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핵시설에서 인프라로…미군 전략, '파괴'에서 '고립'으로 전환]
미국의 대이란 군사작전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갔다. 그동안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 혁명수비대(IRGC)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데 집중했던 미군이 이제는 교량과 철도, 항만, 전력망 등 국가 기반시설 자체를 무너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군사력을 약화시키는 수준을 넘어 이란의 전쟁 수행 능력과 국가 기능 자체를 마비시키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미군이 최근 집중 공격한 반다르 아바스와 차바하르는 모두 이란 남부의 핵심 전략 거점이다. 반다르 아바스는 이란 최대 항만이자 혁명수비대 해군의 핵심 기지이며, 차바하르는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전략 항구다. 두 거점을 동시에 압박한 것은 미국의 공습 목표가 이제 '시설 파괴'가 아니라 '국가 고립'으로 확대됐음을 보여준다.

NBC뉴스는 19일, “이날 공격은 지난 6월 타결된 정전 및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사문화된 이후 미군이 7일 연속으로 감행한 공습의 연장선에서 이뤄졌다”면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호르모즈간주(州) 반다르 하미르 일대에서 최소 6개 이상의 교량을 파괴했다고 밝혔으며, 이란 관영 IRIB 통신은 반다르 아바스 서쪽 철도 교차점도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공격으로 최소 7명이 사망했다고 이란 국영TV가 밝혔다.
NBC뉴스는 “이번 교량 파괴는 미군이 그동안 견지해온 '호르무즈 해협 위협 능력 제거'라는 목표와 궤를 같이한다”면서 “파괴된 교량들은 모두 반다르 아바스에서 시라즈를 거쳐 이란 중부로 이어지는 핵심 도로망에 위치해 있으며, 이곳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 사령부가 자리한 요충지”라고 설명했다. 이란샤흐르 공항 인근 활주로도 함께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파괴된 교량들은 모두 반다르 아바스를 이란 내륙과 연결하는 핵심 교통망이다. 반다르 아바스는 이란 전체 수출입 물동량이 집중되는 최대 항만일 뿐 아니라 혁명수비대 해군의 본거지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 도시를 외부와 연결하는 혈관부터 끊기 시작한 셈이다. 이란샤흐르 공항 활주로도 함께 타격을 받으면서 육상·철도·항공 교통망이 동시에 압박을 받았다.
여기에 남부 전력시설까지 공격을 받으면서 이란 에너지부는 처음으로 전력 인프라 피해를 공식 인정하고 주민들에게 전력 사용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반다르 아바스는 물류와 전력, 통신이 동시에 흔들리는 사실상의 고립 상태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NBC뉴스는 “같은 날 오만해 연안 차바하르항에서는 샤히드 칼란타리 항구의 해상관제탑이 붕괴됐다”면서 “차바하르항은 호르무즈 해협 바깥에 위치해 있지만 인도와 공동 운영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미군의 타격 범위가 해협 인근을 넘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이 공격은 상징성이 훨씬 크다. 차바하르는 호르무즈 해협 밖에 위치한 이란의 전략 항구다. 인도가 공동 개발에 참여하며 중앙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활용해 온 곳이며, 이란 입장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더라도 국제 물류를 유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대안 항만이다.
미국은 바로 이 우회 통로까지 차단하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의 목표는 항구 하나를 폭격하는 것이 아니라 이란의 해상 물류망 자체를 봉쇄하는 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전은 끝났다…트럼프도 "전쟁은 다시 시작됐다"]
이번 공습은 지난 6월 체결됐던 미·이란 정전 합의가 사실상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ABC뉴스는 이와 관련해 “이번 공세는 지난 6월 파키스탄 중재로 체결된 미-이란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파기 수순을 밟은 결과”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열린 나토(NATO) 정상회의 계기에 정전이 "끝났다"고 공식 선언하며 이란 지도부를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냈다”고 짚었다. ABC뉴스는 이어 “미군은 이란샤흐르, 반다르 아바스, 코나락, 차바하르, 부셰르 등 이란 동남부 5개 도시와 북동부 아그칼라를 동시다발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미 외교협회(CFR)는 “6월 서명된 정전이 체결 4주 만에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에 대한 공격을 재개하자 미군이 대규모 보복 공습에 나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 미국이 다시 "전쟁 상태"로 돌아갔음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더 이상 제한적 응징에 머무르지 않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하는 이란의 능력을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확전 채비하는 미군... 이스라엘에 급유기 대거 증파]
미국의 탐사보도매체 악시오스는 “미 행정부가 이스라엘 측에 수십 대의 공중급유기를 추가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공중급유기는 현대 공군력의 핵심이다. 급유기가 많아질수록 전투기의 체공 시간이 길어지고 공격 반경도 크게 확대된다. 한 번의 출격으로 훨씬 많은 목표를 타격할 수 있으며 장거리 심야 폭격도 가능해진다.
예루살렘포스트는 “현재 이스라엘에 배치된 급유기 숫자가 이번 증파를 통해 전쟁 초기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미국이 단기간의 공습이 아니라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발전소와 핵시설, 지하시설에 대한 추가 공격이 검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전선 넓히는 이란의 보복, 걸프 동맹국까지 확산]
이란 역시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CNN은 이란이 요르단과 카타르, 쿠웨이트, 이라크 등 미군이 주둔한 국가들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확대했다고 보도했다. 혁명수비대는 요르단 미군기지를 공격해 미군 항공기를 파괴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이란의 목적은 분명하다. 미국과의 전쟁을 이란 영토 안에만 가두지 않고 중동 전역으로 확산시키려는 것이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수는 3주 만에 최저 수준으로 감소했다. 해협이 완전히 폐쇄되지 않았더라도 해상 물류는 이미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국가 경제도 동시에 무너지는 이란]
전쟁의 충격은 경제에서도 나타난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이란 암시장 환율은 달러당 191만8천 리알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 역시 단기간에 9% 이상 급등했다. 웰스파고는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정이 계속될 경우 유가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쟁은 군사력만 소모시키는 것이 아니다. 국가 경제도 함께 무너뜨리기 시작한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반다르 아바스 교량 파괴와 차바하르 관제탑 붕괴는 단순한 공습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미국은 이제 핵시설 몇 곳을 정밀 타격하는 수준을 넘어, 이란이라는 국가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 자체를 하나씩 제거하는 단계로 전략을 전환하고 있다.
교량을 끊고 철도를 마비시키며 항만과 전력망까지 압박하는 방식은 과거 이라크와 세르비아 공습에서도 사용됐던 '전쟁 지속 능력 제거(Strategic Paralysis)' 개념과 유사하다. 목표는 적군을 격파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을 스스로 움직일 수 없게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공중급유기 대규모 증파와 발전소·핵시설 추가 타격 검토까지 감안하면, 트럼프 행정부는 단기적인 응징이 아니라 장기적인 압박 국면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이란 역시 주변 미군 기지와 걸프 동맹국을 겨냥해 전선을 넓히며 맞대응하고 있어 충돌의 범위는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결국 이번 공습의 본질은 교량 몇 개를 파괴한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핵시설 폭격'에서 '국가 기능 마비'로 전쟁의 성격을 바꾸기 시작했다는 점, 바로 그것이 이번 공습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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