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부자 겨냥한다더니 중산층 주택·상가까지…구호가 행정을 집어삼켰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의 사회주의 정치 실험이 취임 1년 만에 거센 역풍을 맞고 있다. 부유층의 고가 세컨하우스에 세금을 물리겠다며 공개한 자료에는 무려 96만 건이 넘는 부동산 기록이 포함됐고, 중산층 주택과 상업시설, 실제 거주 주택까지 뒤섞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뉴욕시장에게 권한도 없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체포를 공언했다가 현실이 닥치자 스스로 철회했다. 정밀한 행정보다 계급 갈등과 소셜미디어용 정치에 치중해온 맘다니의 어설픈 사회주의 실험이 뉴욕을 넘어 미국 정치 전체를 들쑤셔놓고 있는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27일 “뉴욕시 재정국이 피에다테르세 부과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 소유주의 이름과 주소를 검색할 수 있는 온라인 자료를 공개했다”면서 “여기에 포함된 부동산 기록이 96만 건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뉴욕포스트는 이어 “이 세금은 뉴욕에서 실거주하지 않는 고가 세컨하우스를 겨냥한 것으로, 콘도와 코업은 100만 달러 이상, 단독·다가구 주택은 500만 달러 이상이 기준”이라면서 “문제는 ‘초부유층의 호화 세컨하우스’를 겨냥한다던 맘다니의 정치적 선전과 실제 공개된 자료 사이의 간극이 지나치게 컸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3만여 건에 통지한다더니 96만 건 공개]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시가 실제 과세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통지 대상으로 거론한 부동산은 약 3만1000건이었다. 그러나 공개된 자료에는 이보다 30배 이상 많은 96만여 건의 부동산 기록과 소유주 정보가 담겼다. 명단에 포함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세금이 부과되는 것은 아니며, 소유주나 세입자 또는 직계가족이 실제로 거주한다는 사실을 소명하면 제외될 수 있다. 시 당국은 관련 자료 공개 역시 주법상 절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로 그 해명에서 맘다니 행정부의 문제가 드러난다. 실제 과세 대상자가 누구인지 아직 확정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시민들에게 먼저 소명을 요구하고, 그보다 훨씬 방대한 소유주 정보를 외부에 공개했기 때문이다. 시 정부가 정확한 대상자를 선별한 뒤 세금을 부과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명단부터 공개해놓고 시민들에게 “과세 대상이 아니라면 스스로 입증하라”고 떠넘긴 모양새가 됐다.
이와 관련해 뉴욕포스트는 “이 자료에는 브롱크스와 스태튼아일랜드의 중산층 밀집 지역 주택뿐 아니라 퀸스의 쇼핑센터 같은 상업시설도 포함됐다”면서 “뉴욕시의원 게일 브루어는 1994년부터 거주한 자신의 집까지 명단에 들어갔다고 반박했고, 공화당 소속 데이비드 카 시의원 역시 자신의 자택이 잘못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짚었다.
당초 ‘여러 채의 호화 주택을 보유한 초부유층에게 정당한 몫을 부담시키겠다’던 정책이 시행 단계에 들어서자 실제 과세 대상인지조차 불분명한 방대한 부동산 자료부터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전산 오류나 시행 초기의 혼선으로만 보기 어렵다. 사회를 부자와 서민으로 갈라놓는 정치적 구호가 먼저 달려가고, 정확한 대상 선별과 사생활 보호, 이의신청 절차 같은 기본 행정은 그 뒤를 허겁지겁 쫓아가는 맘다니식 정치의 구조적 결함을 보여준다.
[“우편함을 확인하라”…납세자를 향한 승리 선언]
더 큰 논란은 맘다니가 과세 방침을 알리는 방식이었다. 맘다니는 명단 공개 사흘 전인 지난 24일 자신의 X에 “뉴욕시에 500만 달러 이상의 세컨하우스를 가지고 있다면 다섯 자치구로 돌아왔을 때 우편함을 확인하라”며 “당신에게 우편물이 갈 것”이라고 썼다. 해당 게시물은 하루 만에 조회 수 1000만 회를 넘어섰다.
정책을 설명하고 납세자의 권리와 이의신청 절차를 안내해야 할 시장이 세금을 부과받을 시민들을 향해 마치 정치적 승리를 선언하듯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맘다니에게 증세는 재정 확보를 위한 행정 수단이라기보다 부유층을 정치적 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응징하는 장면을 연출해 지지층의 환호를 끌어내는 콘텐츠처럼 보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맘다니식 사회주의 정치의 위험성이 드러난다. 세금은 도시의 재정과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그러나 세금이 특정 계층을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조롱하는 정치적 무기로 사용되면 정책 논쟁은 곧 계급 대결로 변한다. 과세의 정확성이나 재정 효과보다 ‘누구를 응징할 것인가’가 앞서는 순간, 행정은 공정성을 잃고 정치적 선동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폭스뉴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마커스는 “정치인이 세금 올리는 일을 이처럼 즐거워하는 모습은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스티븐 풀롭 뉴욕경제인연합회 회장도 “개별 소유주의 이름과 주소를 공개한 것은 과세 투명성의 범위를 넘어 안전과 사생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시 당국은 이 세금으로 연간 약 5억 달러의 세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마크 러바인 뉴욕시 감사원장은 “실제 세입이 3억4000만∼3억8000만 달러에 머물고,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거창하게 시작한 ‘부자 증세’가 기대만큼의 세수를 확보하지 못하면서도 행정 혼란과 개인정보 공개 논란, 계층 간 적대감만 키울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네타냐후 체포 외치다 “권한 없다” 뒤늦게 후퇴]
맘다니의 과도한 정치적 연출은 세금 문제에만 그치지 않았다. 그는 시장 선거 당시부터 “국제형사재판소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네타냐후 총리가 뉴욕을 방문하면 체포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오는 9월 유엔총회를 앞두고 네타냐후의 뉴욕 방문 가능성이 현실화하자 맘다니는 돌연 “뉴욕시에 독자적으로 그를 체포할 법 집행 권한이 없다는 사실이 명확하다”며 한발 물러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네타냐후는 미국 내에서 어떤 형태로도 체포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로 다음 날이었다.
미국은 ICC 회원국이 아니며, 외국 정상의 체포와 기소는 연방정부의 외교·사법 권한과 직결되는 문제다. 뉴욕시장에게는 애초부터 네타냐후를 독자적으로 체포할 권한이 없었다. 그럼에도 맘다니는 선거 국면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약속을 마치 당장 집행할 수 있는 정책처럼 포장해 지지층 결집에 사용했다.
부자 증세에서는 과세 권력을 과시했고, 국제정치에서는 대통령이나 연방정부가 행사할 권한까지 자신이 가진 것처럼 행동했다. 실제 법적 권한과 행정적 실행 가능성보다 강경한 선언과 바이럴 영상이 먼저였다는 점에서 두 사건은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정책을 만드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지지자들이 듣고 싶어 하는 구호를 끊임없이 생산하는 콘텐츠 정치인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NBA 스타 카일 커즈마가 맘다니를 향해 “대통령인 척 코스프레하는 시장”이라고 직격한 것도 이 때문이다. 커즈마는 “권한도, 재능도, 실적도 없는 것을 실제로 가진 것처럼 흉내내며 콘텐츠를 만든다”면서 “무엇인가를 실제로 해내기보다 해낸 것처럼 보이는 데 보상을 받는 시대”라고 꼬집었다. 표현은 거칠지만, 선언을 실제 권한과 성과처럼 포장해온 맘다니 정치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는 반응이 나온 배경이다.
[뉴욕을 미국 사회주의의 실험장으로 만든 맘다니]
맘다니는 “뉴욕은 너무 비싸다”는 구호를 앞세워 주택 임대료 동결과 버스 요금 무료화, 공공 식료품점 설치 등을 약속하며 시장에 당선됐다. 틱톡과 인스타그램, 유튜브 쇼츠를 적극 활용해 젊은 유권자를 공략했고, 폴리티코는 그를 “TV 시대가 아닌 스마트폰 시대의 정치인”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선거운동의 언어와 실제 행정은 전혀 다른 문제다. 온라인에서는 짧고 자극적인 구호가 힘을 발휘하지만, 수백만 시민의 삶이 걸린 시정을 운영하려면 법적 권한과 재정 효과, 대상자 선별, 개인정보 보호, 이의제기 절차까지 정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맘다니 행정부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심각한 약점을 드러냈다.
맘다니의 문제는 단순히 경험이 부족하다는 데 있지 않다. 시민을 부자와 서민, 기득권과 피해자로 나눈 뒤 그 대립을 정치적 동력으로 삼고 있다는 데 있다. 부유층을 응징하겠다는 메시지가 행정의 정확성보다 앞서면서, 실제 과세 대상도 확정되지 않은 96만 건의 부동산 기록이 공개되는 파문으로 이어졌다.
네타냐후 체포 공약도 마찬가지였다. 국제정치의 복잡한 법적 구조는 무시한 채 강경한 구호부터 던졌고, 현실이 닥치자 자신에게 그런 권한이 없었다고 인정했다. 선언은 컸지만 이를 떠받칠 법률과 행정 기반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러한 실패는 맘다니 개인에게만 끝나지 않는다. 보수 진영은 이번 사태를 맘다니가 속한 민주사회주의자연합, DSA의 이념적 실체를 보여주는 사례로 규정하며 공세를 확대하고 있다. 맘다니가 뉴욕에서 무리한 정책을 추진할수록 미국 정치권에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증세와 재산권, 복지와 재정 책임을 둘러싼 이념 대결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Why Times Insight]
맘다니의 어설픈 사회주의 실험은 이제 뉴욕시 하나의 행정 혼선을 넘어 미국 정치 전체의 쟁점으로 번지고 있다. ‘부자 증세’라는 이름 아래 계급적 적대감을 자극하고, 시장의 권한을 넘어선 국제정치적 선언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는 방식이 미국 최대 도시에서 실제 정책으로 시험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결과는 초라하다. 부자를 겨냥한다던 세금은 중산층 주택과 상업시설까지 뒤섞인 96만 건의 부동산 기록 공개 파문으로 번졌고, 네타냐후를 체포하겠다던 공약은 자신에게 그런 권한조차 없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무너졌다. 정밀한 행정은 사라지고 조롱과 편 가르기, 소셜미디어용 정치만 남았다.
맘다니는 뉴욕을 더 공정한 도시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금 그가 보여주는 것은 공정한 개혁이라기보다 사회를 부자와 서민으로 갈라 충돌시키고, 그 갈등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는 미숙한 계급정치에 가깝다. 정책이 실패하면 시민들이 비용을 부담하고, 과격한 구호가 무너지면 도시의 신뢰가 훼손된다.
뉴욕은 미국 자본주의의 심장이자 세계 금융의 중심이다. 그 뉴욕이 지금 맘다니의 거대한 사회주의 실험장으로 변하고 있다. 이 실험이 혼란과 실패를 거듭한다면 충격은 뉴욕에만 머물지 않을 것이다. 맘다니가 던진 계급정치의 불씨는 미국 전역의 이념 전쟁을 다시 격화시키면서, 미국 사회 전체를 거세게 들쑤셔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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