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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강경파를 자극한 '보이지 않는 손'…아라그치 “스파이가 정책 결정까지 흔들었다” 美와 끝까지 싸우자던 강경 노선, 누구에게 가장 유리했나 2026-07-22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美와 끝까지 싸우자던 강경 노선, 누구에게 가장 유리했나]


미국과의 전쟁이 다시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란에서는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이번에는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향한 전쟁이 아니라, 누가 이란을 미국과의 정면충돌로 몰아갔는가를 둘러싼 권력 내부의 책임 공방이다. 이런 가운데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외국 정보기관의 침투는 단순한 정보 유출을 넘어 국가의 정책 결정과 심리, 여론 형성까지 흔들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발언이 단순한 보안 실패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의 항전을 끝없이 주장했던 강경 노선을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지금, 이란 내부에서는 "누가 이런 전쟁을 선택하게 만들었는가"라는 질문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란 전문 매체 이란인터내셔널(Iran International)은 21일, “아라그치 장관이 친정부 성향 팟캐스트 진행자 자바드 모고에이와 약 90분 동안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례적으로 외국 정보기관의 침투 문제를 상세히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이번 인터뷰는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 공습으로 최고지도자와 군·안보·정치 지도부가 동시에 제거된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당시 진행자는 어떻게 이런 대규모 보안 실패가 가능했는지를 물었고, 아라그치는 단순한 정보 유출 이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아라그치는 “이런 침투는 단순히 정보를 빼내는 수준이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과 심리적 환경, 여론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정 국가를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인터뷰의 맥락상 이스라엘 정보기관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추정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정책 결정까지 흔든다'는 표현에 더 주목하면서 미국을 전장으로 불러내려는 배후세력에 대해 더욱 집중했다. 보안망이 뚫렸다는 사실보다, 국가의 전략적 선택 자체가 외부 영향력에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이 훨씬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단순한 간첩이 아니라 '전쟁을 선택하게 만드는 정보전']


아라그치의 발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그가 '스파이'라는 단어보다 '정책 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데 있다. 일반적으로 스파이 활동이라고 하면 군사기밀을 빼내거나 지도부의 동선을 파악하는 정보수집을 떠올린다. 그러나 아라그치가 설명한 침투는 훨씬 높은 차원의 영향력 공작이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외국 정보기관은 단순히 정보를 훔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국가 지도부가 어떤 정책을 선택할 것인지, 협상을 택할 것인지, 군사적 충돌을 확대할 것인지, 국민 여론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현대 정보전에서 흔히 말하는 '영향력 공작(Influence Operations)'의 개념과도 맞닿아 있다.


실제로 냉전 이후 정보기관의 활동은 기밀 탈취보다 상대국 내부의 정치적 분열을 확대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상대국이 스스로 가장 불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만드는 것이 단순히 군사정보를 훔치는 것보다 훨씬 큰 전략적 성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아라그치의 발언은 단순한 보안 실패 인정이 아니라 전쟁으로 이어진 정책 결정 과정 자체를 문제 삼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 “아라그치가 겨눈 것은 외국보다 이란 내부 강경파”]


아라그치의 발언을 접한 중동 전문가들도 공통적으로 '스파이'보다 '강경파'에 주목했다. 중동연구소(MEI)의 알렉스 바탄카 선임연구원은 “이런 침투 공작의 목표는 지도부 위치를 적에게 넘기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정책 결정 과정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의미심장한 분석을 내놓았다. “아라그치의 발언은 외국 정보기관을 비난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로는 이란 내부 강경파를 향한 정치적 메시지일 가능성이 크다.” 그는 특히 “정권 내부 일부 세력이 결과적으로 적이 가장 원했을 정책을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는 뉘앙스가 이번 발언에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인권단체 DAWN의 오미드 메마리안 분석가도 같은 맥락의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이란 강경파의 일부 결정은 국가이익과 정면으로 충돌했음에도 계속 추진됐다”며 “연기는 보이는데 불은 보이지 않는다”고 표현했다.


민주주의수호재단(FDD)의 베남 벤 탈레블루 이란프로그램 국장 역시 “이런 공개 발언은 국민을 향한 것이 아니라 정권 내부 경쟁 세력과 안보기관을 향한 메시지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들이 온건파라는 뜻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가를 보전하는 최선의 방법을 놓고 내부 노선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세 전문가의 분석은 하나의 결론으로 모인다. 아라그치는 단순히 외국 스파이의 존재를 경고한 것이 아니라, 그 영향력에 휘둘리거나 결과적으로 외부의 전략적 이해와 맞아떨어지는 강경 노선을 추진한 내부 세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가 가장 이익을 얻는가'…지정학이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제기된다. 만약 외국의 영향력 공작이 실제 존재했다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계속될수록 가장 큰 전략적 이익을 얻는 국가는 어디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대상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이란 핵개발 저지와 혁명수비대의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최우선 안보 목표로 삼아 왔고, 실제로 이란 내부 정보망 구축과 침투 능력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정보 수집과 보안 침투라는 측면에서는 가장 자연스럽게 거론되는 대상이다.


그러나 지정학적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간접적인 전략적 이익을 얻는 국가는 이스라엘만이 아니다.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력과 외교 역량이 중동에 집중될수록 우크라이나 전선에서 상대적인 여유를 확보할 수 있고, 국제유가 상승은 러시아 경제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전략적 자원이 중동으로 분산되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부담을 일부 덜 수 있다.


물론 이것이 러시아나 중국 정보기관이 이란 내부 강경 노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이를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국제정치에서는 사건 자체만큼이나 '누가 가장 큰 전략적 이익을 얻는가(Cui Bono)'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 방법이다. 아라그치가 사용한 '정책 결정을 흔드는 침투'라는 표현은 단순한 첩보 활동이 아니라, 현대 정보전이 국가의 전략적 선택까지 겨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총성은 계속되는데, 이란 내부에서는 벌써 책임론이 시작됐다]


아라그치의 발언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왜 지금 이런 말을 했느냐'에 있다.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양측의 긴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언제든 전면전으로 다시 확대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아라그치는 외국 정보기관의 침투와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영향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는 단순히 보안 실패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전쟁이 계속되는 와중에도 이란 지도부 내부에서는 이미 '누가 이 나라를 여기까지 몰고 왔는가'를 둘러싼 책임 공방이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그동안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미국과의 협상을 '굴복'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을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반면 외교라인은 미국과의 정면충돌이 국가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결국 미국과 이스라엘의 연이은 정밀 타격으로 최고지도부와 군 지휘체계가 심각한 피해를 입으면서, 이란 내부에서는 강경 노선의 판단이 과연 국가이익에 부합했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라그치가 “외국 정보기관은 정책 결정과 심리, 여론 형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단순한 첩보 활동을 지적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의 해석을 종합하면, 이는 미국과의 충돌을 밀어붙였던 내부 강경 노선에 대한 우회적인 문제 제기이자, 전쟁의 책임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의 시작을 알리는 발언으로 볼 수 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아라그치의 인터뷰를 단순히 '스파이 사건'으로 해석한다면 본질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외국 정보기관이 정책 결정까지 흔들 수 있다'는 그의 표현이다. 이는 현대 정보전이 군사기밀을 훔치는 수준을 넘어 상대국의 여론과 정책, 나아가 전쟁과 평화의 선택 자체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점을 이란 최고위 외교 책임자가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특정 국가나 정보기관이 이란 내부 강경파를 조종하거나 미국과의 전쟁을 의도적으로 유도했다고 단정할 근거는 확인되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안보 측면에서, 러시아는 지정학적 측면에서, 중국은 전략적 측면에서 각각 간접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은 가능하지만, 그것이 곧 정보기관의 개입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번 인터뷰가 던진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이란 권력 내부에서는 벌써 "누가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선택했고, 그 선택이 누구에게 가장 큰 이익을 안겨주었는가"를 둘러싼 책임론이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란 정국의 최대 변수는 스파이 색출 자체가 아니라, 강경 노선을 주도해 온 세력과 외교적 해법을 주장해 온 세력 사이의 권력 재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장의 총성은 계속되고 있지만, 테헤란 권력 핵심에서는 이미 또 다른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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