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달리고 춤추고 쿵푸까지…그런데 공장 가면 인간의 20%]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달리고, 춤추고, 쿵푸를 하고, 권투까지 하면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를 두고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를 선도하기 시작했다는 평가까지 쏟아진다. 그러나 화려한 시범무대에서 로봇을 끌어내 실제 공장에 세워놓는 순간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단순 작업조차 인간 생산성의 20% 수준이고, 쓸 만한 동작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 최대 300번의 시도가 필요하다. 중국이 세계에 보여준 ‘로봇 굴기’와 실제 산업현장의 기술력 사이에는 생각보다 훨씬 큰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27일(현지시간)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을 집중 취재한 장문의 심층보도를 통해 중국 로봇산업의 화려한 외형 뒤에 감춰진 실상을 파헤쳤다. 로이터는 “광시좡족자치구 류저우의 로봇 훈련센터에는 100대가 넘는 휴머노이드가 줄지어 서 있었는데, 중국 로봇업체 유비테크(UBTech)가 광시 지방정부로부터 1800만달러 규모의 사업을 수주해 구축한 시설”이라면서 “그런데 로봇에게 상자 분류나 국수 포장, 커피 만들기 같은 단순 작업을 학습시키는 데 초보 트레이너는 쓸 만한 동작 하나를 얻기까지 최대 300번, 숙련자도 약 50번의 반복이 필요했다”고 보도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생산성이다. 로이터는 “류저우 훈련센터 관계자는 현재 휴머노이드가 단순 작업을 수행하는 속도나 산출량이 사람의 약 20% 수준”이라면서 “쉽게 말해 무대 위에서는 사람보다 빠르게 달리고 화려한 동작까지 보여주지만, 공장에 데려가 실제 일을 시키면 아직 사람 한 명의 5분의 1 수준이라는 의미”라고 짚었다.
로봇 스타트업 위안리링지의 탕원빈 공동창업자 겸 CEO도 “로봇의 IQ가 너무 낮다”며 “상당수 시연은 일하는 척하는 춤”이라고 표현했다. 결국 “현재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핵심 약점은 움직임 자체가 아니라, 환경이 조금만 달라져도 스스로 판단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지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달리기는 세계 최고…그런데 케이블 하나 꽂는 게 더 어렵다]
로이터는 “최근 중국 휴머노이드가 마라톤을 뛰고 격투기를 하고 춤을 추는 영상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중국이 이미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세계 최강 수준에 올라섰다는 인상이 확산됐다”면서 “실제로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휴머노이드로봇대회에서는 일부 로봇이 인간 육상 세계기록보다 빠른 기록을 냈지만, 이 대회의 진짜 시험대는 달리기가 아니라 포장·창고작업·전기차 충전·케이블 연결처럼 실제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작업”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로봇기업 관계자들조차 같은 문제를 인정한다. 로봇기업 루모스 로보틱스의 위차오 CEO는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가치가 있다”면서 “단순히 뛰고 점프하는 것만으로는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국 관객을 놀라게 하는 운동능력과 기업이 돈을 주고 구매할 산업 생산성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하드웨어 생산력만 놓고 보면 중국의 경쟁력은 무시하기 어렵다. 로이터가 인용한 BofA 글로벌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 약 2만 대 가운데 중국 제조업체가 차지한 비중은 95%에 달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10만 대 이상 생산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많이 만든다’는 것과 ‘제대로 일한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로이터가 내린 핵심 진단도 바로 이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강력한 하드웨어 제조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휴머노이드가 범용 노동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능은 아직 부족하며, 미리 정해진 절차에서 벗어나거나 직관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중국이 세계에 보여주는 것은 ‘로봇 노동자’의 완성이라기보다 ‘로봇 몸체의 대량생산 능력’에 더 가깝다. 실제 중국 로봇기업 X Square Robot의 왕첸 CEO도 지난 4월 로이터에 “하드웨어는 상당 부분 준비됐지만 두뇌가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현재 기술의 병목현상을 인정했다. 지금의 중국산 로봇도 대부분 엔비디아 등의 해외의 첨단 칩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봇이 팔려서 만드는 게 아니다…中정부가 최대 고객]
더 중요한 문제는 중국 휴머노이드 시장이 실제 민간수요로 성장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 따르면 중국에는 이미 150개가 넘는 휴머노이드 기업이 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 수보다도 많다. 그런데 중국 중앙·지방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로봇과 관련 장비를 구매하는 데 사용한 돈은 최소 2억3000만 달러에 달했다. 1년 전의 약 3.7배,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38배다.
결국 정부가 한쪽에서는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다른 쪽에서는 이들이 만든 로봇을 직접 구매하며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구조다. 딥로보틱스는 지난해 순이익 420만달러 가운데 약 42%가 보조금에서 나왔다. 그런데 2024~2025년 2년 동안 판매한 휴머노이드는 단 4대였다. 유비테크도 지난해 4분기 국유기업들로부터 최소 1억2300만달러 규모의 신규 계약을 확보했다. 중국 휴머노이드 산업의 최대 고객이 민간 공장이 아니라 사실상 국가라는 기형적인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전기차 성공공식 복사했지만…이번엔 ‘두뇌’가 없다]
로이터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계산은 분명하다. 전기차와 태양광에서 사용했던 산업정책을 휴머노이드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보조금을 투입하고 수많은 기업을 경쟁시킨 뒤 대량생산을 통해 가격을 떨어뜨리고, 치열한 구조조정 끝에 살아남은 기업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전기차와 태양광은 중국이 대량생산에 나설 당시 이미 상품성과 시장이 존재했던 산업이다. 휴머노이드는 손의 정교함, 신뢰성, 상황판단, 인공지능 등 핵심 기술 자체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상품이 완성된 뒤 공장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쓸모가 검증되기도 전에 생산능력부터 키우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미국 투자회사 인터커넥티드캐피털의 케빈 쉬 창업자는 “일부 중국 로봇업계 창업자들이 이미 이 시장을 ‘버블’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1억 시간 필요한데 겨우 50만 시간…200배 데이터 격차]
중국 로봇의 가장 큰 약점은 결국 ‘두뇌’다. 휴머노이드는 물체를 보고 판단한 뒤 팔을 움직여 정확한 위치에서 적절한 힘으로 물체를 집어야 한다. 문제는 조명이나 각도, 표면, 물체 위치가 조금만 달라져도 실패할 수 있다는 점이다. 베이징 통용인공지능연구원의 자바오슝 연구원은 이를 “마지막 10㎝에서 1㎝, 다시 1㎜로 들어가는 문제”라고 표현했다.
더 심각한 것은 데이터다. 업계 추정에 따르면 현재 확보된 고품질 로봇 훈련데이터는 약 50만 시간인 반면, 진정한 물리적 지능에 필요한 데이터는 약 1억 시간이다. 무려 200배의 격차다. 이는 돈과 생산량만 늘린다고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샤오미 공장도 ‘사람 닮은 로봇’ 대신 로봇팔 쓴다]
이러한 현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중국 최첨단 자동차공장이다. 로이터는 “샤오미 베이징 전기차 공장은 조립공정의 91%가 자동화돼 있는데 그 일을 담당하는 주역은 화려한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차체공장에서는 700대가 넘는 기존 산업용 로봇이 용접과 리벳, 접착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리자동차 산하 지커 역시 유비테크와 협력해 휴머노이드를 부품 분류·상자 운반 등에 시험하고 있지만, 회사 측은 현재 실제 가동되는 조립라인의 핵심 작업은 여전히 산업용 로봇팔과 자동운반장비가 담당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공장은 로봇이 얼마나 사람처럼 생겼는지, 얼마나 멋지게 달리는지를 평가하지 않는다.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고장 없이 일하느냐가 핵심이다. 현재 그 기준에서는 기존 산업용 로봇이 휴머노이드보다 우위에 있다.
[Why Times Insight]
중국산 휴머노이드의 진짜 경쟁력은 무대 위 ‘쿵푸’나 ‘달리기’가 아니다. 오히려 경계해야 할 것은 화려한 시연 영상을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중국 휴머노이드의 현실은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몸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빨리 만들었지만, 그 몸을 제대로 움직일 두뇌는 아직 따라오지 못했다.”
물론 중국을 무시해서도 안 된다. 중국은 막대한 국가자금과 제조능력을 동원해 실패를 감수하면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 그러나 지금 벌어지는 것은 완성된 ‘로봇 혁명’이라기보다 미래의 성공을 앞당기기 위한 거대한 국가적 베팅에 가깝다.
그리고 그 베팅이 실패한다면 지금 쿵푸와 달리기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로봇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산업현장에 제대로 투입되기도 전에 사라질 수 있다. 중국 로봇의 진짜 승부는 화려한 쇼 무대가 아니라, 결국 공장 바닥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