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빈살만, 하루 두 차례 SOS…그러나 트럼프는 “NO”]
후티반군이 이란의 핵심 동맹세력이라면 미국은 왜 공격하지 않는가. 더구나 호르무즈 해협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바브엘만데브까지 후티의 위협권에 들어가면 미국의 대이란 압박전략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하루 두 차례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군의 후티 직접 타격을 요청했는데도 트럼프는 거절했다. 단순히 ‘이란과 호르무즈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한 선택이라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빈살만의 다급한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미국의 인터넷 매체인 악시오스는 11일, 미 당국자 2명을 인용해 “빈살만 왕세자가 전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 전화했다”면서 “첫 통화에서는 후티의 진격과 사우디가 지원하는 예멘군의 후퇴 상황을 설명했고, 몇 시간 뒤 두 번째 통화에서는 미국이 후티를 즉각 공격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러나 트럼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미 당국자들은 “현재로서는 미국이 후티를 직접 공격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고 악시오스는 밝혔다.
그렇다고 미국이 사우디를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다.악시오스는 “미국은 사우디가 자체 공격에 활용할 수 있도록 후티 표적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미국의 선긋기인데,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의 초점이 홍해를 계속 열어두는 데 있으며, 더 광범위한 예멘 분쟁 해결은 역내 동맹국들이 담당해야 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고 짚었다. 정보와 지원은 주되 미국이 사우디의 전쟁을 대신 싸우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두 달 만에 달라진 빈살만…“지지만 해달라”에서 “직접 때려달라”로]
이번 사태의 심각성은 불과 두 달 사이 달라진 빈살만의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악시오스는 “지난 7월 사우디가 사나 공항을 공격했을 당시 트럼프는 빈살만의 군사행동을 지지했는데, 당시 사우디는 미국이 직접 후티와 전쟁해 달라고 요구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면서 “그런데 두 달 만에 빈살만이 직접 미군의 타격을 요구할 정도로 다급해졌는데, 이는 후티의 서부 예멘 진격이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후티는 10일 홍해 연안의 전략 항구도시 모카를 장악했다. 로이터는 예멘 정부군 소식통들을 인용해 “후티가 모카를 확보하고 하니시 제도까지 진출하면서 바브엘만데브에 대한 영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카는 바브엘만데브에서 약 80㎞ 떨어져 있다. 후티가 두바브와 페림섬 방향으로 추가 진격할 경우 해협을 지나는 선박에 대한 군사적 압박 능력은 훨씬 커질 수 있다.
[호르무즈 막히자 바브엘만데브가 사우디의 생명선 됐다]
문제는 지금의 바브엘만데브가 평상시의 바브엘만데브가 아니라는 점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급감하면서 사우디는 동부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동서횡단 송유관을 통해 홍해 연안 얀부항으로 보내는 우회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선박추적업체 Vortexa는 9월 얀부의 원유·콘덴세이트 선적량을 하루 약 370만 배럴, Kpler는 약 290만 배럴로 추산했다. 호르무즈가 흔들릴수록 홍해가 사우디의 대체 출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후티가 바브엘만데브를 실질적으로 차단할 경우 사우디에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동쪽에서는 호르무즈가 흔들리고 서쪽에서는 홍해 출구까지 위협받는 구조다. 실제로 10일 브렌트유는 후티의 모카 장악과 호르무즈 해상 공격이 겹치면서 6% 이상 급등한 배럴당 107.63달러에 마감했다. 시장은 이미 ‘두 개의 해협이 동시에 흔들리는 위험’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후티 뒤에는 이란…그런데 왜 미국은 안 때리나?]
더욱 중요한 것은 후티가 이란과 연계된 무장세력이라는 사실이다. 로이터는 “이번 후티의 진격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열린 ‘두 번째 전장’”으로 규정했다. 후티가 홍해 연안에서 세력을 확대할수록 이란은 호르무즈뿐 아니라 바브엘만데브에서도 미국과 사우디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전략적 지렛대를 확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의문은 더 커진다. 후티가 이란 편이고 바브엘만데브까지 위협한다면 미국은 왜 지금 후티를 공격하지 않는가. 트럼프 행정부가 밝힌 공식적인 설명은 이란과 호르무즈에 군사적 초점을 집중하면서 새로운 전선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이번 선택을 모두 설명하기는 어렵다. 여기서부터 트럼프의 더 큰 전략적 계산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Why Times Insight]
트럼프의 판단을 읽는 첫 번째 열쇠는 ‘후티 제거’와 ‘바브엘만데브 방어’를 분리해서 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핵심 국익은 후티라는 조직 자체를 제거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홍해의 항행 자유를 유지하는 데 있다. 실제 미 고위 당국자가 미국의 초점은 홍해를 계속 열어두는 데 있으며 더 광범위한 분쟁은 지역 동맹국이 해결해야 한다고 밝힌 것은 이 같은 판단을 뒷받침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요한 숫자가 하나 있다. 로이터가 Kpler 자료를 토대로 전한 11일 보도에 따르면, 10일 호르무즈를 통과한 상품 운반선은 7척에 불과했지만 바브엘만데브는 26척이었다. 바브엘만데브 통항은 아직 유지되고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호르무즈는 이미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지만 바브엘만데브는 아직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트럼프가 지금 직접 전쟁에 뛰어들지 않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다.
두 번째는 이란이 파놓을 수 있는 ‘제2전선의 함정’을 피하려는 계산이다. 미국이 후티와 직접 전쟁을 시작하면 이란은 상대적으로 값싼 대리세력을 이용해 미군을 호르무즈와 예멘이라는 두 개의 전선으로 분산시키는 효과를 얻게 된다. 후티는 미군과 대칭적으로 싸울 필요도 없다. 드론과 미사일, 해상 공격을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미국은 값비싼 함정·항공기·방공전력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 로이터 역시 예멘 전선을 현재 이란 전쟁에서 새롭게 부상한 ‘두 번째 전장’으로 표현했다.
세 번째가 더욱 중요하다. 트럼프는 사우디에 전쟁의 비용과 책임을 돌려주려는 것으로 보인다. 바브엘만데브가 가장 절박한 나라는 지금 미국보다 사우디다. 호르무즈가 흔들리면서 얀부를 통한 홍해 우회수출의 전략적 가치가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트럼프식 질문은 단순해진다. “바브엘만데브가 사우디의 생명선이라면 왜 미군이 대신 싸워야 하는가?”
미국은 정보와 표적 관련 지원을 제공하고 사우디의 방어를 돕는다. 그러나 후티를 밀어내는 전쟁은 사우디와 예멘 정부군이 맡으라는 것이다. 이는 사우디를 버린다기보다 동맹국에 자기 지역의 전쟁 비용을 부담시키는 트럼프식 역할분담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면 후티를 계속 지원하기 위해 돈과 무기, 미사일과 드론 등 자원을 부담해야 하는 쪽은 이란이다. 미국이 이란의 대리전 함정에 들어가는 대신 이란이 대리전의 비용을 계속 지불하게 만드는 구조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빈살만의 두 차례 SOS에 대한 트럼프의 “NO”를 “사우디를 버렸다”고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트럼프가 보내는 메시지는 “호르무즈와 이란 본체는 미국이 맡는다. 예멘과 바브엘만데브는 사우디와 지역 동맹국이 맡아라”에 가까울 가능성이 있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가 홍해 항행 자유는 미국의 이해관계로 규정하면서도 더 광범위한 예멘 분쟁은 지역 동맹국에 맡기겠다고 밝힌 것이 이 해석의 핵심 근거다.
그러나 이 전략에는 결정적인 전제가 있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를 실제로 봉쇄하지 못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모카를 장악하고 해협 쪽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10일에도 바브엘만데브를 26척의 상품 운반선이 통과했다. 만약 후티가 두바브와 페림섬 일대까지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해 상선 통항을 실질적으로 차단하기 시작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그 순간 바브엘만데브는 더 이상 ‘사우디의 전쟁’이 아니라 세계 에너지와 물류를 위협하는 국제적 위기로 바뀐다.
결국 지금 트럼프가 긋고 있는 진짜 레드라인은 ‘후티가 존재하느냐’가 아니라 ‘후티가 바브엘만데브를 실제로 닫느냐’일 가능성이 높다. 빈살만은 후티가 그 선에 도달하기 전에 미국이 움직이기를 원하지만, 트럼프는 아직 미국이 직접 참전해야 할 선까지는 넘어오지 않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티는 이란 편인데 왜 미국은 때리지 않는가? 답은 역설적이다. 트럼프가 후티를 가볍게 봐서가 아니라, 이란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우지 않으려는 것이다. 미국이 싸워야 할 전쟁과 사우디가 싸워야 할 전쟁을 분리하는 것, 그리고 바브엘만데브가 실제로 닫히기 전까지 미국의 화력을 이란 본체와 호르무즈에 집중하는 것, 바로 이것이 빈살만의 두 차례 SOS에도 트럼프가 움직이지 않는 진짜 계산일 수 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