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토지수입 31.5% 급감·PMI 동반 위축…상장사 80곳에 60억 위안 추징]
중국 지방정부의 돈줄이 말라붙고 있다. 올 상반기 지방정부 자체 수입은 6조8807억 위안에 그쳤지만 지출은 12조2111억 위안에 달했고, 그동안 부족분을 메워주던 토지 매각 수입마저 31.5% 급감했다. 재정 압박이 커진 가운데 약 80개 상장기업이 반년 동안 추가로 납부한 세금과 가산금은 60억 위안을 넘어섰다. 여기에 제조업·비제조업·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까지 동시에 기준선 아래로 추락하면서 중국은 지방재정과 부동산, 실물경기가 한꺼번에 흔들리는 복합 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 신랑(Sina) 산하의 경제매체인 신랑재경(新浪财经)은 4일, “간쑤성 룽난시에 본사를 둔 백주 업체 금휘주(金徽酒)가 지난 4일 공시를 통해 소비세·부가가치세·기업소득세 등 명목으로 6985만 위안을 추가 납부하고, 여기에 연체 가산금 1397만 위안을 더해 총 8382만 위안을 세무당국에 납부했다고 밝혔다”면서 “지금 중국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세금 추징 현상이 빈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시말해 이미 법률대로 정당한 세금을 다 납부했음에도 지방정부가 임의로 추가 세금 징수를 고지하고 사실상 추가 세금을 기업으로부터 강탈해 갔다는 의미다.
신랑재경(新浪财经)은 이어 “금휘주는 이번 조치가 행정처벌에 해당하지 않고 정상적인 경영에도 중대한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따라서 개별 추징을 곧바로 불법적 세금 강탈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러나 지방재정 압박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에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추가 납부 요구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정 부족을 기업에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랑재경(新浪财经)은 “금휘주만 그런 것이 아니다”면서 “6월 말까지 약 80개 A주 상장기업이 세무 자체점검과 정정 공고를 냈으며, 추가 납부한 세금과 가산금은 60억 위안을 넘어섰는데, 이는 2025년 연간 규모에 근접하는 액수”라고 짚었다. 신랑재경은 “특히 6월 한 달에만 25개 기업이 집중적으로 공고했고, 북대황·아이얼안과·화링강철 등 7개 기업은 각각 1억 위안 이상을 납부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틱시스(Natixis)의 게리 응(Gary Ng) 아시아태평양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추가 납부 급증이 재정 적자 압박 속에서 나온 조치라며, 현재 영향이 A주 시장에 집중돼 있지만 향후 홍콩 상장 종목으로까지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지방 수입 6.88조, 지출은 12.21조]
그렇다면 왜 하필 지금, 이런 규모로 세무 추징이 집중되는 것일까? 그 답은 중국 지방재정이 처한 구조적 위기에 있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재정부가 지난 7월 22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재정수지 통계에 따르면, 상반기 전국 재정수입은 12조1000억 위안(약 1조8000억 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해, 1~5월 누계 증가율 4%보다 가속화됐다”면서 “세수입은 5.3%, 비세수입은 2.3% 각각 늘었으며, 반면 재정지출은 1.5% 증가한 14조3000억 위안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이어 “지방정부만 떼어보면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면서 “지방 일반공공예산 본급수입은 6조8807억 위안이었지만 지출은 12조2111억 위안으로, 자체 수입을 지출로 나눈 재정자급률은 56.3%에 불과했다”고 짚었다. 이 재정자급률은 56.3%로, 지방정부가 자체 세수만으로는 지출의 절반 남짓밖에 감당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수치가 낳은 파장은 재정부가 직접 진화에 나설 만큼 컸다. 중국의 금융경제 플랫폼인 경제관찰망(经济观察网)은 “‘사상 최초! 2026년 1분기 전국 어느 성(省)도 재정자기균형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글이 소셜미디어에서 광범위하게 확산됐다”면서 “28개 성의 재정수지 통계를 근거로, 모든 성의 재정자급률(일반공공예산 수입/지출)이 100% 미만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밝혔다.
물론 자급률이 100%에 미치지 못한다고 곧바로 지방정부의 파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 지출에는 중앙정부의 이전지출과 정부성기금, 국유자본경영예산 등도 투입된다. 중국 재정부도 “지방 자체 수입은 전체 지출 재원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자급률 100% 미만은 상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급률 그 자체가 아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자체 수입을 메워주던 토지재정이 동시에 무너지고 있다는 데 진짜 위기가 있다.
[부동산 침체로 토지재정 31.5% 급감]
이에 대해 신랑재경은 “중국의 국유토지 매각 수입은 올 상반기 9778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31.5% 급감했다”면서 “1∼5월의 누적 감소율 28.7%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한 것으로, 과거 지방재정의 40% 이상을 차지하며 인프라 투자와 부채 상환을 지탱했던 토지 매각 수입은 부동산 장기침체와 함께 급속히 쪼그라들고 있다”고 짚었다.
중국 최고 부유 도시인 상하이도 예외가 아니다. 신랑재경은 “상하이시 재정국은 2026년 시급 국유토지사용권 양도수입을 500억 위안으로 편성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26.3% 줄어든 규모”라면서 “중국에서 재정 기반이 가장 탄탄한 상하이조차 토지 매각 수입을 1년 만에 4분의 1 이상 낮춰 잡았다는 것은 토지재정 붕괴가 일부 낙후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신랑재경은 “지방정부가 기업과 자영업자에게 일회성 벌금과 각종 부담금을 부과해 비세수입을 늘리는 방식도 중앙정부의 견제로 제동이 걸렸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세무 전산망인 ‘금세4기’ 고도화와 자체점검을 명분으로 상장기업에 과거 세금과 가산금을 추가 납부하도록 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난 것”이라고 짚었다. 각 기업의 추징 사유는 서로 다르지만, 일회성 벌금 확대가 막힌 시점과 상장기업의 세금 추가 납부가 급증한 시점이 겹친다는 점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이전지출도, 부채 돌려막기도 한계 접근]
이와 관련해 텐센트뉴스는 “지방재정의 부족분은 결국 중앙정부가 메우고 있다”면서 “2026년 중앙정부의 지방 일반공공예산 이전지출은 10조4200억 위안으로, 4년 연속 10조 위안을 넘어서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텐센트뉴스는 이어 “문제는 이 재원의 상당 부분이 광둥·장쑤·저장·상하이 등 동부 연해 경제권에서 나온다는 점”이라면서 “부동산 침체로 토지수입이 감소한 지역의 기업과 주민에게서 세금을 더 걷어 다른 지방의 재정을 지원하는 구조가 갈수록 팽팽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텐센트뉴스는 “지방정부의 숨은 부채를 공식 채권으로 전환하는 6조 위안 규모의 2024∼2026년 추가 채무한도도 6월 말 기준 94%가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이는 부채를 없애는 조치가 아니라 고금리·단기 부채를 낮은 금리의 장기 채권으로 갈아타는 방식으로, 당장의 상환 부담은 줄일 수 있지만 부채 원금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으로, 남은 한도마저 소진되면 지방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재정적 완충장치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PMI 동반 위축…세금을 걷을 경제도 얼어붙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지방정부가 돈을 더 걷어야 하는 순간에 실물경기까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7월 제조업 PMI는 49.2, 비제조업 업무활동지수는 49.0, 종합 PMI 산출지수는 49.3을 기록했다. 세 지표 모두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50선 아래로 떨어졌다. 제조업과 비제조업이 동시에 위축 국면에 진입한 것은 2022년 팬데믹 충격 이후 처음이며, 비제조업 PMI는 2022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건설업 PMI는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수준인 47.0까지 추락했다. 건설업 신규수주지수는 40.1, 서비스업 신규수주지수는 45.2에 그쳤다. 태풍 등 일시적 요인이 일부 영향을 미쳤지만 부동산·도매·금융서비스업의 부진까지 겹쳤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상 악화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첨단제조업과 설비제조업은 각각 53.3과 51.4로 확장세를 유지했지만, 일부 정책 지원 업종의 성장만으로 지방정부의 광범위한 세수 기반을 회복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도 4.3%에 그치면서 정부의 연간 목표 범위인 4.5∼5.0%를 밑돌았다.
[Why Times Insight]
중국 지방재정의 진짜 위기는 자급률 56.3%라는 숫자 하나에 있지 않다. 자체 수입의 부족분을 메워주던 토지 매각 수입이 31.5% 급감했고, 중앙정부 이전지출과 부채 전환에 대한 의존도는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장기업 80여 곳의 세금 추가 납부액이 반년 만에 60억 위안을 넘어섰다는 것은 지방정부의 재정 압박이 기업 현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신호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을 압박해 세수를 확보할수록 투자와 고용이 위축되고, 경기침체로 세수가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추징이 비상장 중소 민영기업으로까지 번진다면 지방정부의 곳간을 채우려는 조치가 오히려 중국 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
중국 지방정부는 지금 단순한 세입 부족이 아니라, 땅을 팔아 개발하고 그 돈으로 빚을 갚던 기존 성장 방식 자체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기업 곳간까지 뒤지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중국의 재정위기가 이미 장부를 넘어 실물경제의 심장부로 파고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