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이유 ① — CXMT 상장 대박은 "시장의 평결"이 아니었다]
중국 최대 D램 업체 CXMT의 주가가 상장 첫날 466% 폭등하고, 중국이 이머전 DUV 노광장비 생산에 들어갔다는 보도까지 이어지자 한국 반도체 산업에 비상이 걸렸다는 위기론이 쏟아졌다. 그러나 숫자를 하나씩 뜯어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난다. CXMT의 실제 유통물량은 전체 주식의 6.73%에 불과했고, 중국산 DUV 장비의 올해 생산 목표는 단 5대에 그친다. 그 사이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공급을 시작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중국의 추격은 분명 현실이지만, 당장 한국의 HBM 아성을 무너뜨릴 수준이라는 주장은 과장에 가깝다.

2012년에 설립된 글로벌 과학 기술 뉴스 플랫폼으로, 세계 주요 대학과 연구소의 공신력 있는 최신 연구 결과를 매일 보도하는 technology.org는 지난 28일(현지시간) “전날 중국 최대 메모리 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상하이 STAR 마켓 상장 첫날 주가가 466% 폭등해 시가총액 3조3000억위안(약 4880억달러)을 기록, 중국 본토 상장사 1위에 올랐는데, 이 숫자만 보면 ‘중국 메모리 기술이 시장의 검증을 받았다’는 서사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상장 구조 자체가 자유로운 수급과는 거리가 멀었다”면서 “지분 구조부터 국가자본 중심으로, 상장 전 기준 국유 주주 지분이 36.29%에 달했고, 허페이시·안후이성 지방정부 투자기구와 '빅펀드'(중국 국가 반도체 대기금)가 여기에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technology.org는 이어 “다른 국영 성격 자금까지 합치면 정부 관련 지분율은 50%에 근접했고, 허페이 연계 투자자들은 지분을 전혀 매각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유를 이어갔다”면서 “가바칼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더 부국장은 허페이시가 수년간의 적자를 정부 자금으로 떠받쳐왔고, 이제 그 대가를 거둬들이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고 짚었다.
더 결정적인 것은 유통물량이다. 이에 대해 2010년에 설립된 전 세계 트레이더와 투자자를 위한 국제 금융 미디어 및 정보 포털 사이트인 트레이더스 유니온(Traders Union)은 “확대된 발행주식 중 자유롭게 거래 가능한 물량은 6.73%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적은 매수 수요만으로도 주가가 급격히 흔들릴 수 있는 구조였다”면서 “466%라는 수치는 광범위한 시장 합의라기보다 좁은 유통물량이 만든 기술적 급등에 가까운데, 실제로 선전 소재 자산운용사의 우저우 펀드매니저는 상장 즉시 배정받은 물량을 전량 매도했으며, 새로 형성된 가격에는 다시 매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고 꼬집었다.
트레이더스 유니온은 이어 “여기에 상장 전후 시점 중국의 '국가대표팀'(정부 계열 펀드)이 부진한 본토 증시 전반을 떠받치기 위해 다시 개입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됐으며, 이는 CXMT 상장 준비 시점과 맞물려 있었다”고 짚었다.
NBC News도 “기술력 지표로 보면 몸값과 실제 위상의 괴리는 더 뚜렷하다”면서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집계로 2025년 글로벌 D램 점유율은 삼성전자 36%, SK하이닉스 29%, 마이크론 24%인 반면 CXMT는 약 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시가총액 1위와 시장점유율 4위 사이의 이 간극. SK하이닉스가 ‘코웃음’을 칠 수 있었던 첫 번째 이유다.
[이유 ② — DUV 국산화도 "EUV 개발"이 아니다]
CXMT 상장 이틀 뒤인 27일, 중국이 이머전 DUV 노광장비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는 더인포메이션발 보도가 겹쳤다. ASML 주가는 하루 만에 최대 8% 급락했지만, 정작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훨씬 냉정했다. CNBC는 28일(현지시간) 오도BHF의 스테판 후리 리서치 헤드의 견해를 인용해 “이번 소식은 걸러서 봐야 하며 중국의 역량이 저가 제품군에 국한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전문지 비츠앤칩스(Bits&Chips)는 더 단정적이다. 비츠앤칩스는 “알려진 중국의 반도체 생태계 역량을 고려하면 해당 주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으며, 공개된 정보로는 어떤 중국 기업도 드라이 ArF 노광조차 구현하지 못한 상태이고 이머전은 그보다 훨씬 복잡한 기술”이라고 짚었다. 애초에 보도된 것은 EUV가 아닌 그보다 훨씬 낮은 단계의 DUV이고, 그마저도 실제 양산 라인 투입 검증 이전 단계다.
물량 규모도 '국산화 성공'이라 부르기엔 이르다. 미국의 공영방송 NPR은 “목표 생산량은 2026년 5대, 2027년 약 20대에 불과한 반면 ASML은 2026년에만 약 130대의 이머전 장비를 출하할 계획이며 2027년에는 생산능력을 30% 더 늘릴 방침”이라면서 “이런 종류의 발표가 실현으로 이어지지 않은 전례도 있는데, 2019년 우한홍신반도체(HSMC)는 ASML의 구형 노광장비를 어렵게 구매해 첨단칩 60만개 생산을 공언했지만, 이 계획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고 공장은 미완성 상태로 방치됐으며, 창업자들은 투자자와 협력업체에 거액의 빚을 남긴 채 종적을 감췄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번 DUV 보도 역시 “국산화에 성공했다”가 아니라 “생산을 시도하기 시작했으며, 앞으로 양산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한마디로 발표는 앞서고 양산은 뒤따르지 못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는 정황적 맥락이 두 번째 이유다.
[이유 ③-‘격차 3년’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언론이 퍼뜨린 숫자]
CXMT 상장과 DUV 보도가 겹치며 한중 HBM 기술 격차가 “3년으로 좁혀졌다”는 진단이 국내 일부 학계·증권가에서 반복 인용됐다. 그러나 SK하이닉스에서 26년간 HBM 초기 개발을 주도했던 전직 임원의 진단은 정반대다. 그는 코리아헤럴드 인터뷰에서 “D램, 특히 첨단 메모리 분야에서는 중국이 추격하기보다 오히려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CXMT의 DDR5 제품은 삼성·SK하이닉스가 2021년 초기에 내놓은 수준과 비슷하며, 수율도 상업화 기준인 80~90%에 크게 못 미치는 약 50%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CXMT의 HBM3 양산 목표 시점도 계속 미뤄지고 있어, 약 3년 전 개발에 착수했지만 수율·발열 문제로 최근까지도 상업화 시점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단순히 개발 착수 시점만 비교해 “격차 3년”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 경쟁력은 시제품 발표가 아니라 수율과 발열 관리, 고객 인증, 대량생산 능력, 장기공급계약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격차 3년’이라는 숫자 자체가 중국 발표가 아니라 한국 내부의 자체 추정치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침소봉대라기보다 오히려 한국 내부의 위기감이 만들어낸 숫자에 가깝다.
[SK하이닉스: 사상 최대 실적으로 격차를 보여줬다]
이 모든 소란이 정점을 찍은 이틀 뒤인 29일,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양측의 현실적 격차를 수치로 보여줬다.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 60조5400억원, 매출 79조32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57%, 257% 증가했고, 상반기 누적 매출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면서 “HBM4는 이 분기부터 주요 고객사향 양산 공급을 시작했으며, 이미 성숙 단계인 HBM3에 근접한 수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HBM4E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CXMT가 이제 막 HBM3 양산 시점을 저울질하는 것과 비교하면, 최소 두 세대 이상의 실질 격차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D램 출하량이 전 분기 대비 약 10%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고, 30TB 이상 고용량 기업용 SSD 매출은 전 분기 대비 3배로 뛰었다”면서 “핵심 고객사를 포함한 약 10개사와는 5년을 기본으로 하는 장기공급계약(LTA)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송현종 코퍼레이트 센터장(사장)은 "올해 투자 규모는 40조원 후반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용인 클러스터 1기 팹의 2027년 오픈 목표를 재확인했다. 중국산 메모리의 시장 침투 우려에는 "고객사들은 더 안정적이고 품질 이슈가 없는 공급사를 선호한다"고 잘라 말했는데, 몸값·발표 시점의 화제성과 실제 고객사의 품질 검증 기준은 별개의 트랙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는 발언이다.
역설적인 것은, 이런 실적에도 SK하이닉스 ADR이 컨센서스를 밑돌았다는 이유로 사상 최저치까지 밀렸다는 점이다. CXMT 상장 급등, 엔비디아의 2500억달러 오픈AI 파이낸싱, 중국의 DUV 노광장비 보도라는 세 가지 재료가 동시에 겹친 여파로 풀이된다. 세 재료 모두 SK하이닉스의 실적 자체와는 직접 관련이 없다. 회사가 코웃음을 칠 근거는 충분했지만, 시장은 아직 그 심리적 쏠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Why Times Insight]
CXMT의 466% 폭등은 분명 중국 반도체 산업에 대한 강한 기대를 보여줬다. 그러나 유통물량이 6.73%에 불과한 상장 첫날의 주가를 곧바로 메모리 기술력에 대한 시장의 최종 판정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중국산 이머전 DUV 역시 의미 있는 도전이지만, EUV 개발과는 거리가 있으며 생산 목표도 ASML의 약 26분의 1에 그친다.
무엇보다 ‘한중 HBM 기술격차 3년’은 공인된 숫자가 아니다. CXMT가 HBM3 상업화를 고민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HBM4 양산 공급에 들어갔고, HBM4E 개발까지 진행하고 있다. 첨단 HBM 분야에서 중국이 당장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재까지 확인된 수율과 양산 실적에 비춰보면 과장에 가깝다.
그러나 중국의 추격 전체를 허상이나 허풍으로 치부해서도 안 된다. CXMT는 이미 세계 D램 시장의 약 8%를 차지했고, IPO로 확보한 막대한 자금과 국가 차원의 지원을 바탕으로 생산능력을 계속 키우고 있다. 중국의 위협은 ‘3년 뒤 HBM 추월’이라는 극적인 형태보다 범용 D램과 낸드 시장에서 저가 물량을 앞세워 점유율을 서서히 잠식하는 방식으로 먼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결국 SK하이닉스의 자신감은 근거 없는 낙관이 아니다. 상장 첫날의 몸값이나 아직 검증되지 않은 장비 개발계획이 아니라, 수율과 고객 인증, 양산 능력과 장기계약이라는 반도체 산업의 냉정한 기준에서 나온 판단이다. 중국의 화려한 숫자에 당장 공포에 빠질 이유는 없지만, 그 뒤에서 움직이는 국가자본과 끈질긴 증설 전략까지 가볍게 봐서도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