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공습에서 점령으로… 미국, 대이란 전략 자체가 바뀌기 시작했다]
미국이 결국 전쟁의 마지막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수개월 동안 이어진 공습과 해상봉쇄, 경제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무기로 미국과 국제사회를 계속 압박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때로는 지상전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군사적 선택지가 하나 추가된 것이 아니다. 미국의 대이란 전략이 '압박과 억제'에서 '결정적 종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미국의 폭스뉴스(FOX News)는 16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추측만 무성했던 지상군 투입 가능성이 처음으로 대통령의 입에서 직접 나왔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최대 원유 수출기지인 하르그섬(Kharg Island)에 대한 지상군 투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때로는 지상전이 필요하다”고 답하면서 “미군이 직접 나설 수도 있지만 우리를 대신해 작전을 수행할 다른 이들도 있다”고 말해 동맹국이나 친미 세력을 활용한 제한적 지상작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미군은 이미 하르그섬을 여러 차례 공격했지만 석유시설은 의도적으로 남겨두고 있다”며 “이런 상대와 협상하는 유일한 방법은 힘이고, 그 힘은 군사력”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펜실베이니아 육군전쟁대학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는 정말 잘되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데드라인을 정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란이 제대로 처신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겉으로는 협상의 여지를 남긴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군사적 압박 수위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것이다.
[왜 지금 지상군인가… 미국도 공습의 한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발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상군'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니라 왜 지금 그 이야기가 나왔느냐이다. 미국은 그동안 이란의 미사일 기지와 방공망, 항만시설, 해군기지를 반복적으로 공습했다. 그러나 공습만으로는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고, 이란 역시 여전히 원유 수출 능력을 유지하며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습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들이 있다. 대표적인 곳이 하르그섬이다. 하르그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핵심 거점이지만, 시설을 폭격한다고 해서 곧바로 통제권을 확보할 수는 없다. 섬을 장악하지 않는 한 언제든 다시 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시설도 마찬가지다. 지하 깊숙이 저장된 고농축 우라늄은 폭격으로 제거하기 어렵다. 오히려 무리한 폭격은 방사능 오염이라는 또 다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핵물질을 완전히 확보하려면 누군가는 직접 들어가 확보해야 한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최근 의회에서 “누군가는 가서 가져와야 한다”고 말한 것도 바로 이런 현실을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결국 미국 내부에서는 '공습은 압박은 할 수 있지만 전쟁을 끝내지는 못한다'는 인식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르그섬 점령은 새로운 구상이 아니다]
사실 미국의 지상작전 검토는 이번에 처음 나온 이야기가 아니다. CNN은 이미 지난 3월, “이란이 하르그섬에 병력과 방공망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이 상륙작전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황을 이란도 일찌감치 파악하고 대비에 나섰다”는 의미다.
예루살렘포스트도 “신속 상륙작전을 수행하는 미 해병 원정부대(MEU) 2개 부대가 중동에 배치됐으며, 제82공수사단 병력도 추가 투입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는 단순한 전력 증강이 아니라 언제든 제한적 지상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추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더욱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백악관과 국방부가 검토해온 군사 옵션에는 하르그섬 점령뿐 아니라 호르무즈해협 입구를 통제하는 라라크섬 장악, 아부무사섬과 툰브 제도 확보, 이란 원유 수송선 차단 및 나포, 심지어 핵시설에 특수부대를 투입해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까지 포함됐다”고 밝혔다.
알자지라도 군사전문가들을 인용해 “공중우세권 확보와 방공망 제거가 끝나면 제82공수사단이 공항과 항만 등 진입 거점을 확보하고, 이후 네이비실과 델타포스 등 특수부대가 핵물질 확보와 주요 시설 장악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갑자기 나온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수개월 동안 준비돼 온 군사계획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에 가깝다.
[백악관 상황실, '공습 확대'가 아니라 '전쟁 확대' 논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거의 같은 시점에 백악관에서는 더욱 의미심장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악시오스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4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JD 밴스 부통령,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장관,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존 랫클리프 CIA 국장,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등 국가안보 핵심 인사들과 장시간 회의를 열고 기존보다 훨씬 광범위한 군사작전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역시 “이번에 검토되는 공격 대상은 지금까지 미국이 의도적으로 공격하지 않았던 전략시설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는 단순히 공습 대상을 늘리는 문제가 아니다. 전쟁의 목표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미국의 목표는 이란을 압박해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이란이 다시는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거나 핵 개발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군사적 능력 자체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즉, '응징'에서 '무력화'로, 다시 말해 '관리'에서 '종결'로 전략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CENTCOM의 하루 두 차례 공습… 지상작전의 전조인가]
실제 전장에서도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15일 하루 동안 두 차례에 걸쳐 이란을 공습했다. 오전에는 그레이터 툰브섬의 해안 방어시설과 순항미사일 기지를 공격했고, 저녁에는 반다르아바스를 비롯한 여러 지역의 지휘통제시설과 방공망, 미사일 및 드론 기지를 정밀 타격했다. 이번 전쟁 재개 이후 하루 두 차례 공습이 실시된 것은 처음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공격 대상이다. 미군은 단순히 미사일 기지를 폭격한 것이 아니라 해안 방어망과 지휘통제체계, 방공망을 집중적으로 제거하고 있다. 이는 상륙작전이나 특수부대 침투에 앞서 반드시 수행되는 전형적인 전장 조성(Operation Shaping) 과정과 매우 유사하다. 물론 이것이 곧 지상군 투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이 언제든 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전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해석에는 점점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란도 마지막 카드 준비… 홍해까지 흔드는 '이중 봉쇄']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높이는 사이 이란도 마지막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예멘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친이란 후티 반군이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와 협력해 바브엘만데브 해협 양측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미 호르무즈해협을 위협하고 있는 이란이 홍해의 관문까지 흔들 경우 세계 에너지 수송망은 사실상 양쪽에서 동시에 압박받게 된다.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전 세계 해상무역의 10% 이상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만약 호르무즈와 바브엘만데브가 동시에 마비된다면 유조선과 컨테이너선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고, 물류비와 에너지 가격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간이 길어질수록 군사적 부담보다 경제적 부담이 훨씬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Why Times Insight]
트럼프 대통령의 “때로는 지상전이 필요하다”는 발언은 단순한 강경 발언이 아니다. 미국이 공습만으로는 이번 전쟁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지금 미국이 검토하는 것은 폭격의 확대가 아니라 전쟁의 종결 방식이다.
만약 제한적이라도 하르그섬이나 핵시설에 대한 지상작전이 현실화된다면, 이는 2003년 이라크전 이후 미국이 중동에서 다시 '영토를 점령하는 전쟁'에 나서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번 전쟁은 단순한 보복전이나 해상봉쇄 대응을 넘어 중동의 전략 질서를 다시 설계하는 전쟁으로 성격이 바뀌게 된다.
그러나 그 대가 역시 결코 작지 않다. 지상군이 투입되는 순간 미국은 더 이상 쉽게 발을 뺄 수 없다. 점령 지역 유지, 병력 보호, 막대한 전비와 인명 피해는 물론, 이란과 그 대리세력의 장기적인 비대칭 보복까지 감수해야 한다. 여기에 호르무즈와 홍해를 동시에 겨냥한 이란의 '이중 봉쇄'가 현실화될 경우, 전쟁은 군사적 충돌을 넘어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글로벌 위기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해야 하는 것은 '지상군을 투입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이번 전쟁을 끝낼 것인가'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이란만이 아니라 중동 전체, 더 나아가 국제 에너지 시장과 세계 경제의 향방까지 결정할 수 있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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