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러시아의 '후방'이 사라지고 있다]
전쟁의 양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과거 전쟁은 전선에서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해 적을 밀어내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이제 병력이 아니라 러시아라는 국가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다. 정유시설을 파괴하고, 가스관을 끊고, 크름반도로 향하는 연료 수송선을 침몰시키며, 모스크바 상공까지 드론을 날려 러시아 지도부의 심리적 안전지대마저 흔들고 있다. 전쟁의 무대가 최전선에서 러시아 본토 전체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최근 며칠 사이 벌어진 일련의 공격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크름반도 앞바다에서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유로마이단 프레스(Euromaidan Press)는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은 7월 6일부터 러시아의 이른바 '그림자 함대(Shadow Fleet)'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개시했다”면서 “공격은 예상보다 훨씬 강력했는데, 414독립여단 '마디아르의 새(Madyar's Birds)' 예하 '카이로스' 부대는 첫날 밤에만 유조선 8척과 화물선, 페리를 잇달아 타격했으며, 이후 공격은 계속 이어졌고, 7월 8일까지 단 사흘 동안 모두 21척의 선박이 격침되거나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유로마이단은 이어 “이 가운데 19척은 국제 제재 대상인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 소속 유조선이었다”면서 “표면적으로는 선박을 공격한 것처럼 보이지만, 우크라이나가 실제 노린 것은 배가 아니라 러시아군의 연료 공급망 자체였다”고 밝혔다.
크름반도는 현재 러시아 남부 전선의 핵심 군수 거점이다. 이곳으로 들어가는 연료가 끊기면 전차와 장갑차는 물론 군용 차량과 발전시설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지난 1주일 동안 크름반도와 남부 점령지의 에너지 시설 40여 곳을 연속 타격한 작전의 연장선에 있다. 현지에서는 이미 연료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의 전략이 전선의 병력을 공격하는 수준을 넘어 전쟁을 움직이는 혈관인 군수·물류 체계를 끊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러시아 에너지 시스템이 송두리채 흔들리고 있다]
크름반도로 향하는 연료 수송망을 흔든 우크라이나는 곧바로 러시아 본토의 에너지 기반시설까지 공격 범위를 넓혔다. 단순히 전선을 압박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연료 생산-수송-보급'의 전 과정을 동시에 겨냥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먼저 충격을 받은 곳은 러시아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였다. 우크라이나군은 가스프롬 산하 벨고로드 간선가스관 관리시설(LPUMG)을 정밀 타격했고, 시설에서는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전력과 수도 공급이 중단됐으며, 러시아 당국도 에너지 기반시설이 손상됐음을 인정했다. 전쟁이 시작된 이후 국경지대의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는 일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최근의 공격은 단발성 타격이 아니라 에너지 공급망을 지속적으로 마비시키려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이전과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벨고로드보다 훨씬 큰 충격은 시베리아에서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SSO)은 러시아 최대 정유시설인 옴스크 정유공장을 장거리 드론으로 연속 공격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3,000km 떨어진 이 시설은 연간 약 2,200만 톤을 처리하는 러시아 최대 규모의 정유공장으로, 러시아 연료 공급 체계의 핵심 축 가운데 하나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이번 공격으로 핵심 1차 정제 설비가 손상됐으며, 러시아의 주요 가솔린 생산 정유시설 11곳이 모두 개전 이후 피격 대상이 됐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도 “옴스크 정유소가 공격 이후 가동에 차질을 빚고 있으며, 러시아의 연료 공급난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개별 시설의 피해 규모보다 우크라이나의 공격 방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탄약고나 지휘소를 파괴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러시아 경제와 군대를 동시에 지탱하는 에너지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 정유소가 멈추면 연료 생산이 줄고, 가스관이 끊기면 공급망이 흔들리며, 그림자 함대가 침몰하면 크름반도로의 수송까지 막힌다. 즉 생산과 수송, 보급이라는 세 축을 동시에 압박하는 '시스템 마비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 기간 “러시아가 더 이상 전략적 후방을 갖고 있다는 생각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선언했다. 이어 “지금은 드론 100대지만 언젠가는 1,000대가 모스크바를 향하게 될 것”이라며 러시아 지도부를 정면으로 압박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 드론 기술의 발전은 러시아가 수백 년 동안 최대의 강점으로 여겨왔던 '광대한 영토'를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닌 취약점으로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우랄산맥 너머에 공장을 세우면 안전했다. 시베리아 깊숙한 곳에 연료를 저장하면 공격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수천 킬로미터를 비행하는 장거리 드론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공식은 완전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러시아 영토 어디도 더 이상 절대적인 후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우크라이나가 이번 작전을 통해 보여주려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나토의 선택, 우크라의 장거리 타격은 더 강해진다]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변화는 자체적인 노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 배경에는 우크라이나를 장기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서방의 전략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단순히 무기를 추가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우크라이나가 스스로 첨단 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방안들이 잇따라 발표됐다.
가장 상징적인 것이 패트리엇 방공체계와 관련된 기술 협력이다. 지금까지 극히 제한된 국가에만 허용됐던 첨단 방공체계 생산 참여가 우크라이나까지 확대되면서, 장기적으로는 방공 능력뿐 아니라 첨단 무기 생산 역량도 크게 향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기에 독일 라인메탈과 미국 록히드마틴의 장거리 미사일 공동 생산 확대, 수백억 달러 규모의 방산 계약, 수십억 유로에 이르는 추가 군사지원까지 이어지면서 서방은 이제 '우크라이나가 오래 버티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를 장기적으로 소모시키는 것'에 전략의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이는 푸틴에게 결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러시아가 기대했던 '서방의 지원 피로감'이 현실화되기보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타격 능력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것은 경제의 소진]
러시아가 직면한 또 하나의 문제는 경제다. 최근 서방 연구기관들은 러시아가 '전시 케인즈주의'를 통해 경제를 떠받치고 있지만, 그 지속 가능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킬 세계경제연구소(Kiel Institute)는 “러시아 국부펀드의 유동자산이 개전 초기 국내총생산(GDP)의 6%대를 넘었지만 최근에는 2% 안팎까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허드슨연구소는 “올해 재정적자가 이미 연간 목표를 크게 넘어섰다”고 평가했고, 포천(Fortune) 역시 기업 부채와 기술적 디폴트 증가를 지적했다.
물론 러시아 정부는 이러한 평가를 부인하고 있으며, 일부 전문가들도 서방의 분석이 러시아 경제의 회복력을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러시아 경제가 곧바로 붕괴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크라이나가 정유시설과 에너지 기반시설을 지속적으로 공격할수록 러시아는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적 비용도 함께 감당해야 한다. 후방 방어를 위해 더 많은 방공망을 배치해야 하고,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는 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며, 군수물류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계속 증가한다. 결국 시간이 흐를수록 전쟁의 부담은 러시아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우크라이나의 연쇄 공격은 단순히 러시아 군사시설을 많이 파괴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전쟁의 목표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의 전쟁은 적의 병력과 장비를 얼마나 많이 파괴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했다. 그러나 드론과 정밀타격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는 상대국의 전쟁 수행 시스템을 먼저 무너뜨리는 것이 새로운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최근 보여준 일련의 공격은 모두 같은 목표를 향한다. 정유시설을 공격해 연료 생산을 줄이고, 가스관과 물류망을 끊어 보급을 어렵게 만들며, 크름반도행 유조선을 침몰시켜 군수 지원을 차단하고, 모스크바 상공에 드론을 보내 러시아 지도부의 심리적 안정감까지 흔드는 것이다. 이는 전선에서의 승리를 넘어 러시아가 전쟁을 계속할 수 있는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러시아는 최전선뿐 아니라 광대한 후방 전체를 방어해야 하는 새로운 부담을 안게 됐다. 반대로 우크라이나는 상대적으로 적은 전력으로도 러시아 전역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새로운 전쟁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결국 이번 전쟁이 남길 가장 큰 교훈은 하나다. 21세기의 전쟁은 더 이상 '영토를 누가 먼저 점령하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상대 국가의 에너지와 물류, 산업, 금융, 심리까지 포함한 전쟁 수행 시스템을 먼저 마비시키는 국가가 전쟁의 주도권을 쥐게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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