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상원의원 죽이고 의사당 건물 최대한 파괴”…백악관까지 노렸다]
9·11 테러 25주기를 불과 3주가량 앞둔 미국 뉴욕에서 또다시 대량살상을 노린 테러 모의가 적발됐다.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한 30대 여성이 뉴욕주 의사당을 폭파하고 회의 중인 상원의원들을 살해하려다 폭탄과 총기를 넘겨받는 단계에서 FBI에 체포된 것이다. 용의자는 9·11 테러를 공개적으로 찬양했으며, 의사당 공격에 성공한 뒤 시리아로 도피하고 다시 미국에 잠입해 타임스스퀘어까지 공격하려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5년 전 뉴욕을 피로 물들인 테러의 악몽이 이번에는 미국 민주주의의 심장부를 겨냥해 되살아날 뻔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미 법무부와 뉴욕 북부연방검찰에 따르면 뉴욕주 올버니에 거주하는 제시카 보위(35)가 지난 19일 국가지정 외국테러조직인 IS에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면서 “보위는 이튿날 대니얼 J. 스튜어트 연방치안판사 앞에 처음 출석해 추가 절차가 진행될 때까지 구금됐는데, 유죄가 인정될 경우 최대 20년의 징역과 25만달러의 벌금, 출소 후 종신 감독에 처해질 수 있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로이터는 이어 미 법무부의 공소장을 인용해 “보위의 목표는 단순한 시설 파손이 아니었다”며 “그는 IS 조력자로 믿었던 FBI 정보원에게 ‘건물을 가능한 한 많이 파괴하고, 상원의원들이 회의하고 있을 때 그들을 죽이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그는 중요 문서까지 없애 미국의 통치체계 자체에 충격을 가하고 싶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미국 국민을 대표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을 살해하고 입법기관을 마비시켜 공포를 확산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이는 명백히 미국의 민주적 통치질서를 정조준한 테러 계획이었다.
이에 대해 ABC News는 “보위는 약 5년 전 이슬람으로 개종한 뒤 온라인 공간에서 급진화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올해 5월에는 IS에 대한 공식 충성 서약인 ‘바야(Bayah)’를 영어와 아랍어로 녹음해 온라인에 유포했는데, 여러 소셜미디어 계정을 이용해 반미·친테러 메시지를 퍼뜨렸고 계정이 정지될 때마다 새 계정을 개설했다”고 짚었다. ABC News에 따르면, 특히 “9월 11일을 허락한 알라께 찬양을”이라는 취지의 글과 “이주할 수 있게 되면 이교도들에게 독을 먹이겠다”는 글까지 남겼다. 9·11 테러로 희생된 수천 명의 죽음을 찬양한 인물이 정확히 25주기를 앞두고 뉴욕의 공직자와 시민들을 다시 살육하려 했던 것이다.
[다섯 차례 정찰하고 폭탄 부품까지 구입했다]
이번 사건을 충동적인 온라인 망상 정도로 축소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계획이 이미 실행 준비단계까지 진입했기 때문이다. FBI에 따르면 보위는 7월 21일부터 8월 9일까지 최소 다섯 차례 뉴욕주 의사당 주변을 찾아 건물과 출입구 등을 촬영했다. 폭발물을 음식배달업체 가방에 숨겨 경계망을 통과시키는 방안도 논의했으며, 폭탄의 살상력을 높이는 데 사용될 수 있는 못을 비롯한 부품을 직접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CBS News에 따르면 보위는 경찰이 접근할 경우 총격전을 벌이겠다며 총기까지 요구했다. 그는 무기 구입비로 150달러, 폭발물 제작자에게 줄 돈이라며 200달러를 정보원들에게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감옥에 가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공격 과정에서 체포될 경우 경찰에게 총격을 가하고 현장에서 죽는 것까지 각오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과격 발언을 넘어 정찰, 자금 제공, 폭발물 준비, 무장 저항 계획이 결합된 구체적인 테러 실행 절차였다.
FBI는 19일 보위가 진짜라고 믿은 비활성 모의 폭발물과 총기·탄창·실탄을 넘겨받은 직후 체포했다. 몸에서는 손으로 쓴 IS 충성 서약문도 발견됐다. FBI가 사전에 개입해 제공한 폭탄은 작동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보위가 그것을 실제 대량살상용 폭발물로 믿고 인수했다는 점이다. 수사기관의 위장작전이 없었다면 그가 다른 경로로 무기와 폭발물을 확보하려 했을 가능성을 가볍게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의사당은 시작에 불과했다…타임스스퀘어 연쇄공격 구상]
더 섬뜩한 부분은 뉴욕주 의사당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첫 번째 표적이었을 가능성이다. AP는 수사 당국 발표를 인용해 “보위는 의사당 공격 이후 미국을 빠져나가 시리아로 도피한 뒤, 다시 미국에 들어와 타임스스퀘어 새해맞이 행사 등을 공격하는 방안을 거론했다”면서 “백악관 공격도 검토했지만 경비가 지나치게 삼엄하다는 이유로 일단 미룬 것으로 전해졌는데, 계획대로라면 정부기관 폭파와 공직자 살해에 이어 세계적인 관광명소에 모인 민간인들을 상대로 두 번째 대량살상을 벌이려 했던 셈”이라고 짚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법무부 발표는 보위가 공격 이후 ‘시리아 내 IS 통제 지역’으로 도피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IS는 2019년 시리아 바구즈의 마지막 고정 영토를 잃었기 때문에 이 표현을 현재 IS가 시리아에서 공식 영토를 통치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는 시리아 내 IS 잔존세력의 활동지역 또는 보위가 IS 지배지역이라고 믿었던 곳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실 인식이 왜곡돼 있었다고 해서 살해 의도와 실행 준비의 위험성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뉴욕주 “임박한 위협은 없지만 경계 계속한다”]
캐시 호컬(Kathy Hochul) 뉴욕주지사는 “FBI와 주 경찰이 끔찍한 공격을 사전에 저지했다”며 수사기관에 감사를 표했다. 호컬 주지사는 “공직자들을 겨냥한 정치폭력과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이미 의사당과 정부시설의 보안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당장 확인된 추가 위협은 없지만 연방·주 법무기관과 계속 협력해 뉴욕 시민과 정부기관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도 “이번 사건은 매우 충격적”이라고 규탄하면서 “뉴욕과 미국 어디에도 테러와 정치폭력이 설 자리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NBC는 “사건 장소인 올버니는 뉴욕시가 아니라 뉴욕주의 주도이지만, 용의자가 타임스스퀘어까지 후속 표적으로 검토했다는 점에서 뉴욕시 역시 이번 위협과 무관하지 않다”면서 “이번 사건은 종교나 특정 공동체의 문제가 아니라, 극단주의 이념에 사로잡힌 개인이 무고한 시민과 공직자를 살해하려 한 테러 범죄의 문제로 단호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사건을 ‘외로운 늑대 한 명의 허술한 범행’으로 치부한다면 가장 중요한 경고를 놓치게 된다. 보위에게 국제 테러조직의 직접 지령이나 전문적인 폭탄 제조 능력이 없었던 것은 사실일 수 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를 통한 급진화는 이미 충성 맹세와 표적 선정, 반복 정찰, 폭발물 부품 구매, 자금 지급, 총기 및 폭탄 인수 단계로 이어졌다. 조직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표적을 선택해 움직이는 자생적 테러범이야말로 정보기관이 가장 조기에 찾아내기 어려운 위협이다.
뉴욕주 상원이 현재 휴회 중이어서 당장 “회의 중인 상원의원들을 살해하겠다”는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그것이 범행의 위험성을 낮춰주는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의회 일정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개인이 온라인 극단주의에 중독된 채 폭탄과 총기를 찾아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자생 테러의 예측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FBI 정보원을 실제 IS 조력자로 믿지 않았다면, 다른 극단주의자나 실제 폭발물 공급자를 찾아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IS는 영토를 잃었지만 사람의 정신을 오염시키는 선전망까지 잃지는 않았다. 9·11 테러를 찬양한 미국인이 25년 뒤 다시 뉴욕의 의사당과 타임스스퀘어를 피로 물들이려 했다는 사실은 그 위협이 결코 과거형이 아님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FBI가 폭탄이 터지기 전에 막아냈다. 그러나 다음번에도 정보원이 먼저 접근하고, 다음번에도 범인이 가짜 폭탄을 받아 들리라는 보장은 없다. 9·11 25주기를 앞둔 미국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미수사건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준엄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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