나 전쟁의 다음 단계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 회동을 통해 걸프 국가들의 의견을 듣고 전후 전략 구상을 구체화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가 다시 결단의 필요성을 꺼낸 배경에는 지금과 같은 상태를 무기한 유지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8월 대규모 군사작전 확대를 보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등이 이란의 보복으로 자국 석유·가스 시설이 다시 공격받을 가능성을 우려했고, 트럼프는 일단 확전을 멈췄다. 그러나 미군은 향후 작전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중동지역의 현재 병력 태세를 연말까지 유지하라는 지시를 받은 상태다.
문제는 호르무즈해협이 여전히 정상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가 인용한 선박추적 자료에 따르면 16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상업용 상품 운반선은 불과 3척이었다. 전날 12척, 최근 10일 평균 약 17척보다 크게 적었다. AIS를 끈 채 이동한 선박이 있어 실제 숫자가 더 많을 가능성은 있지만,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가 여전히 심각하게 위축돼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은 오히려 경제·금융 압박을 더 높이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17일 이란 금융업자 바바크 잔자니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뱅크(BitBank)를 제재했다. 미 재무부는 “이 거래소가 호르무즈를 안전하게 통과하려는 선박들의 대금 수억 달러를 처리하고 혁명수비대(IRGC)로 자금을 흘려보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군사적 선택을 검토하는 바로 그 순간에도 이란의 돈줄을 조이는 경제전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페제시키안도 뉴욕으로 간다]
이번 유엔총회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AP는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 중임에도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압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 등 이란 최고위급 대표단에 뉴욕 방문 비자를 승인했다”면서 “미국은 대표단의 이동범위를 제한하고 사치품 구매를 금지했으며 대표단 규모도 지난해보다 축소했지만, 이란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자체는 허용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다음 주 뉴욕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걸프 6개국 지도자 또는 외교 책임자들, 그리고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거의 동시에 모이게 된다. 현재까지 트럼프와 페제시키안의 직접 회담이나 미·이란 정상급 협상이 예정됐다는 확인된 보도는 없다. 그럼에도 전쟁의 다음 단계를 결정하려는 미국과 걸프 국가들, 그리고 이란 대통령이 같은 시기 같은 도시에 집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유엔총회를 중요한 외교적 분수령으로 만들고 있다.
[뉴욕 가는 페제시키안, 등 뒤에선 “대통령 끌어내리자”]
그러나 페제시키안이 뉴욕에서 짊어져야 할 부담은 미국과의 전쟁만이 아니다. 이란인터내셔널은 “테헤란에서는 대통령을 끌어내리자는 초강경파의 목소리가 다시 나오고 있다”면서 “곰 지역구 모즈타바 자레이 의원의 발언을 계기로 대통령의 ‘정치적 무능’을 문제 삼는 움직임과 조기 대선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고 밝혔다. 이란인터내셔널은 “특히 2024년 대선에서 페제시키안에게 패한 사이드 잘릴리 측과 샤리안·파이다리 계열 초강경 세력이 배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이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이를 곧바로 ‘페제시키안 축출 임박’으로 해석할 근거는 부족하다. 이란 인터내셔널도 “강경파의 사임·탄핵 요구가 정치·경제·외교적 압박이 커질 때마다 반복돼 왔으며, 현재 대통령을 실제로 끌어내릴 정도의 조직적인 의회 세력이 결집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분석했다. 즉 지금 중요한 것은 축출 성공 가능성 자체보다 강경파가 대통령의 외교적 운신 폭을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는 문제다.
[문제는 ‘축출 성공’보다 대통령의 손발을 묶는 것]
더욱 주목할 것은 페제시키안 축출론이 이란의 전쟁전략을 둘러싼 내부 분열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현재의 충돌은 단순한 ‘보수 대 개혁’ 구도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보수파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장 측도 페제시키안 제거 움직임에 반대하고 있으며, 잘릴리·파이다리·샤리안 계열의 초강경파와 충돌하고 있다. 전쟁과 미국과의 협상을 둘러싼 노선투쟁이 이란 보수진영 내부까지 갈라놓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페제시키안의 이번 뉴욕행은 단순한 유엔 외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과의 외교적 출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강경파의 정치적 압박이 더 거세질 수 있고, 반대로 어떤 형태로든 외교적 돌파구가 마련된다면 테헤란 내부의 권력투쟁 역시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갈 수 있다. 결국 페제시키안에게 뉴욕은 국제외교의 무대인 동시에 자신의 대미 협상노선을 둘러싼 국내 정치적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도 걸프국 동의 없이 움직이기 어렵다]
트럼프의 계산 역시 단순하지 않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대규모 군사작전을 다시 시작하면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걸프 국가들의 석유·가스 시설로 다시 향할 위험이 있다. 실제 지난 8월 미국의 확전 움직임에 사우디와 카타르가 우려를 표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트럼프가 22일 걸프 6개국 지도자들의 의견을 직접 듣겠다고 강조한 것은 다음 군사적 선택이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걸프 동맹국들의 안보와 에너지 수출까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전쟁은 이미 미국과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다. 로이터는 “후티의 군사공세로 사우디의 석유수출과 홍해 항로까지 위협받자 사우디는 중국에 도움을 요청했고, 중국은 이란에 후티를 억제해 달라고 비공개로 압박했다”고 17일 보도했다.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라는 세계 에너지 수송의 양대 길목이 동시에 흔들리면서 전쟁이 걸프와 홍해 전체의 안보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동시에 ‘전쟁 이후’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란을 억제하면서 이스라엘과 주변국의 관계 정상화를 확대하는 ‘데이 애프터(day-after)’ 전략을 준비하고 있으며, 22일 걸프 지도자들과의 회동에서도 전쟁의 다음 단계와 전후 지역질서가 주요 논의 대상이 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뉴욕 회동은 단순히 “공격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결정하는 군사회의라기보다 향후 중동질서의 방향까지 논의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
[Why Times Insight]
앞으로 일주일의 핵심은 단순히 미국이 이란을 다시 대규모로 공격하느냐에만 있지 않다. 워싱턴에는 ‘전쟁을 어디에서 멈출 것인가’라는 선택이 있고, 걸프 국가들에는 ‘미국의 재확전을 어디까지 지지할 것인가’라는 선택이 있으며, 테헤란에는 ‘협상을 모색하는 대통령에게 얼마나 정치적 공간을 허용할 것인가’라는 선택이 동시에 놓여 있다.
특히 주목할 인물은 페제시키안이다. 그는 유엔총회를 위해 뉴욕으로 향하지만 바로 그 순간 테헤란에서는 초강경파의 대통령 축출 요구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실제 탄핵이나 축출이 임박했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그러나 전쟁의 출구를 둘러싼 갈등이 군사전선을 넘어 이란 권력 내부의 투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 전쟁의 향방을 읽는 중요한 변수다.
결국 다음 주 뉴욕에서는 사실상 두 개의 전쟁이 동시에 움직인다. 하나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실제 전쟁이고, 다른 하나는 이란 내부에서 전쟁과 협상의 방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투쟁이다. 트럼프가 걸프 6개국의 의견을 들은 뒤 어떤 선택을 내놓는지, 그리고 페제시키안이 뉴욕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는지가 다음 국면을 가늠할 핵심 신호가 될 것이다.
종전으로 향할 것인가, 아니면 다시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돌아갈 것인가. 이란전쟁은 이제 최대 분수령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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