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미국 유권자 2억2000만 명 정보가 중국 손에 넘어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한번 2020년 미국 대선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나 이번 연설의 핵심은 과거의 부정선거 논란을 되살리는 데 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유권자 정보 2억 2000만 건을 확보했으며, 이를 미국 정보기관이 축소하거나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사실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이어지고 있지만, 이번 발언이 던진 더 큰 메시지는 따로 있다. 이제 미·중 경쟁은 반도체와 관세를 넘어 국민 개개인의 데이터를 둘러싼 '정보전' 단계로 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는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한 약 25분간의 대국민 연설에서 최근 기밀 해제된 문건을 근거로 중국의 대규모 미국 유권자 데이터 확보와 정보기관의 은폐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2020년 대선을 전후해 중국이 역사상 최대 규모로 추정되는 미국 선거 데이터 침해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이 확보한 정보는 단순한 이름이나 주소 수준이 아니었다. 유권자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정당 등록 정보, 투표 이력, 병역 관련 정보 등 미국 유권자를 식별하고 정치 성향까지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미국 역사상 가장 심각한 선거 안보 사건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하면서, “이 정도 규모의 데이터가 외국 정부에 넘어간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백악관도 연설에 앞서 사전 브리핑을 통해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중국이 미국 유권자 등록 파일 약 2억 2000만 건을 확보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이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데이터를 확보했는지, 실제로 이를 선거에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트럼프가 더 문제 삼은 것은 '은폐'였다]
이번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강하게 비판한 대상은 중국보다 오히려 미국 정보기관이었다. 그는 “중국의 선거 관련 활동에 대한 정보가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다”며 “정보기관 내부의 조직적인 축소와 은폐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밀 해제된 내부 이메일을 근거로 “국가안보 관련 보고서인 대통령 일일보고서(PDB)에서 중국 관련 내용을 의도적으로 삭제하거나 완화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또 FBI 내부 관계자가 “사실상 그림자 정부를 운영하고 있다”고 적은 것으로 알려진 이메일도 공개하며, “정보기관 내부 일부 세력이 중국 관련 정보를 통제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이후 국가정보국장실(ODNI), FBI, CIA, 법무부 등에 이번 사안의 경위를 조사하고 관련자들에 대한 책임을 묻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단순한 해킹 사건이 아니라 국가안보 정보가 대통령에게조차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정보 실패' 사건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정보기관의 기존 결론은 다르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이 미국 정보당국이 이미 발표했던 공식 결론과는 상당 부분 충돌한다는 점이다. CBS News는 미국 정보당국이 2021년 공개한 기밀 해제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은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직접 바꾸기 위한 개입은 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문건 가운데 일부 역시 “이론적으로는 향후 사이버 공격이나 영향력 공작에 활용될 가능성은 있지만 실제 목적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은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중국은 미국 선거에 개입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일관되게 타국 내정 불간섭 원칙을 지켜왔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의 본질은 '데이터 전쟁']
이번 논란을 단순히 "2020년 대선을 둘러싼 정치 공방"으로만 해석하면 중요한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오늘날 국가 간 정보전은 과거처럼 투표함을 바꿔치기하거나 개표를 조작하는 방식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 개개인의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고, 이를 얼마나 정교하게 분석할 수 있느냐다. 유권자의 정치 성향과 소비 성향, 지역별 특성, 사회적 관계망 등을 결합하면 특정 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여론전이나 심리전, 정보공작이 가능해진다.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러한 데이터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최근 수년 동안 Volt Typhoon, Salt Typhoon 등 중국 정부와 연계된 것으로 판단되는 해킹 조직들의 활동을 잇따라 공개하며, 중국이 미국의 핵심 인프라와 통신망, 정부기관은 물론 민간 데이터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런 흐름 속에서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미국 사회에 중국의 데이터 확보 문제를 다시 안보 의제로 끌어올리려는 시도로도 해석할 수 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논란은 아직 사실관계가 모두 확인된 사건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대규모 데이터 확보와 정보기관의 은폐를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 정보당국의 기존 공식 평가는 여전히 "중국이 2020년 대선 결과에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두 주장을 동일한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던지는 함의는 결코 작지 않다. 오늘날 국가 간 경쟁은 더 이상 군사력과 경제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데이터를 누가 확보하고, AI를 통해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새로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 설령 이번 사건이 실제 선거 조작으로 이어졌다는 증거가 없더라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데이터 확보 자체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했다는 사실은 미·중 전략 경쟁이 이제 '데이터 주권'과 '정보전'의 시대로 본격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앞으로 추가 기밀문서 공개와 정보기관의 조사 결과에 따라 이번 논란은 미국 국내 정치뿐 아니라 미·중 관계 전반을 흔드는 새로운 변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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