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Epoch AI가 던진 충격적 질문, "2030년 따라잡을 수 있나?"]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겠다며 국가의 명운을 걸었던 인공지능(AI)·반도체 굴기에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문제는 중국이 지금 미국보다 뒤처져 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화웨이가 AI 반도체 생산량을 거의 두 배로 늘려도 엔비디아와의 총연산력 격차는 약 25배에 이르고, 단일 칩 성능에서도 3~4년의 시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산 HBM에만 의존할 경우 화웨이의 AI 연산력 생산량은 2028년에도 엔비디아의 약 1%에 머물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AI 연구기관 Epoch AI는 지난 4일(현지시간) ‘“화웨이는 2030년까지 엔비디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결론은 명확했다. 보고서는 “화웨이가 앞으로 AI 컴퓨팅 기술을 상당히 발전시키더라도 미국의 수출통제가 성능과 생산량을 확대하는 핵심 수단들을 동시에 제약하고 있기 때문에 2030년까지 엔비디아를 따라잡기는 어렵다”면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단순한 현재의 기술격차가 아니며, 화웨이의 공개된 반도체 로드맵을 엔비디아의 향후 개발계획과 함께 비교한 결과, 화웨이 AI 칩이 적어도 2030년까지 엔비디아에 3~4년가량 뒤처질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중국 입장에서 진짜 심각한 문제는 '지금 얼마나 뒤처져 있느냐'가 아니라 화웨이가 앞으로 달려도 엔비디아 역시 더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화웨이 88만 대 엔비디아 2300만…연산력 25배 격차]
Epoch AI가 제시한 2026년 전망치는 더욱 충격적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약 80만 개의 Ascend AI 칩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되며, 올해는 약 150만 개까지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칩 숫자만 놓고 보면 1년 만에 거의 두 배로 증가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를 엔비디아 H100급으로 연산능력(H100-equivalent)을 환산하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Epoch AI는 “화웨이의 올해 생산량을 약 88만 H100e(t(H100 환산치, H100-equivalent)로 추정한 반면 엔비디아는 약 2300만 H100e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화웨이가 생산하는 칩 숫자는 엔비디아의 약 4분의 1 수준이지만, 개별 칩의 이론적 연산능력까지 감안하면 총 AI compute 생산량은 약 25분의 1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Epoch AI가 내놓은 결론이 바로 "화웨이는 2026년 엔비디아 AI 연산력의 4%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보고서는 현재 실제 사용환경에서의 격차가 이론적 수치보다 더 클 가능성도 지적했다. 엔비디아의 CUDA 생태계와 비교하면 화웨이의 CANN 소프트웨어 스택이 훨씬 덜 성숙했기 때문이다.
[더 무서운 숫자 '17.5배'…격차가 오히려 벌어진다]
시진핑에게 더욱 뼈아픈 부분은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이 격차가 자연스럽게 좁혀질 것이라는 기대마저 흔들린다는 점이다. Epoch AI 분석에 따르면, 엔비디아 B300의 이론적 연산성능은 이미 화웨이 Ascend 950 시리즈보다 약 7배 높다. 엔비디아가 Blackwell에서 Rubin, 다시 Rubin Ultra로 넘어가면서 특정 시점의 이론적 성능 격차는 내년 약 17.5배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Epoch는 전망했다.
화웨이의 Ascend 970이 엔비디아 B200에 근접하는 성능을 내는 시점도 2028년 말로 예상된다. 문제는 B200이 이미 2024년에 등장한 제품이라는 것이다. 화웨이가 2028년에 도달할 지점에 엔비디아는 2024년에 이미 와 있었다는 의미다. Epoch AI가 2030년까지도 화웨이가 엔비디아보다 3~4년 뒤처질 것으로 판단하는 핵심 이유다.
[결정적 급소는 HBM…중국산만 쓰면 2028년에도 '1%']
더 큰 문제는 생산량이다. 화웨이가 아무리 좋은 AI 칩을 설계하더라도 이를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첨단 로직 반도체뿐 아니라 막대한 양의 HBM이 필요하다. Epoch AI는 현재 화웨이의 가장 직접적인 생산 병목으로 HBM을 지목했다. 미국의 수출통제로 최첨단 외국산 HBM 확보가 제한된 상황에서 중국이 자체 생산하는 HBM만으로 Ascend 생산을 감당해야 한다면 결과는 훨씬 심각해진다.
보고서는 중국산 HBM만 사용하는 경우 화웨이의 AI compute 생산량이 2028년까지도 엔비디아의 약 1%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밀수나 비축 물량, 다른 메모리를 활용하면 상황을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2030년까지 격차를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이 Epoch AI의 판단이다. 결국 미국의 대중 반도체 통제가 중국 AI 산업을 완전히 멈춰 세우지는 못했지만, 화웨이가 추격하는 데 필요한 '성능'과 '물량'이라는 두 개의 엔진을 동시에 제한하고 있는 셈이다.
[화웨이의 역설…생산은 늘어나는데 상대적 격차는 그대로]
여기서 중국 AI 굴기의 가장 역설적인 장면이 나타난다. 화웨이는 분명 실패한 기업이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강력한 제재를 받으면서도 자체 AI 칩 개발을 계속했고, 생산량 역시 빠르게 늘리고 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버티고 있다. 실제로 올해 화웨이 Ascend 생산량이 Epoch AI의 예상대로 150만 개에 이른다면 지난해 80만 개에서 거의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엔비디아와의 연산력 격차는 약 25배다. 바로 이것이 시진핑에게 가장 불편한 숫자다. 중국이 정체돼 있어서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미국의 발전속도가 그보다 더 빠르기 때문에 격차가 좀처럼 줄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30년은 시진핑이 스스로 정한 시한]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2030년'이라는 시점이다. 중국 국무원은 2017년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AI 이론·기술·응용 전반에서 '세계 선도 수준'에 도달하고 중국을 '세계 주요 AI 혁신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AI 산업 경쟁력 역시 국제 선도 수준에 올려놓고 핵심 AI 산업 규모를 1조 위안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까지 제시했다. 이는 단순한 기업 목표가 아니다. 중국 정부가 국가전략으로 공식화한 약속이다.
그런데 목표 시한을 불과 4년 앞둔 2026년 현재 중국 AI 굴기의 선봉인 화웨이가 엔비디아의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연산력을 생산하고 있고, 2030년까지도 칩 성능에서 3~4년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Epoch AI 보고서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화웨이가 엔비디아를 이길 수 있는가"가 아니다. "중국은 과연 스스로 선언했던 2030년 AI 세계 선도국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바로 이것이 베이징이 훨씬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질문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보고서를 중국 AI 산업의 '사망선고'로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 화웨이는 생산량을 늘리고 있고 중국 역시 반도체와 HBM 국산화에 막대한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미국의 수출통제가 역으로 중국의 기술자립을 가속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중국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점이다.
화웨이의 Ascend 생산량이 두 배 가까이 증가해도 엔비디아와 총연산력에서 약 25배의 격차가 존재하고, 엔비디아가 차세대 제품을 계속 내놓으면서 칩 성능의 시간차마저 2030년까지 3~4년가량 유지된다면, 중국의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추격 논리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는 시진핑이 직접 국가전략으로 끌어올린 '기술 자립'과 맞물린 문제다. 중국은 2030년 AI 세계 선도국을 목표로 내걸었지만, 이제 남은 시간은 불과 4년이다.
따라서 시진핑에게 가장 두려운 숫자는 단순한 '4%'가 아닐 것이다. 중국이 전력질주하고 있는데도 결승선이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 이것이 이번 Epoch AI 보고서가 중국의 AI 굴기와 시진핑의 2030년 계획에 던진 가장 무거운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