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도쿄를 때려 워싱턴과 갈라놓으려던 시진핑의 밑장빼기, 정반대 결과 낳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일본을 고립시켜 미국 주도의 아시아 동맹체제를 흔들려 했지만, 결과는 완전한 외교적 패착으로 돌아왔다. 시진핑은 외국 정상들과 만날 때마다 일본의 ‘재무장’과 ‘신군국주의’를 거론하며 도쿄를 지역 불안의 원인으로 몰아갔다. 그러나 주요 국가들은 중국의 주장에 호응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본은 방위비를 늘리며 미국·필리핀·호주와의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했다. 미일동맹에 틈을 내려던 시진핑의 ‘밑장빼기’가 중국의 외교적 고립과 더 강한 일본의 등장을 동시에 불러온 것이다.

일본의 유력 경제매체인 닛케이아시아는 지난 9일 “중국의 일본 때리기는 도쿄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일본 뒤에 있는 미국과 미일동맹, 나아가 미국 주도의 아시아 질서를 약화시키려는 광범위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외교·안보·무역 전반에서 일본을 압박하는 진짜 목적은 단순한 역사 갈등이나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호적인 정상회담에서도 느닷없이 일본 비판]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진핑이 미국과 유럽 정상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일본 비판을 반복했다는 점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복수의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은 올봄 이후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가다가도 갑자기 화제를 일본으로 돌려 ‘도쿄가 재무장에 나서고 있으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면서 “일부 정상들은 이처럼 집요하게 일본 문제를 제기하는 시진핑의 태도를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닛케이아시아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의 행동도 다르지 않았다”면서 “그는 올해 초 동남아시아의 한 고위 지도자와 식사하면서 전체 대화의 절반 가까이를 일본 문제에 할애했다”고 짚었다. 닛케이아시아는 또한 “중국 외교라인은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신형 군국주의’로 규정하며, 역사 문제와 대만 문제까지 하나로 묶어 국제사회에 일본 위협론을 확산시키려 했다”면서 “시진핑 개인의 대일 적대감이 관료들의 충성 경쟁과 결합하면서 국가 차원의 대일 공세로 확대된 것”이라고 짚었다.
중국의 공세는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존립위기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언급한 뒤 본격화됐다. 대만해협에서 무력충돌이 발생하고 미군이 개입할 경우 일본도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일본 정부는 기존 대만정책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베이징은 이를 일본의 대만전쟁 개입 가능성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중국은 이후 중국인의 일본 여행 자제를 유도하고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품목의 대일 수출통제를 강화했다. 일본 방위산업과 관련된 기업들도 수출통제 대상으로 겨냥했다. 여기에 중국·러시아 폭격기와 함정의 일본 주변 활동까지 확대하면서 외교·경제·군사적 압박을 동시에 가했다. 다카이치 정부가 대만 문제에서 물러서도록 만들고 일본 내부의 방위력 강화 여론을 분열시키려는 전방위 강압이었다.
[일본을 본보기로 삼아 아시아 동맹국 겁주려 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의 행동에 세 가지 계산이 숨어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시진핑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공산당 간부와 정부 관료들이 충성 경쟁을 벌이며 대일 공세를 더욱 키웠다. 둘째, 일본을 본보기로 응징해 대만 문제에 관여하려는 다른 국가들까지 위축시키려 했다. 캐나다와 호주에 경제보복을 가했던 것처럼 “중국의 핵심 이익에 도전하면 큰 대가를 치른다”는 공포를 아시아 전역에 심으려 한 것이다.
세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목적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질서를 허무는 것이었다. 일본 열도는 대만과 필리핀으로 이어지는 제1도련선의 핵심이며, 일본 내 미군기지는 중국 해·공군의 서태평양 진출을 억제하는 전략적 거점이다. 베이징의 관점에서 일본은 미국의 대중국 억제망을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다. 일본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미일 간 불신을 키울 수 있다면 미국의 아시아 동맹체제 전체에 균열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미국의 싱크탱크인 제임스타운재단은 “시진핑은 동맹보다 거래를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향도 이용할 수 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를 ‘군국주의 부활’로 포장하고 다카이치 총리를 지역 불안의 원인으로 몰아가면 워싱턴이 도쿄와 거리를 둘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표면적인 공격 대상은 일본이었지만, 진짜 표적은 워싱턴과 도쿄 사이의 신뢰였다는 것이다.
[미일동맹 균열은커녕 일본 재무장만 앞당겨]
그러나 시진핑의 계산은 정반대로 움직였다. 닛케이아시아는 “북미·유럽·아시아의 주요 국가 가운데 일본이 다시 군국주의로 향하고 있다는 중국의 주장에 공개적으로 동조한 나라는 사실상 없었다”며 “오히려 베이징의 경제적 강압과 일본 주변에서의 군사활동 확대는 중국이야말로 지역 안정을 위협한다는 인식을 더욱 확산시켰다”고 짚었다. 일본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던 외교전이 중국 자신의 고립을 심화시킨 셈이다.
가장 뼈아픈 역효과는 일본의 방위력 강화다. 일본 정부는 2025회계연도 추경을 통해 방위 관련 지출을 GDP의 2% 수준으로 끌어올려 국가안보전략에서 제시한 목표를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달성했다고 밝혔다. 2026회계연도에도 장거리 타격능력과 통합방공·미사일방어, 무인체계와 탄약 비축을 중심으로 방위력 증강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이 일본의 재무장을 막겠다며 압박했지만, 결과적으로 일본 정치권과 국민에게 방위비 증액의 강력한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미일 군사협력도 더욱 구체화됐다. 지난 3월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일본은 일본 내 SM-3 블록ⅡA 요격미사일 생산량을 신속히 4배로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은 AMRAAM 공대공미사일 생산협력과 첨단 전력의 일본 배치, 핵심광물 공급망 구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미일동맹을 갈라놓으려던 중국의 공세가 오히려 동맹을 군사·방위산업·경제안보가 결합한 실전형 체제로 진화시킨 것이다.
[중국이 흔들려던 동맹망, 오히려 일본 중심으로 확장]
일본의 안보협력은 미국을 넘어 필리핀과 호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과 필리핀은 지난 1월 물품·역무 상호제공협정(ACSA)에 서명했으며, 이미 발효된 상호접근협정(RAA)을 바탕으로 미·필리핀 연합훈련 ‘발리카탄’에 자위대가 참가했다. 양국은 군사정보보호협정 협상도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의 아시아 동맹을 하나씩 떼어내려 했지만, 실제로는 일본을 축으로 연결된 다층적 안보망이 더욱 촘촘해졌다.
일본·미국·호주·필리핀은 4개국 국방협력협의체의 운영 지침에도 서명해 작전·훈련·군수지원 전반의 협력을 제도화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연대가 아니라 유사시 공동 대응을 염두에 둔 실질적 안보 네트워크다. 중국이 일본을 압박할수록 제1도련선 국가들의 위협 인식이 가까워지고, 미국 중심의 지역 안보망은 오히려 더 조직화되는 역설이 나타난 것이다.
중국의 희토류와 이중용도 품목 수출통제 역시 일본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촉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핵심광물 공동개발과 비축, 공급망 위기 공동대응 체계를 확대하고 있다. 베이징이 일본을 굴복시키기 위해 꺼낸 경제적 무기가 장기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중국의 공급망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Why Times Insight]
우리 신문은 이번 사안을 시진핑 외교의 이중 패착으로 판단한다. 첫 번째 패착은 일본에 대한 역사적·정치적 적대감을 국가전략으로 확대하면서 외교적 절제력을 잃은 것이다. 우호적인 정상회담에서까지 느닷없이 일본 비판을 꺼내고, 왕이 외교부장이 동남아 지도자와의 대화 절반을 일본 문제에 사용한 것은 전략적 자신감이라기보다 일본 문제에 대한 베이징 지도부의 집착을 드러낸다. 어느 주요 국가도 중국의 ‘신형 군국주의’ 주장에 호응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진핑의 대일 외교전이 국제적 설득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결정적인 증거다.
두 번째이자 더욱 치명적인 패착은 일본을 때리면 미일동맹이 흔들릴 것이라고 믿은 점이다. 시진핑은 일본을 ‘신군국주의 국가’로 낙인찍어 미국과 아시아 국가들이 도쿄를 경계하도록 만들려 했다. 그러나 중국의 위협이 커질수록 일본의 방위력 강화는 정당성을 얻었고, 미국·필리핀·호주와의 협력도 빨라졌다. 일본을 대만 안보 논의에서 밀어내려던 압박이 오히려 일본의 역할을 확대하고 제도화한 것이다.
결국 시진핑의 ‘일본 때리기’는 그가 막으려 했던 모든 결과를 앞당겼다. 중국은 외교적으로 더 고립됐고, 일본은 전후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방위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미일동맹은 미사일 생산과 공급망까지 결합한 실전형 동맹으로 바뀌고 있다. 아시아에서 미국의 동맹을 와해시키려던 시진핑의 밑장빼기는 들통났고, 그 대가는 ‘더 강하고 더 미국에 밀착한 일본’의 등장으로 돌아왔다. 시진핑의 대일 혐오는 일본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중국을 상대할 가장 강력한 전초기지를 스스로 만들어준 외교적 자충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