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훈 whytimes.pen@gmail.com
트럼프 대통령[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연방법원이 유학생과 외국 언론인 등을 대상으로 체류 기한을 엄격히 제한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추진에 차단을 선언했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연방법원의 데니스 세일러 판사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교육 및 이민 단체들이 제출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국토안보부(DHS)가 추진하던 새 이민 규칙의 집행을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예비적 명령이 하달됐다. 이번 사법부의 판단은 해당 조치가 발효되기 불과 하루 전에 전격적으로 내려졌다. 사법부는 해당 제도의 법적 타당성을 다루는 본안 심리를 개시하기에 앞서 우선 조치의 적용을 막았으며, 이어지는 재판 절차는 내달 2일에 진행된다.
재판부는 국토안보부가 행정 규정을 개정하면서 제시한 사유가 극도로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당국은 안보 강화와 비자 관련 불법 행위 차단을 명분으로 내세웠으나, 사법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부작용을 면밀히 분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피상적인 사유 외에 피해를 최소화할 대안책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시행이 가로막힌 신규 행정안은 유학생(F비자)과 교환연구원(J비자), 외국 특파원(I비자) 등에게 적용되던 '체류자격 유지 기간(Duration of Status·D/S)' 관행을 전면 폐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기존 틀 안에서는 학업이나 취재 등 비자 본래의 목적에 맞는 활동을 지속하는 한 별도의 기한 연장 절차 없이 미국 내에 상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개정안은 F·J 비자의 상한을 4년으로 묶고 I비자는 240일로 제한해, 기한 초과 시 이민국(USCIS)의 별도 승인을 받도록 강제했다.
이번 소송을 제기한 원고 측은 새 정책이 학술 연구 현장의 안정성을 저해하고 교육기관의 우수 해외 인재 유치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또한 언론인에게 정기적인 체류 승인을 받게 만드는 구조는 취재 자율성을 압박하고 언론 본연의 독립적 역할을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피력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임용된 세일러 판사는 이번 행정 명령이 지난반세기 동안 유지되어 온 핵심 체류 제도를 흔드는 조치라고 짚었다. 반세기 가까이 유지된 이 제도를 바탕으로 수많은 해외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입되어 과학·의학·산업 전반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국가 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는 F비자 소지자 약 160만 명, J비자 소지자 약 50만 명, I비자 소지자 3만 7천여 명이 거주 중이다. 한국 대사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인 역시 F-1 및 동반가족 1만 3천208명, J-1 및 동반가족 1만 1천165명, I비자 349명 등이 이 제도의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
세일러 판사는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경우 매사추세츠공대(MIT)나 하버드대 등 세계적인 연구 중심 대학의 대학원 과정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외국인 입학자 수 감소와 함께 막대한 재정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미국 고등교육 기반과 국가 경제 전반에 파괴적인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판시했다. 한편 국토안보부는 사법부의 이번 금지 결정에 대해 즉각적인 공식 입장이나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