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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김정은, 왜 지금 중국인가... 15년 만의 총리 단독 방중 뒤에 숨은 세 가지 계산 첫 번째 이유: 러시아 특수는 영원하지 않다는 김정은의 계산 2026-07-18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북한 내각총리, 15년 만의 '단독 방중'... 무엇이 달라졌나]


북한이 예상보다 빠르게 중국에 다시 손을 내밀기 시작했다. 북한 내각총리 박태성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수행하지 않은 채 15년 만에 단독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와 잇달아 회동했다. 표면적으로는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 기념행사 참석이 목적이었지만, 이번 방중은 단순한 외교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현실 속에서, 러시아에 크게 기울었던 북한이 종전 이후까지 계산하며 다시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0일 “박태성 총리가 10일부터 12일까지 당·정 대표단을 이끌고 중국을 공식 방문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총리가 최고지도자를 수행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박 총리가 방중 기간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창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차이치 정치국 상무위원 등 중국 최고 권력층을 연쇄적으로 만났다는 점이다. 


여기에 지난달 시진핑의 평양 방문, 15~17일 왕후닝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평양 방문까지 이어지면서 불과 한 달 사이 북중 최고위급 교류가 세 차례나 이어지는 매우 이례적인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우호 분위기 조성이 아니라 북한과 중국 모두가 새로운 전략적 계산을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첫 번째 이유: 러시아 특수는 영원하지 않다는 김정은의 계산]


김정은이 중국을 다시 찾기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러시아 의존의 한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 경제에 전례 없는 특수를 안겨줬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은 지난 3월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2023년 8월부터 2025년 말까지 러시아에 대한 무기 수출과 파병 대가로 76억7000만~144억 달러, 평균 약 110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했다.


북한의 연간 전체 수출 규모가 과거 3억~4억 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국가 경제의 구조 자체가 바뀔 정도의 막대한 외화가 유입된 셈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구조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받은 대가의 80~96%가 현금이 아니라 군사기술과 첨단부품, 정밀 소재 등의 형태로 이전됐거나 이전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대규모 무기를 구매할 이유도 줄어들고, 군사기술 이전 역시 자연스럽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전략적 필요성이 줄어드는 순간 북한 경제 역시 새로운 외화 공급원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번 박태성 총리의 방중은 바로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러시아를 버리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만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종전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더 크다.


[두 번째 이유: 러시아에 너무 기울었던 외교의 균형을 다시 맞춘다]


이번 방중은 북중관계 복원의 의미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은 사실상 러시아와 준동맹 수준의 관계를 구축했다. 군사협력은 물론 경제와 외교까지 러시아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중국과의 거리는 이전보다 다소 멀어졌다.


상징적인 장면도 있었다. 올해 초 노동신문은 세계 각국 정상들의 신년 축전을 소개하면서 푸틴 대통령의 축전은 별도로 크게 다뤘지만 시진핑 주석의 축전은 다른 국가 정상들과 함께 묶어 소개했다. 북한이 외교적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중국 역시 북한이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지나치게 기울어지는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북·중·러 삼각관계를 분석하면서 북중관계를 '변압기', 북러관계를 '균형자'로 표현했다. 북한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기울지 않도록 균형을 유지해 왔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서로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관리해 왔다는 것이다.


결국 지금은 러시아와의 밀착이 정점에 도달한 시점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이제 다시 중국이라는 또 하나의 축을 복원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세 번째 이유 : 중국도 북한이 필요하다]


이번 방중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 역시 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중 전략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전략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향후 북미 핵협상이 다시 시작될 경우 중국이 협상 과정에서 배제되는 이른바 '차이나 패싱'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꾸준히 제기된다.


이 때문에 중국은 북러 군사협력에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와 민생 분야를 중심으로 북한과의 양자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VOA에 따르면 박태성 총리는 리창 총리와 만나 경제·무역·과학기술 협력 확대를 제안했고, 톈진 방문에서는 교육과 문화 교류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지난달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국경 통상구 정상화에 이어 12년 동안 개통되지 못했던 신압록강대교 역시 올해 안에 개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국경지역 경제 활성화와 북한의 불안정성 관리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만큼 북중 경제협력 확대는 충분한 실익이 있는 선택이다.


[러시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안전판'을 만드는 전략]


그렇다고 이번 움직임을 두고 북한이 러시아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고 해석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김정은은 북중 우호조약 체결 65주년 축전에서 "조중 친선협조관계는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축소하겠다는 어떠한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현재까지 확인되는 흐름은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활용하려는 전형적인 '헤징(Hedging)' 전략에 가깝다. 러시아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발생할 위험에 대비해 중국이라는 또 다른 안전판을 다시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박태성 총리의 단독 방중은 단순한 외교 일정이 아니다.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첫 번째 공개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러시아를 통해 막대한 외화와 군사기술을 확보했지만, 그 구조가 영원히 지속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종전이 가까워질수록 러시아 의존의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고, 결국 북한은 다시 중국이라는 전통적 후원자를 전략적으로 복원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반대로 중국 역시 북한을 다시 끌어안을 이유가 충분하다. 미중 전략경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중국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지정학적 자산이다. 앞으로 북미 대화가 재개될 경우 중국이 협상에서 배제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북중관계 회복은 베이징의 국익과도 맞아떨어진다.


결국 이번 방중의 핵심은 북러관계의 약화가 아니라 북한의 생존전략 변화에 있다. 김정은은 러시아라는 하나의 축에만 의존하기보다 중국이라는 또 다른 축을 복원하며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신압록강대교 개통과 국경무역 정상화, 경제협력 확대가 실제로 이어진다면 이번 박태성 총리의 방중은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동북아 지정학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서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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