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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사우디의 '123 협정' 체결로 중동 정세의 거대한 변화 시작 미·사우디 원자력 협정 체결 2026-07-23
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UPI=연합뉴스자료사진]

2026년 7월 22일,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체결한 원자력 협정은 민간 원자력 발전 추진을 넘어 중동 지역의 안보 구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초석이 될 전망이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와 맺은 협정은 이른바 '123 협정'으로 불린다. 이는 1954년 제정된 미국 원자력법 제123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타국이 미국의 핵기술과 장비를 도입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법적 절차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세계 50여 개국 및 국제기구가 미국과 이 협정을 맺고 있으며, 미국 의회의 최종 승인을 얻어야 발효되는 엄격한 구속력을 가진다.


원래 123 협정은 무분별한 핵 확산을 막기 위한 미국의 강력한 통제장치 역할을 해왔다. 협정을 맺는 국가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를 전면 수용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은 물론, 핵물질의 군사적 전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특히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같은 핵심 공정은 미국의 사전 동의나 별도 승인 없이 절대로 진행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사실상 미국의 압도적인 통제권을 인정해야만 원전 도입이 가능했다.


과거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형 원전을 도입하면서 중동 국가 최초로 미국과 123 협정을 체결했을 때 적용된 기준은 매우 단호했다. 당시 UAE는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완전히 포기하는 조건에 합의했고, 미국 정부는 이를 핵비확산의 모범 사례인 '골드 스탠더드'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번 사우디와의 협정은 과거의 이러한 선례를 완전히 뒤흔드는 매우 이례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협정에서 미국은 사전동의 조항을 활용해 사우디 영토 내에서의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양국이 2년 동안 공동연구를 진행한 뒤 상업적 필요성이 입증되면 사우디 내 관련 시설 설치를 허용하겠다는 구상이다. 비록 사우디인의 접근을 차단하고 미국이 직접 관리·운용하는 '블랙박스' 형태를 취한다 하더라도, 자국 영토 내 우라늄 매장량을 활용하겠다는 사우디의 강력한 요구가 일부 반영된 셈이다.


검증 절차를 둘러싼 우려도 적지 않다. 원자력법은 IAEA의 포괄적안전조치협정(CSA) 수준의 정기 사찰을 요구하지만, 전문가들은 미신고 시설까지 불시 점검할 수 있는 추가의정서(AP) 수용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UAE는 AP까지 완벽히 받아들인 반면, 사우디는 가장 낮은 수준의 의무만 이행해왔으며 이번 협정문에도 AP 수용 명시가 누락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제3국에서 들여오거나 사우디 내부에서 자체 채굴한 우라늄에 대해서는 미국산 기술이 적용되지 않아 통제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2년간의 공동연구를 거쳐 실제 농축 권한이 부여될 경우 중동 내 핵무기 개발 경쟁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향후 미국 의회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가 이번 협정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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