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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관찰] AI가 바꾼 공급망 질서…중국 스마트폰 굴기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AI 서버가 메모리를 빨아들였다 2026-07-10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AI 열풍이 만든 공급망 재편, 가장 먼저 흔들린 중국]


지난 10여 년 동안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사실상 중국 업체들의 시대였다. 샤오미와 오포(OPPO), 비보(Vivo), 아너(HONOR) 등은 '싸고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앞세워 삼성전자와 애플을 거세게 추격했고,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 정책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했다. 중국이 자랑해 온 '스마트폰 굴기'의 핵심 역시 바로 이 저가·대량생산 전략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성장 공식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경기 침체 때문도, 소비 감소 때문만도 아니다. AI 혁명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질서를 완전히 바꿔 놓으면서 중국 스마트폰 산업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8일, “AI 시대가 열리면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의존해 온 기존 성장 모델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면서 “그동안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에 있었다면, 이제는 AI 데이터센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어 “이는 단순한 산업 변화가 아니다”면서 “지난 20년 동안 전자산업을 지배했던 '스마트폰 중심 시대'가 막을 내리고, 'AI 중심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도 해석된다”고 짚었다.


이번 변화의 출발점은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인 성장이다.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구글, 메타는 물론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까지 앞다퉈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AI 서버용 고성능 D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생산능력을 AI용 메모리로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수익성이 스마트폰용 메모리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메모리 생산능력이 무한하지 않다는 데 있다. AI용 메모리 생산이 늘어난 만큼 스마트폰용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패키징과 인쇄회로기판(PCB) 등 핵심 부품까지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스마트폰 제조 원가는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1분기 모바일 D램 가격이 전 분기보다 50% 이상 상승했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90% 가까이 뛰었다”면서 “특히 중저가 스마트폰의 원가(BOM)는 20% 이상 상승하면서 가장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스마트폰 산업은 핵심 부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왜 중국 업체들이 가장 먼저 무너졌나]


그렇다면 왜 삼성전자나 애플보다 중국 업체들이 먼저 흔들리고 있을까. 핵심은 사업 모델의 차이에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높다. 원가가 상승하면 일정 부분 가격 인상을 통해 이를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만큼 가격 인상에도 시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국 업체들은 전혀 다르다. 샤오미와 오포, 비보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가성비'다. 조금이라도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는 곧바로 다른 브랜드로 이동한다. 다시 말해 원가가 올라도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지금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많이 만들수록 부품 비용 부담이 커지고, 많이 팔수록 수익성은 오히려 악화된다. 과거 성장의 무기였던 박리다매 전략이 AI 시대에는 오히려 가장 큰 약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경쟁사들보다 훨씬 먼저 생산 목표를 줄이기 시작한 이유다.


[샤오미도 무릎 꿇었다…줄줄이 출하 목표 축소]


이 같은 공급망 충격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생산 전략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닛케이아시아는 “샤오미와 오포(OPPO), 비보(Vivo) 등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최근 부품 공급업체들에게 올해 스마트폰 출하 목표를 대폭 낮추겠다고 통보했다”면서 “이는 단순히 판매 전망이 나빠졌기 때문이 아니라, 원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고 밝혔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샤오미다. 레이쥔(雷軍) 회장은 2021년 “3년 안에 세계 스마트폰 1위에 오르겠다”고 공언하며 애플과 삼성전자를 정조준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 굴기는 거침없이 질주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AI가 공급망을 바꾸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샤오미는 지난해 약 1억7000만 대를 출하했지만 올해 목표는 약 9500만 대 수준으로 크게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연초 제시했던 목표보다도 다시 하향 조정한 것이다. 오포와 비보 역시 출하 목표를 9000만 대 이하로 조정했고, 아너(HONOR)도 지난해와 같은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소업체들의 충격은 더욱 크다. 중국 스마트폰 브랜드 메이주는 메모리 가격 급등을 이유로 신형 스마트폰 ‘메이주 22 에어’ 출시 자체를 취소했다. 제품을 출시해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신제품 연기가 아니다. '팔수록 손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 보조금도 AI 공급망은 막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내수 침체를 막기 위해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통해 스마트폰 교체 보조금을 대규모로 지급해 왔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정부가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이 정책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일정 기간 떠받치는 효과를 냈고, 중국 제조사들도 이를 기반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정부가 소비를 늘릴 수는 있어도, AI가 바꿔버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까지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AI 서버가 메모리를 대량으로 흡수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보조금을 지급해도 부품 가격 상승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


그 결과는 올해 중국 최대 소비 행사인 '618 쇼핑축제'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올해 618 행사 기간 중국 스마트폰 판매는 지난해보다 13% 감소했다”면서 “특히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할인 폭이 줄어들면서 샤오미 판매는 24%, 아너는 3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중국 업체들은 정부 지원과 저가 전략을 결합해 시장을 확대해 왔다. 그러나 이제는 보조금보다 원가 상승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기존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마트폰만의 문제가 아니다…중국 제조업 전체에 드리운 그림자]


이번 사태를 단순히 스마트폰 산업의 일시적인 침체로만 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태양광 산업이 공급 과잉과 가격 폭락으로 집단 적자에 빠졌고, 전기차 업계 역시 치열한 가격 전쟁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 산업마저 원가 상승이라는 새로운 벽에 부딪히면서, 중국 제조업 전반의 성장 공식이 동시에 흔들리는 모습이다.


그동안 중국 제조업은 '낮은 가격과 대량 생산'이라는 공통된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 왔다. 하지만 AI 시대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제는 얼마나 싸게 만드는지가 아니라 누가 핵심 기술과 핵심 부품을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결정하는 시대가 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중국 제조업이 맞닥뜨린 가장 큰 도전이다.


[스마트폰이 '갑'이던 시대는 끝났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출하량 감소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전자산업의 권력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전자산업의 중심에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연간 수억 대에 달하는 구매 물량을 앞세워 반도체 업체들과의 가격 협상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고, 메모리 업체들 역시 스마트폰 시장을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여겨 왔다.


그러나 AI 시대가 열리면서 이러한 질서는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이제 메모리 업체들이 가장 먼저 바라보는 시장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AI 데이터센터다.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와 이를 탑재한 서버는 스마트폰보다 훨씬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는 생산능력을 AI용 메모리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인 선택이 된 것이다.


결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과거처럼 공급망을 주도하는 위치가 아니라, AI 산업과 제한된 생산능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처지로 바뀌었다. 전자산업의 '갑'이 스마트폰에서 AI 반도체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이 가장 먼저 흔들리는 이유]


이러한 변화 속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는 곳이 바로 중국 스마트폰 산업이다. 중국 기업들은 오랫동안 '저렴한 가격-대량 생산-정부 보조금'이라는 세 축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는 순간 이를 대체할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AI 시대는 바로 그 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AI 반도체, 첨단 메모리, 첨단 패키징처럼 산업의 핵심 가치는 이제 단순한 조립이나 생산 능력이 아니라 원천기술과 공급망 통제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점에서 중국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메모리와 핵심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운 데다, 가격까지 마음대로 올릴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의 위기는 단순한 스마트폰 산업의 침체가 아니라 중국식 제조업 성장모델이 AI 시대와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중국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경고음]


이러한 현상은 스마트폰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최근 중국 태양광 산업은 공급 과잉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전기차 산업 역시 끝없는 가격 전쟁으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여전히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소비 부진도 장기화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마트폰 산업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중국 경제를 떠받쳐 온 핵심 제조업들이 하나둘씩 같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낮은 가격과 막대한 생산량만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 시대에는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장악한 국가와 기업이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가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는 중국이 가장 자신 있어 했던 제조업 경쟁력이 새로운 시대의 기준 앞에서 시험대에 올랐음을 의미한다.


[Why Times Insight]


이번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집단적인 출하 목표 하향은 단순한 판매 부진이 아니다. AI는 새로운 산업을 만든 데서 그치지 않고, 기존 산업의 자원과 수익성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산업이 누리던 공급망 우선권은 AI 데이터센터로 넘어가고 있으며, 반도체 기업들 역시 가장 수익성이 높은 AI 시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투자를 재편하고 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것이 중국식 제조업 성장모델의 한계를 드러낸 첫 번째 대형 신호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스마트폰, 태양광, 전기차 등에서 저가·대량생산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지만, AI 시대에는 이러한 방식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핵심 부품과 첨단 기술, 그리고 공급망을 장악한 기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스마트폰 산업의 위기가 아니라 AI 혁명이 글로벌 산업 질서를 어떻게 다시 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중국 스마트폰 굴기의 흔들림은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 앞으로 AI가 만들어 갈 새로운 산업 질서 속에서 살아남는 기업과 국가의 기준은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가 아니라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얼마나 통제하느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지금 중국 스마트폰 산업에서 벌어지고 있는 변화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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