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경제 둔화·미중 담판·군부 숙청…세 개의 난제 앞에 열린 비공개 조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월 방미와 10월 20기 5중전회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위기감을 드러내며, 당내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공개적으로 위기 의식을 표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그러한 문제 해결에 대해 당내 원로들에게 의견을 구했다는 사실 역시 통상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경제는 흔들리고, 미국과의 담판은 다가오며, 군부 최고위급 숙청은 반년 넘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위기의 존재는 인정하면서도 그 위기를 불러온 자신의 정책 노선까지 수정할 수는 없는 정치적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일본의 닛케이아시아는 6일, “시진핑 주석이 베이다이허 앞두고 이례적으로 위기감을 표출하면서 경제 운영과 외교 등 주요 현안에 대한 당내 조율을 요청했다”면서 “통상 8월 초 베이다이허(北戴河)에서 열리는 당 지도부-원로 간 비공개 회합을 앞두고 사전 물밑 조율이 이례적으로 일찍 시작됐다”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어 “배경에는 시진핑 정권이 동시에 처리해야 할 굵직한 정치 일정이 있다”면서 “시 주석은 9월 하반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공식 방미에 나설 예정이며, 10월에는 공산당 20기 중앙위원회 5중전회가 예정돼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워싱턴에서 “시 주석이 9월 24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방문 기간 인공지능(AI)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외교·내정 양면에서 산적한 현안을 앞두고, 은퇴 후에도 여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로들과의 의견 교환이 예정보다 서둘러 시작됐다는 점은, 시 정권이 그만큼 다급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군부 실세였던 장유샤(張又俠)와 CMC 연합참모부 참모장 류전리(劉振立)에 대해 "엄중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장유샤는 시 주석과 함께 ‘혁명원로 2세대’로 분류되며 원로 그룹과의 인맥이 두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긴급 체포와 숙청을 두고 시진핑 주석과 당내 원로들과의 격한 마찰이 있었음에도 이를 다 무시하고 당내 원로들에게 긴급한 현안에 대한 조율과 협의를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지금 시진핑 주석이 맞닥뜨리고 있는 현안의 무게감을 짐작케 한다.
베이다이허는 공식적인 당 회의가 아니다. 중국 정부도 이곳에서 열리는 지도부와 원로들의 만남을 공식 의사결정 절차로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직 지도자와 은퇴한 원로들이 비공개로 의견을 교환하고 주요 정책과 인사 문제를 논의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중국 권력정치의 기류를 읽을 수 있는 장소로 꼽힌다.
[신호탄, 차이치의 베이다이허 등장]
이 같은 흐름을 뒷받침하는 첫 신호는 지난 3일 포착됐다.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이날 밤, “정치국 상무위원 서열 5위인 차이치(蔡奇)가 허베이성 베이다이허를 찾아 각계 전문가들과 만났다”고 보도했다. 차이치는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꼽히며, 2022년 가을 열린 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 상무위원회에 입성했다. 정치국은 상무위원 7명을 포함해 20여 명의 최고위급 인사로 구성된 당 최고 의사결정기구다.
차이치는 4년 연속 8월 3일에 베이다이허에 나타났다. 수행단 구성원은 매년 바뀌었지만—올해는 당 조직부장을 겸하는 정치국원이 동행했다—차이치의 등장 자체는 관영매체를 통해 매년 ‘베이다이허 회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로 통용돼 왔다. 베이다이허는 매년 여름 현직 지도부와 은퇴한 원로들이 비공식적으로 모여 인사와 정책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곳으로, 발해만에 면한 이 휴양지의 상당수 해변은 정부 관계자 전용으로 지정돼 외부인 출입이 통제된다.
[당외 인사들에게 경제 해법 물은 시진핑]
시 주석의 위기 인식을 보다 직접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지난 7월 24일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열린 좌담회였다. 이와 관련해 신화통신은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주최한 이 좌담회에는 공산당을 제외한 8개 ‘민주당파’ 지도부와 전국공상연합회 회장, 무소속 인사 대표 등이 참석했으며, 리창 총리와 왕후닝·차이치·딩쉐샹 등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자리했다”면서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하반기 경제 운영에 관한 의견과 제언을 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참석자들에게 하반기 경제 운영에 관한 의견과 제언을 요청했다. 특히 충분한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문제별 맞춤형 대안을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집권 이후 모든 정책을 당 중앙과 자신의 권위 아래 집중시켜온 시 주석이 당외 인사들에게 구체적인 경제 해법을 요구한 것은 의외의 조치였다.
이에 대해 닛케이아시아는 “2012년 집권 이후 모든 사안을 하향식으로 결정해온 것으로 알려진 시 주석이 외부 인사들에게 ‘충분한 조사연구에 기반한 맞춤형 제언’을 당부하며 자문을 구한 것은 이례적”이라면서 “이는 그가 공산당 밖 여론과 정세 변화에 대한 우려를 갖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온다”고 짚었다.
[성장률 4.3%…수출만으로 버티는 불균형 경제]
시 주석이 경제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중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성장하는 데 그쳤다. 1분기 5.0%에서 크게 둔화했을 뿐 아니라 시장 전망치 4.5%에도 미치지 못했다. 코로나19 봉쇄 충격이 이어졌던 2022년 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경제 내부의 불균형이다. 로이터는 “상반기 부동산 개발투자는 18.0% 급감했고 소비와 민간투자의 회복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서 “반면 6월 수출은 AI와 전기차 등의 해외 수요에 힘입어 크게 늘었는데, 내수와 부동산이 가라앉는 가운데 수출이 성장을 떠받치는 구조가 더욱 뚜렷해졌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유럽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출 의존형 회복은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렵다. 미국이 첨단기술 통제와 대중 관세 압박을 강화하거나 유럽이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방어벽을 높일 경우,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마지막 버팀목마저 흔들릴 수 있다.
[위기는 인정했지만 정책 전환은 거부했다]
그런데도 시 주석이 근본적인 정책 전환에 나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7월 30일 열린 정치국 회의는 경제 운영상의 어려움과 도전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혔지만, 동시에 기초연구 지원과 인공지능 거버넌스, 첨단산업 육성이라는 기존 노선을 재확인했다. 부동산과 민간소비를 되살릴 대대적인 처방보다는 국가 주도의 첨단 제조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다.
신화통신은 이와 관련해 “이 회의는 기초연구에 대한 안정적 지원 강화와 인공지능 거버넌스 체계 개선 등을 주문했으며, ‘경제 운영상의 어려움과 도전을 매우 중시해야 한다’면서도 ‘자신감을 유지하고 정면으로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닛케이아시아는 “이는 7월 24일 시 주석이 드러낸 위기감과 대비된다”면서 “여기에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즉, “만약 시 정권이 대담한 정책 전환에 나선다면 이는 곧 과거 정책의 오류를 인정하는 셈이 되고, 이는 2027년 예정된 당대회에서 지도부 전면 교체와 세대교체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닛케이아시아의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주 정치국 회의는 10월 5중전회의 의제를 “당의 전면적이고 엄격한 자기통치(全面从严治党)”로 정했다. 반부패 성과를 부각시켜 자신의 통치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5중전회가 내년 당대회를 1년 앞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대규모 지도부 개편과 시 주석의 4연임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반년째 미결…장유샤 처분도 뜨거운 감자]
베이다이허를 무겁게 만드는 또 하나의 현안은 군부 최고위급 숙청이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유샤(張又俠)와 연합참모부 참모장 류전리(劉振立)가 엄중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반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조사 결과나 처분 수위는 공개되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가을 20기 4중전회를 앞두고 이뤄진 인민해방군 상층부 대규모 숙청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발표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조사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으며, 지난주 정치국 회의 발표문에도 두 사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를 두고 장유샤가 군부권력을 틀어쥐고 쿠데타를 실행하려 할 때 당내 원로들이 시진핑의 명예로운 퇴진의 길을 열어주자는 만류로 인해 거사를 미루었는데, 이 틈을 타 시진핑 주석의 군대가 장유샤를 긴급 체포하게 된 바 있었다는 점을 거론하며 장유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당 원로들이 강력하게 반대하자, 시진핑 주석도 끝내 장유샤에 대한 처결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설들이 흘러 나왔다. 관건은 장유샤와 류전리에 대한 처분 여부와 수위가 이번 여름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원로들과의 의견 교환을 거쳐 10월 5중전회 이전에 결정될 수 있을지 여부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베이다이허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시진핑의 실각설이나 확인되지 않은 권력투쟁설이 아니다. 진짜 핵심은 절대권력을 구축한 지도자가 외부의 의견을 구할 만큼 위기를 인식하면서도, 자신이 만든 정책 노선은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성장 둔화와 부동산 침체, 트럼프 대통령과의 미중 담판, 장유샤·류전리 처리 문제는 서로 떨어진 현안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시진핑이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권력과 정책을 어느 정도까지 수정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답은 부정적이다. 시 주석은 조언은 구하고 있지만 정책 실패는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조율은 시도하면서도 권력 집중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 결국 올해 베이다이허는 시진핑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존 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당 안팎의 불만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길을 바꾸지 못하는 지도자. 바로 그 모순이 지금 시진핑 체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