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미사일 모형 들고 가는 후티 반군 병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예멘의 후티 반군이 인공지능 등 최신 기술을 접목해 미사일과 무인기 등 살상 무기의 독자적 제조 역량을 급격히 강화했다.
친이란 성향의 무장단체 후티가 과거 이란에 의존하던 구조에서 벗어나 서방의 첨단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적극 활용하며 정밀 무기 자체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무기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신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정황이 포착됐다. 티머시 렌더킹 전 미국 예멘 특사는 최근 중동연구소 포럼에 참석해 후티가 역량을 키우고 검증하기 위한 모든 기회를 붙잡고 있다며, 그 결과 중동 지역에서 가장 위협적인 비국가 무력 집단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AI 개발사인 앤트로픽의 최근 보고서에서도 이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예멘 북부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후티 연계 세력은 AI 모델인 '클로드'를 이용해 사거리가 2,000km를 넘어서는 다단계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활공체 등 고도화된 유도 무기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고 시도했다. 목적을 은폐한 채 유도·제어 시스템 설계 정보를 확보하려 한 정황이 확인됐으며, 앤트로픽 측은 내부 안전 장치로 대다수 요청을 막아섰으나 일부를 차단하지 못해 해당 계정을 즉시 정지하고 관계 당국과 협력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후티가 탄도미사일이나 드론 제작용 정밀 부품 상당 부분을 여전히 이란에 의존하고 있으나, 최근 수년간 기술 보급에 힘입어 이란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 생산 기반을 확충했다고 평가한다. 약 10년 전 무인 수상정 제작을 시작으로 기술을 축적해 온 이들은 2022년 4월 유엔 중재로 성립된 예멘 내전 휴전 기간을 발판 삼아 무기 제조 시설을 대폭 확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군사 충돌이 줄어든 틈을 타 내부 생산망을 고도화한 것이다.
피터 샐리스버리 미 컬럼비아대 국제공공정책대학원 겸임교수는 휴전 선언 이후 무기 제조에 쓰이는 물자 유입 경로와 규모가 현저히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Past에는 미사일 동체 같은 대형 부품을 이란에서 완성품 형태로 들여왔지만, 현재는 후티가 통제하는 지역 내부에서 직접 제조하는 사례가 크게 증가했다. 샐리스버리 교수는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후티 반군의 무기 제조와 운용 기술 향상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면서 "그 결과 후티는 일회용 공격 드론 등 여러 무기의 자체 생산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란 방위산업 역시 후티 등 지역 내 친이란 대리 세력을 위해 전담 무기 설계 조직과 생산 시설을 별도로 가동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파르진 나디미 미 워싱턴근동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제공된 무기들은 현지 조립과 운송, 발사 준비가 용이하게 설계되어 이란이 완제품을 직접 넘겨주지 않더라도 현지 세력이 독자적으로 제조·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후티의 무기 자립도 향상은 예멘 내전을 넘어 중동 전역의 안보 불안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1,600km 이상 떨어진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홍해에서 드론과 무인 수상정으로 선박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춘 상태다. 세력을 확장한 이들은 최근 홍해 항구도시 모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 도서 지역까지 통제권을 넓히며 국제 해상 수송로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렌더킹 전 특사는 "후티가 항상 움직이며 역량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그들은 매우 민첩하고 수완이 좋은 조직"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