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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시진핑 9월 방미 6주 앞두고 멘붕에 빠진 중국, 트럼프 방중 때 미국 괴롭힌 대가 되돌려받나? 완성된 각본 요구하는 베이징과 현장 협상하는 워싱턴의 충돌 2026-08-16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완성된 각본 요구하는 베이징과 현장 협상하는 워싱턴의 충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9월 미국 국빈방문을 불과 6주가량 앞두고 베이징 외교라인이 사실상 ‘멘붕’ 상태에 빠졌다. 정상회담을 총괄할 미국 측 책임자와 구체적인 의전, 합의문은 물론 시 주석이 들고 돌아갈 성과물조차 확정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의 행정 혼선이나 조직적 공백으로 해석해서는 본질을 놓치게 된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준비 과정에서 중국이 세부 협의에 비협조적으로 나오며 미국 측을 곤혹스럽게 했던 상황이 이번에는 정반대 방향으로 재현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훨씬 정확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5일, “시 주석의 방미가 2015년 이후 첫 미국 국빈방문임에도 구체적인 성과물을 마련하는 작업이 거의 진척되지 않고 있다”면서 “준비 상황을 아는 소식통은 미국 측에서 이번 방문을 조직할 책임 관료나 기관이 뚜렷하게 지정되지 않았으며, 양국 실무진도 명확한 지휘 체계 없이 통상적인 준비만 이어가고 있어서 중국측이 사실상 멘붕에 빠져있는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이 가장 답답해하는 것은 회담이 무산될 가능성보다 시진핑에게 보고할 수 있는 ‘완성된 정상회담 각본’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회담을 준비하지만 중국은 시진핑의 각본을 만든다]


SCMP는 이러한 상황을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혼선으로 바라봤지만, 실제로는 미중 양국의 전혀 다른 외교 의사결정 구조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미국은 국무부와 재무부, USTR, 국가안보회의 등 공조직이 기본 의제와 협상 원칙을 조율한 뒤 대통령이 현장에서 상대 정상과 최종 담판을 벌인다. 모든 발언과 결과를 사전에 문장 단위로 고정할 필요가 없으며, 협상 과정에서 새로운 제안을 내놓거나 기존 방침을 수정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는 이런 미국식 구조 가운데서도 현장성과 돌발성이 강하다. 정부 각 부처가 회담의 기본 골격과 선택지를 준비하더라도 최종적인 방향타는 트럼프의 판단이다.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협상 수위를 바꾸거나 예정에 없던 요구를 제시하고, 회담 직전까지도 핵심 카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이 트럼프식 정상외교다. 따라서 미국이 세부 합의문을 일찍 확정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중국은 정반대다. 시진핑의 동선과 착석 순서, 회담에서 사용할 표현, 공동발표문에 들어갈 문구와 중국 관영매체가 내보낼 화면까지 최대한 사전에 통제돼야 한다. 시진핑 체제에서는 정상회담이 상대국과의 공개적인 협상 무대이기 전에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무오류성을 연출하는 정치행사이기 때문이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나 갑작스러운 제안에 시 주석이 즉석에서 대응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중국 실무진에게는 중대한 정치적 위험이 된다.


이는 시진핑이 즉흥적인 외교 담판과 공개 토론에 강한 지도자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정상회담에서 어떤 발언을 할지, 상대가 어떤 요구를 제시할지, 회담 뒤 무엇을 성과로 선전할지를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중국 측은 시 주석에게 방미 계획을 자신 있게 보고하기 어렵다. 미국은 정상회담을 위한 기본 준비만 해도 되지만 중국은 시진핑이 실수하거나 수세에 몰리는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완벽한 무대’를 제작해야 한다. 지금 베이징의 불안은 바로 이 무대를 만들 수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트럼프 방중 때 중국이 썼던 수법, 이번에는 미국이 되돌려준다]


더욱 뼈아픈 것은 중국이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 준비 과정에서 미국 측을 똑같이 곤혹스럽게 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중국은 주요 의제와 일정, 의전 문제의 확정을 늦추며 미국 협상단을 압박했고, 재무부와 USTR이 국무부의 빈자리를 메우며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해야 했다. 중국은 개최국이 가진 의전과 일정 통제권을 협상 지렛대로 이용했고, 미국은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 정상회담을 준비해야 했다.


그러나 이번 회담 장소는 베이징이 아니라 워싱턴이다. 의전과 회담장, 언론 노출, 공동발표 형식과 정상 간 동선을 백악관이 통제한다. 지난 5월 중국이 개최국의 우위를 이용해 미국을 압박했다면, 이번에는 미국이 같은 방식으로 중국을 기다리게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자신들이 사용했던 수법을 그대로 되돌려받는 셈이며, 미국이 의도적으로 준비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면 이는 상당히 정교한 심리전이기도 하다.


미국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세부 사항이 정해지지 않아도 현장에서 대응할 수 있다. 반면 중국은 시진핑이 워싱턴에 도착하기 전에 회담의 진행 방향과 예상 결과를 사실상 확정해야 한다. 미국이 하나의 결정을 늦출 때마다 중국은 여러 개의 대응 시나리오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시간은 양쪽에 똑같이 흐르지만, 그 압박은 각본 의존도가 높은 중국 측에 훨씬 무겁게 작용한다.


[회담 책임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무엇을 꺼낼지’]


SCMP가 전한 소식통들은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스티븐 청 공보국장 등이 시 주석을 상대로 미국의 우위를 과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참모들은 관계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차 역시 반드시 미국의 정책 공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러 부처와 참모가 서로 다른 선택지를 제시하고, 마지막 순간 대통령이 방향을 정하는 것은 미국 행정부의 정상적인 정책 결정 과정일 수 있다.


중국이 진정 두려워하는 것은 미국 측 책임 부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9월 24일 백악관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에게 어떤 돌발 요구를 제시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약 300억달러 규모의 관세 감면이 현재 거론되는 거의 유일한 구체적 카드지만, 이것이 확정된 정상회담 성과물인지는 불분명하다. 지난 5월 합의됐다는 미중 투자위원회도 아직 본격적인 협의에 들어가지 못해 시 주석이 내세울 만한 성과로 발전하지 못했다.


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에 따른 제재 대상을 확대하고 중국산 로봇 기기와 전력 인버터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반면, 중국도 미국 기업 제재와 드론 관련 기술의 수출통제로 맞서면서 정상회담의 기반은 오히려 더 약해졌다. 정상회담 날짜는 다가오는데 갈등 현안은 쌓이고, 시진핑의 체면을 세워줄 합의는 보이지 않는 것이다.


[중간선거 앞둔 트럼프, 시진핑 앞에서 깜짝 카드 꺼낼 수도]


국제위기그룹의 알리 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외적으로 민감한 시점에 시 주석을 맞게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란전쟁 장기화에 대한 지지층의 피로가 커지고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의 부담까지 가중된다면, 트럼프가 중국을 상대로 강력한 지도자 이미지를 회복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자신의 안방인 워싱턴에서 시 주석을 압박하는 깜짝 정책이나 새로운 요구를 발표한다면 정치적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다.


이 시나리오는 중국이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트럼프가 관세, 대만, 중국의 대러·대이란 지원, 공급망 또는 첨단기술 문제를 현장에서 갑자기 제기한다면 시진핑은 준비된 원고를 넘어 즉석에서 대응해야 한다.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면 국제적으로 지도력이 훼손되고, 지나치게 강경하게 대응하면 회담 자체가 파국으로 흐를 수 있다. 그렇다고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중국 내부에서 굴욕 외교라는 비판을 받을 위험이 있다.


따라서 베이징은 회담 전에 미국의 요구와 발표 내용을 최대한 확정하려 하지만, 백악관은 그럴 이유가 없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유지할수록 트럼프가 쓸 수 있는 협상 지렛대는 커진다. 시진핑의 방미가 가까워질수록 미국보다 중국이 더 초조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사태의 본질은 ‘준비가 안 된 미국’과 ‘피해를 보는 중국’의 구도가 아니다. 공조직이 기본 원칙과 선택지를 준비한 뒤 대통령이 현장에서 담판하는 미국식 외교와, 최고지도자의 모든 동작과 발언을 사전에 통제해야 하는 시진핑식 각본 외교가 정면으로 충돌한 것이다. SCMP는 미국 측 책임 부서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했지만, 정작 왜 그 상황이 중국에 훨씬 더 치명적인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미국 대통령은 회담장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등장해도 참모들의 조언을 받아 입장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 외교관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시진핑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만나는 것 자체를 막는 일이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될수록 지도자의 판단은 빨라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느 누구도 지도자에게 실패 가능성이 있는 선택지를 보고하지 못하면서 외교적 유연성이 오히려 사라진다.


지난 5월 중국은 트럼프의 방중을 준비하면서 개최국의 우위를 이용해 미국 측을 괴롭혔다. 이제 회담 장소가 워싱턴으로 바뀌자 중국은 자신들이 만들었던 불확실성의 함정에 빠졌다. 더구나 상대는 예측 불가능성을 가장 강력한 협상무기로 사용하는 트럼프다.


결국 미국은 하나의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지만 중국은 시진핑의 권위가 손상되지 않을 완벽한 정치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무대의 열쇠를 지금 백악관이 쥐고 있다. 9월 방미를 앞두고 멘붕에 빠진 쪽이 워싱턴이 아니라 베이징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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