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러시아군, 올여름 대규모 기계화 공격 사실상 포기]
러시아군이 드론 공포에 짓눌려 올여름 대규모 기갑돌격을 사실상 포기했다. 한때 세계 최강을 자처했던 러시아 기갑부대는 이제 전차 대신 오토바이와 민간 트럭, 심지어 단독 보병까지 앞세우는 ‘탈기계화 군대’로 전락했다. 그 사이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흑해함대의 핵심 거점인 노보로시스크를 강타해 군함 4척에 피해를 입혔다고 발표했고, 남동부 전선에서는 745㎢와 26개 마을을 되찾았다. 전차·군함·정예병을 동시에 잃은 푸틴 정권이 결국 북한군 없이는 전선을 유지하기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우크라이나의 독립적 온라인 매체인 UA.News는 최근 “우크라이나 국가근위대의 루슬란 무지추크 대변인은 최근 러시아군이 공세 작전에서 장갑차량을 사용하는 빈도가 갈수록 줄고 있으며, 올여름 작전 기간에는 사실상 대규모 기계화 공격을 수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며 “대신 소규모 보병조나 단독 병사가 은밀히 접근해 특정 지점에 병력을 축적한 뒤 국지적 돌파를 시도하는 방식이 주력 전술로 굳어졌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UA.News는 이어 “장갑차량은 정찰드론에 즉각 포착되지만, 숲과 참호를 따라 움직이는 소규모 보병은 상대적으로 탐지가 어렵다는 점을 노린 전술”이라 밝혔다.

이러한 주장은 최근의 실제 전황에서도 거듭 확인됐다. 미국 전쟁연구소(ISW)는 최신 전황 평가에서 “러시아군이 전선 곳곳에서 대규모 기갑부대보다 소규모 보병 집단을 활용한 침투작전을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ISW는 이어 “일부 러시아 침투조는 우크라이나 방어선 안쪽으로 최대 10㎞까지 들어가기도 했다”면서 “장갑차량은 정찰드론에 즉각 포착되지만, 소수 보병은 숲과 참호, 건물 사이로 이동하면서 감시망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러시아군 침투조가 우크라이나 방어선 안으로 들어갔다고 해서 해당 지역을 완전히 점령한 것은 아니다. ISW는 “러시아군의 침투지역과 실제 통제지역을 반드시 구분해야 한다”면서 “소규모 보병이 우크라이나군의 빈틈을 파고들 수는 있지만 중화기와 안정적인 보급망, 후속부대가 없으면 점령지를 지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러시아군이 전선을 돌파할 능력을 회복했다는 증거가 아니라 기갑부대를 대신해 병사의 생명을 소모하며 조금씩 틈을 파고드는 전술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차를 아끼려고 사람을 소모하는 최후의 전술]
러시아군의 전통적인 공격 교리는 전차와 장갑차가 적의 방어선을 무너뜨린 뒤 후속 기계화부대가 돌파구를 확대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정찰드론이 전차의 출발부터 이동경로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FPV 드론과 지뢰·포병이 이를 차례로 파괴한다. 대규모 기갑부대가 집결하는 순간 우크라이나군에 공격 목표를 제공하는 셈이다.
결국 러시아 지휘부는 값비싼 전차와 장갑차 대신 병사를 한두 명씩 전장으로 밀어 넣는 방식을 택했다. 소규모 침투조가 며칠 동안 숲과 폐허를 기어가 우크라이나 진지 후방에 숨어들고, 드론으로 식량과 탄약을 공급받으며 병력이 쌓일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상당수 병력은 목적지에 도달하기도 전에 우크라이나 드론에 발견돼 제거된다. 전차를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소모품처럼 사용하는 사실상의 인해전술이다.
이런 전술은 병력 손실을 감수하면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인 침투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침투지역을 실제 점령지로 전환하려면 장갑차와 포병, 공병, 보급부대가 뒤따라야 한다. 러시아군은 바로 그 단계에서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망에 막힌다. ‘탈기계화’는 러시아군의 혁신이라기보다 전차를 앞세운 돌파 능력을 잃은 군대가 선택한 고육지책에 가깝다.
러시아군의 기갑부대가 사실상 궤멸당했다. 이미지는 Why Times가 제작힌 AI Image다.
[수개월 만의 대규모 기갑돌격, 몇 시간 만에 궤멸]
이를 입증한 사건이 지난 7월 22일 도네츠크주 샤코베 일대에서 벌어졌다. 포브스(Forbes)는 “러시아군은 수개월 만에 최대 규모의 기계화 공격을 감행하며 전차와 장갑차, BM-21 그라드와 토르나도-S 다연장로켓, 민간 트럭과 오토바이 부대까지 투입했다”면서 “전쟁 초기와 달리 차량 간격을 넓히고 여러 축선으로 분산해 드론 공격을 회피하려 했으며, 게르베라와 란쳇 드론을 먼저 띄워 우크라이나 무인기 운용을 방해하려 했다”고 밝혔다.
포브스(Forbes)는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찰드론은 러시아군의 접근을 조기에 포착했고, 이어 FPV 드론과 중폭격 드론, 포병과 지뢰지대가 러시아 기갑부대를 연속적으로 덮쳤다”면서 “이 공격으로 러시아군 전차 7대와 장갑차 6대, 다연장로켓 2문, 각종 차량 47대가 파괴되고 15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러시아군이 어렵게 준비한 대규모 기갑돌격이 불과 몇 시간 만에 무너진 것이다.
전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러시아군은 일부 전차를 전선에서 최대 10㎞ 떨어진 곳에서 간접사격을 가하는 이동식 화포로 사용하거나, 몇 발을 쏜 뒤 다른 위치로 옮기는 ‘로밍 탱크’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차가 적진을 돌파하는 주력무기에서 후방 화력지원 수단으로 밀려났음을 뜻한다. 러시아 최신예 T-90 계열 전차의 확인 손실이 최근 줄어든 것 역시 생존성이 개선됐다기보다 전방 투입 자체가 감소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흑해함대 피난처까지 쫓아가 군함 4척 타격]
지상군의 쇠진만큼 충격적인 것은 러시아 해군의 수세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12일 제트추진 팔랴니차 드론과 넵튠 대함미사일, 해상드론을 결합해 러시아 흑해함대의 핵심 거점인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를 공격했다”면서 “노보로시스크는 러시아 흑해함대 주력함들이 우크라이나의 크름반도 공격을 피해 옮겨간 사실상의 피난처였다”고 짚었다.
키이우 인디펜던트도 “우크라이나군은 어드미럴 마카로프와 어드미럴 에센 등 프로젝트 11356형 호위함 2척, 부얀-M급 소형 미사일함 1척, 바실리 비코프급 초계함 1척이 각각 피해를 입었다고 발표했다”면서 “러시아 측은 군함 피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지만, 방공시설과 부두·항만시설이 공격받았고 위성사진에서도 잠수함 부두 인근의 화재 흔적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발표가 확인될 경우 러시아 흑해함대는 단 한 차례의 공격으로 4척의 전투함이 손상되는 타격을 받은 셈이다.
이는 러시아 해군이 크름반도에서 밀려난 데 이어 러시아 본토의 항구에서도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다. 전쟁 초기 사실상 해군 전력이 없었던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미사일과 해상드론을 앞세워 러시아 흑해함대를 항구 안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제 러시아는 흑해함대를 우크라이나 공격에 투입하기보다 함정 자체를 지키는 데 더 많은 자원을 써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크라, 745㎢·26개 마을 탈환…러시아 공세에 제동]
지상전의 흐름도 달라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올렉산드리우카 전선에서 진행된 공세를 통해 745㎢ 이상의 영토와 26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탈환 지역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주 12곳, 도네츠크주 10곳, 자포리자주 4곳으로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 침투조가 들어갔던 후방 300㎢ 이상에 대해서도 수색·소탕 작전을 벌였다”고 짚었다.
독립 전황 추적단체 딥스테이트도 “우크라이나군이 19개 마을을 되찾고 다른 6개 지역에서 러시아군을 밀어냈다”고 확인했다. 다만 최근 영토 변화에 대해서는 분석기관별 집계가 엇갈린다. 딥스테이트 자료는 8월 4~11일 러시아군이 일부 영토를 순확대했다고 보지만, ISW 자료를 적용한 분석에서는 같은 기간 러시아가 점령지를 순손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확실한 것은 러시아군이 막대한 병력과 장비를 투입하고도 우크라이나 전선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차 대신 북한군…러시아의 고갈을 보여주는 결정적 장면]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대규모 추가 파병을 요구하고 있다는 주장이 주목된다. 디펜스뉴스는 “북한은 이미 2024년부터 약 1만4000~1만5000명의 병력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보내 러시아군의 영토 탈환 작전을 지원했다”면서 “러시아와 북한은 2025년 4월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투 참여 사실까지 공식 인정했다”고 짚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최대 5만 명의 병력을 추가로 보낼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북한산 포탄과 KN-23 계열 탄도미사일에 이어 전투병까지 대규모로 투입된다면 러시아의 전쟁은 더 이상 러시아만의 전쟁이라 부르기 어렵다”며 “러시아가 북한의 무기와 병력 없이는 공세를 유지하기 힘든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1억4000만 명의 군사대국이 인구 2600만 명의 북한으로부터 포탄·미사일·병사를 공급받아야 한다면 이는 동맹의 과시가 아니라 러시아군의 고갈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러시아가 북한군을 요청하는 이유는 단순히 병력이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러시아군 스스로 감당해야 할 사상자와 추가 동원에 따른 국내 정치적 부담을 북한 병사들에게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Why Times Insight]
러시아군의 ‘탈기계화’를 단순한 전술 변화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전차는 드론 때문에 전방에서 사라졌고, 흑해함대는 크름반도에서 쫓겨난 뒤 러시아 본토의 피난처에서도 타격을 받았다. 지상에서는 우크라이나가 745㎢와 26개 마을을 되찾았으며, 러시아는 부족한 병력을 메우기 위해 북한군을 다시 불러들이려 한다. 전차·군함·병력이라는 전쟁 수행의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러시아가 당장 붕괴하거나 모든 전쟁 수행 능력을 상실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러시아는 여전히 대규모 미사일·드론 공격과 장거리 화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러시아군은 승리를 향해 질주하는 군대가 아니라 전차를 숨기고 보병을 소모하며 북한 병력으로 빈자리를 메워 전선을 붙들고 있는 군대에 가깝다.
푸틴의 정치적 수명이 다해 간다는 평가도 바로 이 지점에서 나온다. 푸틴이 정권의 정당성을 걸고 시작한 전쟁이 러시아군의 위대함을 증명하기는커녕, 북한의 포탄과 미사일, 병사에 의존해야 유지되는 전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군함을 때리고 빼앗긴 영토를 되찾는 동안 러시아군이 전차 대신 보병 한두 명을 죽음의 전장으로 밀어 넣는 모습은 전쟁의 주도권이 어디로 움직이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푸틴이 승리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계속 버틸 수 있는 시간 자체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