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中공산당이 성공할 때보다 갑자기 실패할 때가 문제”]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워싱턴은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걱정했다. 그런데 이제 미국의 중국정책에 직접 참여했던 전략가가 정반대의 질문을 공개적으로 던지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갑자기 무너지면 세계는 준비돼 있는가?”
중국 공산당의 붕괴가 임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중국의 소비·투자·부동산 부진이 장기화되는 시점에 미 국무부 중국정책자문을 지낸 위마오춘 허드슨연구소 중국센터장이 ‘포스트-CCP(중국공산당)’를 공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워싱턴타임스(WT)는 14일(현지시간) 위마오춘(余茂春·Miles Yu) 허드슨연구소 중국센터장은 “우리가 중국 공산당의 붕괴에 대비해야 하는 이유(Why we must prepare for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collapse)”라는 아주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지난 수십 년간 서방의 대중국 전략은 중국 공산당이 장기간 존속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고 경제적 강압에 대응하며 첨단기술을 보호하고 대만을 방어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마오춘은 전혀 다른 위험을 제기했다. 중국이 세계에 제기하는 가장 큰 전략적 도전은 중국 공산당이 성공했을 경우가 아니라, 공산당 체제가 갑자기 실패했을 때 벌어질 사태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방이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중국 공산당 이후’를 이제는 전략적 비상계획의 영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1989년처럼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
위마오춘이 주목한 것은 역사의 속도다. 1989년 동유럽에서는 수개월 사이 6개 공산정권이 무너졌고 베를린 장벽도 붕괴했다. 약 2년 뒤에는 세계 양대 초강대국 가운데 하나였던 소련마저 해체됐다. 겉으로는 견고하고 영속적으로 보이는 권위주의 체제도 내부의 임계점을 넘으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위마오춘이 중국 공산당의 조기 붕괴를 예측한 것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앞으로 수십 년 더 존속할 수도 있고 예상보다 빠르게 중앙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두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는다. 핵심은 “언제 무너지느냐를 맞히려 하지 말고, 만약 발생했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 준비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中공산당 이후’를 이야기하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현재 중국 상황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8월 경제지표에서 산업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5.2% 증가하며 예상보다 선전했다. 중국 경제 전체가 일제히 무너지고 있다는 식의 해석은 사실과 맞지 않는다.
그러나 내수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8월 소매판매 증가율은 불과 0.4%에 그쳤고, 1~8월 고정자산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7.2% 감소했다. 생산은 첨단 제조업을 중심으로 버티고 있지만 중국인들의 소비와 기업·지방의 투자가 동시에 약해지는 불균형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은 여전히 중국 경제의 가장 깊은 상처]
더 심각한 부분은 부동산이다. 올해 1~8월 중국의 부동산투자는 전년 동기보다 19.9% 감소했다. 8월 신규주택 가격도 전월 대비 0.1%, 전년 동월 대비 3.0% 하락했다. 대도시 일부에서 개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2·3선 도시의 침체가 계속되면서 광범위한 회복으로 연결되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침체는 단순히 집값의 문제가 아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주택거래 감소는 토지매각 수입을 떨어뜨려 지방정부 재정을 압박하고, 주택가격 하락은 가계의 자산효과와 소비심리를 약화시킨다. 중국 정부가 최근 수십 년 만에 가장 광범위한 주택시장 제도개편에 들어간 것도 단기 부양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라는 판단과 연결돼 있다.
[인민은행장까지 “저신용 성장이 새로운 정상”]
그리고 16일에는 중국 내부에서 더욱 의미심장한 발언이 나왔다. 판궁성(潘功勝) 중국 인민은행장은 “중국의 은행대출 증가세 둔화가 앞으로 ‘새로운 정상(new normal)’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과 지방정부 부문의 자금수요가 감소하는 반면 신산업의 자금수요가 이를 완전히 메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실제 8월 중국 은행의 신규 위안화 대출은 600억 위안에 그쳐 시장 예상치 4000억 위안을 크게 밑돌았다. 1~8월 신규대출 역시 10조4400억 위안으로 전년 같은 기간 13조4600억 위안보다 줄었으며, 가계대출은 6개월 연속 감소했다. 지금 중국 경제를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당장 붕괴하는 경제’라기보다 부동산과 지방정부라는 기존 성장엔진이 약해졌지만 새로운 성장엔진이 아직 그 공백을 완전히 채우지 못하는 경제에 가깝다.
[진짜 공포는 核무기와 인민해방군]
위마오춘이 걱정하는 것은 이런 경제·사회적 문제가 어느 순간 정치적 위기와 중앙통제력 약화로 연결될 경우다. 그가 편집을 맡아 허드슨연구소가 2025년 발간한 ‘공산주의 이후의 중국: 중국공산당 이후 시대를 위한 대비(China after Communism: Preparing for a Post-CCP China)’는 바로 이 상황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보고서는 군사·정보·경제·인권·이행기 정의·헌정 거버넌스 등을 망라해 중국 공산당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분야별로 검토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것은 핵무기와 군 지휘체계다. 중국에는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뿐 아니라 거대한 인민해방군과 무장경찰, 정보·보안기관, 첨단 생물학 연구시설 등이 존재한다. 중앙통제에 갑작스러운 공백이 발생한다면 핵무기를 누가 통제하고 인민해방군이 누구의 명령을 받을 것인지가 중국 내부 문제가 아니라 즉각적인 국제안보 문제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와 위마오춘의 문제의식이다.
[돈의 주인은 누가 되나…‘러시아의 악몽’]
두 번째 문제는 돈이다. 중국에는 거대한 국유기업과 금융기관, 국가 소유 자산과 세계 경제에 연결된 공급망이 존재한다. 중앙권력이 갑자기 기능하지 못한다면 이 자산과 기관을 누가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지라는 문제가 곧바로 등장한다.
위마오춘이 여기서 경고하는 것이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의 경험이다. 민주적 제도와 시민사회, 정당성을 갖춘 국유자산 처리체계와 헌정적 합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체제전환이 진행되면서 막대한 자산이 소수에게 집중되고 과두세력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중·동유럽 국가들은 공산체제 붕괴 이전부터 대안세력과 제도적 구상이 축적돼 있었다는 점을 대비시킨다.
결국 독재체제가 무너진다고 그 다음 날 자동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준비되지 않은 붕괴는 새로운 권위주의나 권력투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위마오춘의 핵심 경고다.
[“정권교체 아니다”…중국의 미래는 중국인이 결정해야]
바로 이 때문에 위마오춘은 자신의 주장을 미국의 ‘중국 정권교체 전략’과 구분한다. 미국이나 다른 외부 국가가 중국의 미래 정부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체제위기가 발생했을 때 핵무기·군·금융·국가자산을 둘러싼 혼란이 국제적 재앙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비하자는 논리다.
무엇보다 그는 최종적인 중국의 정치체제와 미래는 중국 인민이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포스트-CCP 대비를 정권교체 정책이 아니라 21세기 가장 중대한 정치적 돌발상황에 대비해 미리 가입하는 ‘전략적 보험’으로 규정했다.
[Why Times Insight-중요한 것은 ‘붕괴’보다 ‘붕괴 이후를 논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여기서 한 가지 선은 분명하게 그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 “중국 공산당이 붕괴 직전”이라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중국은 여전히 강력한 중앙통제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며, 8월 산업생산이 5.2% 증가한 것처럼 첨단 제조업과 생산 부문에는 상당한 회복력도 존재한다. 따라서 현재의 경제적 어려움과 체제붕괴를 곧바로 인과관계로 연결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다.
그럼에도 이번 논의가 의미 있는 이유는 질문 자체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가능성과 중국의 팽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해 온 워싱턴의 전략담론 한편에서, 이제 미국의 중국정책에 직접 참여했던 인물이 공개적으로 “중국 공산당이 갑자기 실패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반대 방향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더구나 이는 칼럼 한 편에서 갑자기 등장한 생각도 아니다. 허드슨연구소는 이미 2025년 ‘공산주의 이후의 중국’(China after Communism)을 통해 군사·정보·경제·인권·헌정 문제를 망라한 포스트-CCP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따라서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중공 붕괴 계획’을 가동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워싱턴의 일부 전략가들에게 중국 공산당 이후가 검토할 가치가 있는 비상 시나리오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 논의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중국 공산당의 붕괴 시점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 권위주의 체제가 약화되거나 사라진다고 해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저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중국처럼 핵무기와 거대한 군대, 세계적인 공급망과 금융자산을 가진 국가에서는 준비되지 않은 체제전환 자체가 엄청난 위험이 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CCP 논의의 궁극적인 방향은 외부에서 중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 거대한 체제전환이 발생하더라도 혼란과 폭력을 최소화하고 중국 인민이 자신들의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조건을 보전하는 것이어야 한다.
위마오춘이 던진 질문도 결국 여기에 닿는다.
“중국 공산당이 언제 무너질 것인가”가 아니라, “만약 그날이 온다면 중국과 세계는 준비돼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