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밴스가 답했다…“트럼프는 이란에 메시지를 보낸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직 공격하지도 않은 이란 하르그섬의 석유시설이 화염에 휩싸이는 AI 영상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미군이 실제 공격한 곳은 하르그섬이 아니라 600㎞ 이상 떨어진 라라크섬이었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굳이 이란 원유 수출의 심장부인 하르그섬이 파괴되는 장면을 만들어 보여줬을까. JD 밴스 부통령은 이에 대해 “이란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문제는 이제 가짜영상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트럼프가 이란에 무엇을 경고하려고 했느냐에 있다.

로이터통신은 1일, “지난 30일(현지시간) 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Truth Social 계정에 하르그섬 석유시설이 대규모 폭격을 받는 AI 생성 영상 2편을 올렸는데, 석유 저장탱크와 유조선, 해안의 대형 석유시설이 연쇄적으로 폭발하는 장면이었다”면서 “트럼프는 여기에‘하르그섬이 산산조각 나고 있다!!!’는 문구까지 붙였는데, 그러나 실제 하르그섬에서는 그런 공격이 벌어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트럼프가 라라크섬과 하르그섬을 혼동한 것일까. 로이터는 이에 대해 “다음 날 밴스 부통령이 내놓은 설명은 전혀 달랐는데, 밴스는 트럼프가 SNS를 통해 실제 군사작전을 발표한 것이 아니라며 이번 게시물은 ‘이란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면서 “미국 당국자 역시 하르그섬은 실제 공격 대상이 아니었다고 확인했는데, 결국 트럼프의 영상은 ‘이미 벌어진 전쟁’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장면을 이란에 보여준 것일 가능성이 커진 것”이라고 짚었다.
[그런데 왜 하필 하르그섬인가?]
여기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온다. 이란에는 수많은 군사기지와 미사일시설, 항구가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하필 하르그섬을 골랐을까. 하르그섬은 평범한 섬이 아니다. 전쟁 이전 기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처리하던 핵심 거점이다. 때문에 로이터는 “하르그섬이 실제로 공격받을 경우 이란의 에너지 무역에 막대한 타격을 주면서 이미 압박받고 있는 이란 경제를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하르그를 때린다는 것은 군사기지 하나를 파괴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란 정권의 마지막 경제적 생명줄을 직접 겨냥한다”는 의미다.
더욱 의미심장한 것은 트럼프가 하르그섬을 처음 거론한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난 7월에도 트럼프는 하르그섬이 폭격당하고 이란 유조선이 미군에 나포되는 AI 이미지를 잇달아 게시했다. 따라서 이번 영상은 우발적인 선택이라기보다 트럼프가 하르그섬을 이란 압박의 상징적인 목표물로 반복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3월에는 실제로 때렸다…그런데 석유시설만 살려뒀다]
이번 AI 영상을 해석하는 결정적인 열쇠는 5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군은 지난 3월 13일 실제로 하르그섬을 대규모 공격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에 따르면 당시 미군은 섬에 있던 기뢰 저장시설과 미사일 저장 벙커를 비롯해 90개가 넘는 군사 목표물을 정밀타격했다. 그런데 미 중부사령부는 당시 작전 결과를 발표하면서 매우 중요한 문구를 명시했다. “석유 인프라는 보존했다(preserving the oil infrastructure)”는 것이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하르그섬을 공격할 군사적 능력이 있었고 실제로 대규모 폭격까지 실시했지만, 이란 경제의 목줄인 석유시설만큼은 의도적으로 건드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군사시설을 제거하는 것과 이란의 원유수출 능력 자체를 파괴하는 것 사이에 분명한 선을 그어놓았던 셈이다.
[그런데 이번 AI영상에서는 바로 그 ‘금지선’을 없앴다]
그래서 이번 영상이 의미심장하다. 3월 실제 폭격에서는 살아남았던 석유 저장탱크와 수출시설이 이번 트럼프의 AI 영상에서는 불길에 휩싸인다. 유조선이 폭발하고 대형 해안 석유시설에는 미사일이 쏟아진다. 실제 전쟁에서는 의도적으로 남겨뒀던 목표물을 가상세계에서는 완전히 파괴해버린 것이다.
이를 밴스의 “이란에 보내는 메시지”라는 설명과 연결하면 상당히 다른 그림이 나온다. 지금까지 미국이 넘지 않았던 선을 트럼프가 AI를 통해 이란 지도부 앞에 펼쳐 보인 셈이다. 즉 “우리는 지난번에는 하르그의 군사시설만 때리고 석유시설은 살려줬지만, 그 선택이 영원히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경고로 읽힐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는 공식적인 공격 예고라기보다는 트럼프 특유의 극단적인 시각적 압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직전에 미국이 실제로 때린 곳은 라라크섬이었다]
더구나 트럼프가 이 영상을 올린 시점도 예사롭지 않다. 미군은 바로 직전 호르무즈해협 인근 라라크섬을 공격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기뢰 부설 전력을 겨냥해 로켓 발사대 2기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 사이에 한 달여 만에 다시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이란은 곧바로 요르단 내 미군기지들을 향해 미사일 공격에 나섰고, 트럼프는 강력한 보복을 경고했다.
라라크섬과 하르그섬은 전략적 성격부터 다르다. 라라크섬은 호르무즈해협에 인접해 있어 기뢰전과 해협 통제에 중요한 반면, 하르그는 이란의 원유 수출을 떠받치는 핵심 거점이다. 따라서 라라크섬이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 카드’라면 하르그는 이란의 ‘석유 돈줄’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일단 전자를 실제 공격한 직후, 트럼프가 후자의 파괴 장면을 보여준 것이다.
[“호르무즈 다시 막으면 석유 심장도 안전하지 않다”?]
이 두 사건을 연결하면 트럼프가 보내려 했던 메시지는 더욱 선명해진다. 미국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에서 기뢰 부설 능력을 다시 구축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높아지자 국제유가도 즉각 반응했다. 미·이란의 공격 재개 이후 브렌트유는 2.5% 넘게 상승해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섰다. 그만큼 호르무즈와 이란 원유시설은 세계 경제까지 흔들 수 있는 민감한 목표물이다.
따라서 이번 영상에는 “호르무즈에서 계속 도발하면 미국의 다음 선택지는 기뢰 발사대 몇 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위협이 담겼을 가능성이 있다. 더욱이 미국은 지난 6월 하르그섬으로 향하던 유조선의 기관실을 헬파이어 미사일로 공격해 운항을 중단시키는 등 하르그를 둘러싼 해상 압박도 이미 실행해왔다.
다만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 현재 공개된 정보 어디에도 미국이 하르그섬 석유시설에 대한 실제 공격을 결정했다는 증거는 없다. 밴스의 설명 역시 ‘메시지’라는 것이지 ‘공격 예고’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Why Times Insight]
그렇다면 트럼프의 영상은 허풍일까, 아니면 실제 공격의 예고편일까. 현재로서는 그 둘 사이에 있는 ‘시각적 최후통첩’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트럼프가 보여준 것은 하르그섬의 ‘현재’가 아니다.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하르그섬의 ‘미래’다. 더욱이 미국은 이미 지난 3월 하르그섬 군사시설 90곳 이상을 실제 타격하면서 석유시설만 정확히 남겨놓았다. 따라서 이란 지도부 역시 미국이 하르그섬을 공격할 능력이 있는지를 놓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이미 한 번 증명됐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영상의 진짜 메시지는 오히려 ‘지난번에 왜 석유시설을 살려뒀는지를 생각해보라’는 데 있을 수 있다.
지난 3월 미국은 군사시설과 경제 인프라 사이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트럼프 스스로 AI 영상에서 그 선을 지워버렸다. 실제 공격은 아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와 기뢰전을 계속하고 미국과의 충돌 수위를 높인다면, 지금까지 미국이 성역으로 남겨놓았던 원유 수출시설까지 압박 카드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트럼프의 하르그섬 AI 영상을 단순한 ‘가짜뉴스 해프닝’으로만 보는 것도, 곧바로 ‘공격 임박 신호’로 단정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트럼프는 폭탄을 떨어뜨리기 전에 폭탄이 떨어진 뒤의 모습을 먼저 보여주는 심리전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 공격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란 지도부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계산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이란에 던진 질문은 결국 하나로 압축된다. “지난번에는 석유시설을 살려줬다. 그런데도 계속 호르무즈를 위협할 것인가?”
이란이 이 경고를 허풍으로 받아들일지, 아니면 미국이 그동안 넘지 않았던 마지막 선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일지가 향후 미·이란 충돌의 다음 단계를 결정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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