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직접 키운 정치국원도 3년 만에 숙청…커지는 '승계 공백' 위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또 한 명의 최고위급 인사를 숙청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지금까지의 반부패 숙청과는 성격이 다르다. 이번에 낙마한 인물은 정적도, 다른 계파 인사도 아닌 시진핑이 직접 발탁하고 정치국까지 끌어올린 자신의 핵심 측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 정치인의 몰락이 아니라 '사람을 믿지 못하는 권력', 그리고 후계자를 만들지 못하는 시진핑 체제의 구조적 딜레마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영국의 더타임스는 18일, “시진핑의 후계자 발탁 어려움을 보여주는 숙청”이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마싱루이의 몰락을 시 주석 개인의 인사 시스템이 안고 있는 근본적 취약성의 상징으로 짚었다. 더타임스는 “정치국원으로 승진한 지 불과 3년 만에 축출된 마싱루이 사례는 시 주석의 다른 모든 숙청만큼이나 충격적이고 뜻밖”이라고 평가했다.
이 분석의 핵심에는 시진핑과 그 부친 시중쉰(習仲勛)의 관계를 다룬 저서 ‘당의 이익이 최우선이다’의 저자 조지프 토리지언(Joseph Torigian, 아메리칸대 교수)의 인터뷰가 있다. 토리지언 교수는 더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마싱루이는 시진핑이 직접 만든 인물이었다. 그렇게 검증한 사람조차 무너졌다면 이제 그는 누구를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 한마디가 이번 사건의 본질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정치국원까지 올랐던 '시진핑의 작품'이 무너졌다]
중국 중앙기율검사위원회(CCDI)는 지난 14일 국영 CCTV를 통해 마싱루이를 당적 박탈과 공직 해임 처분했다고 발표했다. 뇌물수수와 권력 남용, 간부 인사 개입, 가족을 통한 부당이익 제공, 성(性)을 이용한 정치적 거래 등 다양한 혐의가 적용됐다.
중국에서 고위 간부 숙청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마싱루이가 기존 정치세력이나 반대파가 아니라는 데 있다. 그는 오히려 시진핑 체제가 가장 성공적으로 키워낸 인물 가운데 한 명이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우주항공 전문가 출신인 그는 하얼빈공업대학 부총장을 거쳐 중국항천과기집단(CASC) 총경리를 지냈고, 이후 광둥성 부서기와 신장위구르자치구 당서기를 맡으며 정치권 핵심으로 진입했다. 특히 2021년 신장 당서기 임명은 시진핑의 절대적인 신임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인사였다.
당시 국제사회는 위구르족 인권 문제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었고, 신장은 중국 정치에서 가장 민감한 지역이었다. 시진핑은 강경한 통제와 경제 안정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인물로 마싱루이를 선택했고, 그는 비교적 무난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그 결과 2022년 제20차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으로 승진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차세대 최고지도부의 유력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그는 모든 것을 잃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숙청이 아니라 '신뢰의 붕괴']
많은 언론은 이번 사건을 또 하나의 반부패 숙청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부패 혐의가 아니다. 핵심은 시진핑이 자신이 직접 검증한 사람조차 끝까지 신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마싱루이는 다른 계파 출신이 아니었다. 기술관료 출신으로 중앙과 지방을 모두 거치며 시진핑 체제 안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시진핑 사람'이었다. 그런 인물이 정치국 입성 3년 만에 무너졌다는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실패가 아니라 시진핑식 인사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토리지언 교수 역시 “마싱루이는 서류상으로는 완벽한 인물이었지만 결국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지금 시진핑 앞에는 더 큰 문제가 남게 됐다. '그렇다면 이제 누구를 믿을 것인가.'
[후계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후계자를 만들 수 없다]
이번 사건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2027년 제21차 당대회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정치에서 가장 이상한 점은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정확히 말하면 후계자가 없는 것이 아니라 후계자를 만들 수 없는 체제가 됐다는 표현이 맞다.
과거 중국 공산당은 최고지도자를 미리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승진시켜 장기간 검증하는 승계 시스템을 운영했다. 장쩌민은 후진타오를 그렇게 키웠고, 후진타오 역시 시진핑을 차기 지도자로 준비시켰다.
그러나 시진핑 집권 이후 이 전통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후계자를 공개하는 순간 권력은 자연스럽게 그 사람에게 이동하기 시작한다. 정치국원들은 미래 권력에 줄을 서기 시작하고, 최고지도자의 권위는 조금씩 약해질 수밖에 없다.
시진핑은 이런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후계자를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후계자가 없을수록 모든 정치국원이 잠재적 경쟁자가 된다. 최고지도자는 누구도 완전히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지금 중국 정치가 빠져 있는 가장 큰 딜레마다.
[충성해도 살아남지 못하는 권력]
마싱루이 사건은 중국 관료사회에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과거에는 최고지도자에게 충성하면 정치적으로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공식마저 무너지고 있다. 시진핑이 직접 키운 사람도 하루아침에 숙청된다면 누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려 하겠는가. 자연스럽게 관료들은 책임지는 결정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판단하게 된다.
최근 중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관료사회의 '몸 사리기'가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과감한 정책과 책임 있는 행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공포정치 아래에서는 실패하지 않는 것이 성공보다 중요해진다. 권력은 강화될 수 있지만 국정 운영 능력은 오히려 약해질 수밖에 없다.
[정치국도 늙어가고 있다]
이번 사건이 더욱 심각한 이유는 승계 후보군 자체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치국원 대부분은 이미 60대 중후반이다. 2027년 이후 실제 권력 승계가 이뤄질 경우 상당수는 70대에 진입하게 된다. 과거처럼 50대 후반이나 60대 초반의 차세대 지도자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구조는 사실상 사라졌다.
여기에 최근 허웨이둥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낙마, 장유샤 중앙군사위 부주석 조사설, 그리고 마싱루이 숙청까지 이어지면서 군과 당 핵심부 모두에서 최고위급 인사들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권력은 어느 때보다 시진핑 개인에게 집중됐지만, 역설적으로 권력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인물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마싱루이 숙청을 단순한 반부패 사건으로만 본다면 절반밖에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사건이 던지는 가장 큰 질문은 “시진핑 이후 중국은 누가 이끌 것인가”가 아니다. 오히려 “왜 시진핑은 아직도 후계자를 만들지 못하는가”에 있다. 후계자를 세우는 순간 자신의 권력이 약해질 것을 우려하고, 그렇다고 후계자를 만들지 않으면 모든 측근이 잠재적 경쟁자가 되는 구조. 결국 최고지도자는 누구도 끝까지 믿지 못하고, 관료들은 눈에 띄지 않는 것을 최고의 생존 전략으로 선택하게 된다. 이것이 오늘날 중국 공산당 권력 구조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모순이다.
겉으로 보면 시진핑의 권력은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 국가주석 임기 제한도 사라졌고, 당과 군, 국가기구를 모두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될수록 그 권력을 이어받을 시스템은 오히려 약해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개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은 후계 체계가 흔들리는 순간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마싱루이의 몰락은 한 정치인의 추락이 아니다. 그것은 '시진핑 시스템'이 스스로 드러낸 균열이다. 그리고 2027년 제21차 당대회가 가까워질수록 국제사회가 주목해야 할 것은 중국 경제지표보다도, 이 후계 공백이 어떤 방식으로 폭발할 것인가 하는 점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