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CIA 국장이 처음 공식화한 "20분 생존율"]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병력 숫자나 전차의 성능을 겨루는 전쟁이 아니다. AI를 탑재한 드론이 전장을 지배하면서 러시아군 신병의 평균 생존시간이 20~30분에 불과하다는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첫 공식 평가까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자랑해온 최신예 5세대 스텔스 전투기 Su-57이 모스크바 인근에서 원인 미상의 추락 사고를 당하면서, 러시아군이 새로운 전쟁 방식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이 지난 15일 펜실베이니아주 칼라일의 미 육군 전쟁대학에서 열린 '펜실베이니아 국방·혁신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선의 참혹한 실태를 처음으로 공식 언급했다”면서 “우리 정보기관의 판단은 여러분이 우크라이나 관련 공개 자료에서 봤을 수도 있는 내용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에 도착하는 러시아 신병의 평균 기대 생존시간은 20~30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충격을 주었다.
유로마이단프레스도 “방위산업·기술업계 관계자 50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이 발언은, 미국 정보기관 수장이 러시아군 인명피해 규모를 공식 석상에서 확인한 첫 사례”라고 짚었다.
[CIA “드론이 전쟁의 법칙을 바꿨다”]
랫클리프는 이 같은 참상의 배경으로 인공지능(AI) 드론을 지목했다. 그는 “AI가 적용된 드론이 고도로 전문화되고, 저비용으로 인명을 살상하는 무기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신기술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군사력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게 여기서 얻어야 할 교훈”이라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전력상 열세였던 군대가 4년 반이 지난 지금까지도 러시아라는 우세한 군대를 막아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이날 회의에서 랫클리프가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 자체가 사실상 맞았다는 평가도 내놓았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자신이 CIA 국장에 취임한 지난 18개월 동안 확보한 러시아 점령지는 전체 영토의 약 1%에 불과하다”고 언급하며, “열세한 전력의 우크라이나가 드론전과 비대칭전을 숙달하면서 우세한 러시아군의 진격을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같은 보도는 “드론에 의한 살상이 집중되는 이른바 '킬존(kill zone)'이 접촉선 양쪽 20~25km 구간에 형성돼 있으며, 도네츠크주에서는 올해 1분기 러시아군이 1㎢를 점령할 때마다 평균 316명의 병력을 잃어 1년 전(약 120명)보다 손실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CSIS "러시아군 피해 비율 8대1"...드론 혁명의 충격]
이 같은 평가는 다른 연구기관의 분석과도 상당 부분 일치한다. Defense News는 미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이달 초 보고서를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AI 기반 드론 투입이 전선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상반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군의 인명 피해 비율이 거의 8대1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는 개전 이후 작년까지 대부분 유지됐던 2~3대1 수준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CSIS는 “2022년 2월 개전 이후 양측 사상자가 200만 명을 넘었고, 이 가운데 러시아군 피해가 약 140만 명에 이른다”면서 “러시아군 전사자는 최대 45만 명으로,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어떤 주요 국가도 겪지 않은 최대 규모의 전장 사망자 수”라고 분석했다.
Defense News는 “우크라이나 최고위 장성이 5월 나토(NATO) 동맹국들에 러시아가 하루 최소 1000명의 병력을 잃고 있다고 밝혔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유럽과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수개월째 러시아의 사상률이 기록적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고 밝혀왔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 드론 기술에 투자하는 이유]
전황이 이렇게 흐르자 미국과 유럽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의 드론 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며 관련 기술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다. 랫클리프 발언 하루 전인 지난 14일 유럽연합(EU)과 우크라이나는 6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드론 생산 협정을 키이우에서 체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올해 말까지 드론과 드론 방어 시스템을 공동 생산하고, 2028년까지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를 공동 생산한다는 목표의 의향서에 서명했다.
미 국방부도 약 11억 달러 예산으로 2027년까지 20만 대 이상의 소형 자폭·공격 드론을 실전 부대에 배치하는 '드론 도미넌스(Drone Dominance)'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자체 개발·시험을 거쳐 양산하던 기존 방식 대신, 이미 실전에서 검증된 드론들을 장거리 타격, 야간 비행, GPS 교란 대응, 조종 편의성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시켜 즉시 계약·생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실전 경험이 풍부한 우크라이나 드론 제작업체 6곳이 각 100대를 미국에 수출해 시험 평가를 받고 있으며, 1차 경쟁 평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스카이폴과 영국 스카이커터가 공동 개발한 드론이 우승했다. 8월에는 콜로라도주 포트 카슨에서 19개 업체가 참여하는 2차 평가가 예정돼 있다.
[최신예 Su-57 추락…왜 모두가 주목했나]
이런 가운데 23일 모스크바 서쪽 오딘초보 구역, 즈베니고로드 인근에서 군용기 한 대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타스(TASS) 통신은 러시아 국방부 발표를 인용해 “훈련기가 이륙 중 추락했으며 조종사는 사출 좌석으로 탈출해 생명에 지장이 없다”고만 밝히고, 기종은 특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키이우포스트는 “Su-57은 러시아가 세계 최강 전투기 중 하나로 선전해온 기종이지만, 개발 기간이 길고 단가가 높아 실제 배치 대수는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공개 정보 기준 실전 배치 기체는 수십 대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단 한 대의 손실도 상징적·실질적 타격이 작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밝혔다.
키이우포스트는 “우크라이나 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한다”면서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장거리 드론으로 러시아 후방 비행장을 타격해 지상에 계류 중이던 Su-57을 손상시켰다고 여러 차례 주장해왔으며, 2024년 6월과 2026년 4월 두 차례 지상 피격이 확인된 바 있다”고 짚었다.
["아군 오폭" 소문, 그리고 우크라 측의 "우리가 그랬다" 주장]
추락 원인을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 유로마이단프레스는 “추락 직후 러시아 밀리터리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기술적 결함’이라는 당국 설명과 별개로 '아군에 의한 오폭' 가능성이 제기됐다”면서 “이들은 최근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습이 잦아지면서 모스크바 방어를 위해 새로 편성된 예비군 성격의 'BARS-모스크바' 방공부대를 지목하며, 신경이 곤두선 방공 요원들이 자국기를 오인 사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주장이 나온 것은 우크라이나 측 국제 오픈소스정보(OSINT) 커뮤니티 InformNapalm이다. 우크라이나와 전 세계의 기술, 혁신, IT 산업을 다루는 전문 미디어 매체인 dev.ua는 “이 단체는 23일 성명에서 ‘지난 17일 BARS-모스크바 방공부대의 훈련 중계 스트림을 가로채 분석해 시스템의 소프트웨어·하드웨어 구조, 작전 절차, 취약점을 파악했고, 이를 우크라이나 국방군에 전달했다’며 ‘이렇게 확보한 접근권과 취약점을 이용해 사이버 개입을 실시, BARS-모스크바 한 부대의 운용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InformNapalm은 “그 결과 러시아 방공망이 쿠빈카 비행장에서 이륙 직후의 자국 Su-57 전투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확인해주지는 않았다.
[Why Times Insight]
이번 기사의 핵심은 Su-57 추락 여부 자체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러시아군이 드론이 지배하는 새로운 전쟁 환경에서 병력 운용과 방공 체계 모두 심각한 적응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CIA 국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한 러시아 신병의 평균 생존시간, CSIS가 분석한 8대1의 인명 피해 비율, 그리고 Su-57 추락을 둘러싼 오인 사격 논란은 서로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러시아군은 여전히 막대한 병력과 무기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쟁의 규칙이 AI와 드론 중심으로 바뀌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제 단순한 소모전이 아니라 '기술 적응력의 전쟁'으로 변하고 있다. 앞으로 전선의 승패는 누가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하느냐보다, 누가 AI와 드론을 더 빠르게 전장에 융합하고 그 변화에 적응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는 러시아뿐 아니라 세계 모든 군대가 받아들여야 할 새로운 현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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