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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기밀 빼가는 통로였던 중국산 인버터, 한국은 이미 90% 장악당했다! 태양광이 아니라 전력망…숨겨진 통신장치가 던진 안보 경고 2026-07-0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태양광이 아니라 전력망…숨겨진 통신장치가 던진 안보 경고]


태양광 인버터는 단순히 전기를 바꾸는 장비가 아니다. 태양광 발전과 국가 전력망을 연결하는 '두뇌'이자 전력 흐름을 제어하는 핵심 설비다.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인버터를 국가안보 위협으로 규정하고 수입 금지에 나선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이다. 미국은 중국산 인버터 비중이 약 24% 수준인데도 국가안보를 이유로 규제에 착수했지만,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은 이미 중국산이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제 문제는 산업 경쟁력이 아니라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전이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함께 태양광과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전력망에 연결하는 중국산 에너지 인버터의 신규 수입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는 중국산 인버터가 단순한 산업 제품이 아니라, 전력망을 교란하거나 국가 핵심시설 운영을 위협할 수 있는 잠재적 안보 위험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하루아침에 나온 것이 아니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중국 등 '우려국 기업'이 생산한 태양광 전지와 모듈, 인버터를 국방 조달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FCC 규제는 군수 분야를 넘어 민간 전력망 전체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려는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훨씬 크다.


중국은 즉각 반발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해 중국 기업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의 분위기는 정반대다. 공화당의 톰 코튼 상원의원은 "중국산 인버터 의존은 미국 전력망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규제 강화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그렇다면 미국은 왜 지금 인버터를 문제 삼기 시작한 것일까? 결정적인 계기는 지난해 로이터통신의 특종이었다. 로이터는 “미국 에너지 전문가들이 중국산 인버터를 분해해 조사하는 과정에서 제품 설명서 어디에도 기재되지 않은 통신장치가 발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 범위를 확대하자 문제는 더욱 커졌다. 여러 중국산 배터리에서도 휴대전화 통신모듈을 포함한 미승인 통신장치가 잇따라 확인됐다.


로이터는 “이 장치들이 위험한 이유는 분명하다”면서 “인버터는 원격 유지보수를 위해 인터넷과 연결되지만, 숨겨진 통신모듈은 기존 보안체계를 우회하는 별도의 통신 경로를 만들 수 있다”고 짚었다. 다시 말해 “제조사가 원격으로 장비를 조작하거나 시스템을 정지시킬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당시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해 “이는 사실상 전력망 내부에 또 하나의 통로가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인버터의 역할이다. 인버터는 단순히 직류를 교류로 바꾸는 장비가 아니다. 전압과 주파수를 실시간으로 조절하며 전력망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제어장치다. 만약 수많은 인버터가 동시에 오작동하거나 외부에서 원격으로 제어된다면 지역 정전을 넘어 광역 전력망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도체 공장과 데이터센터, 군사시설, 통신망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국이 인버터를 더 이상 단순한 산업 기자재가 아니라 국가안보 장비로 보기 시작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먼저 움직인 것은 EU…중국산 인버터의 위험성 경고]


미국보다 먼저 경고음을 울린 곳은 유럽이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5월, 중국·러시아·북한·이란을 '고위험 공급국'으로 지정하고 이들 국가의 인버터가 사용된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 프로젝트에 대해 EU 자금 지원을 제한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중국산 인버터를 유럽의 핵심 에너지 인프라에서 단계적으로 배제하겠다는 선언이었다.


EU가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나선 이유는 단순한 통상 문제가 아니다. 유럽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가 국가안보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천연가스 공급망에 이어 이번에는 재생에너지 인프라까지 특정 국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가 또 다른 전략적 약점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실제로 현재 세계 인버터 시장은 중국 기업들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Wood Mackenzie)는 “화웨이(Huawei)와 선그로우(Sungrow)는 세계 인버터 시장 1, 2위를 차지하며 유럽 업체들을 크게 앞서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현재 유럽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 가운데 220GW 이상이 중국산 인버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즉, 유럽이 우려하는 것은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니다. 전력망의 핵심 제어장치를 특정 국가 기업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구조 자체를 문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더욱 주목할 부분은 EU가 중국산 장비를 배제하면서도 “비용 부담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규모 태양광 발전소에서 인버터가 차지하는 비용은 전체 사업비의 약 5% 수준이며, 중국산을 다른 공급업체 제품으로 교체하더라도 전체 사업비 증가는 2%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동안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격보다 국가안보가 더 중요한 가치라는 인식이 서방 국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미국보다 네 배 높은 중국 의존도]


그런데 정작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된 국가는 미국도, 유럽도 아니다. 바로 한국이다.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미국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인버터 비중은 약 24% 수준인데,. 미국은 이 정도의 의존도만으로도 국가안보 위험을 우려하며 민간시장까지 수입 규제를 확대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국내 업계는 한국 태양광 인버터 시장의 중국산 비중이 이미 80~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미국 기준으로 보면 한국은 이미 훨씬 더 높은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구조가 유지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중국산 인버터 의존도 역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금의 문제는 단순히 중국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전력망의 핵심 제어장치 상당 부분을 해외 특정 국가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 자체가 구조적인 안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이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는 동안 한국도 뒤늦게 대응에 나섰다. 정부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 민간 기업들은 지난 5월 '태양광 인버터산업 발전협의체'를 출범시키고 국산 인버터 생태계 구축에 착수했다.


기술분과는 보안 인증체계와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발을 맡고, 한전이 주도하는 인프라분과는 실증 테스트베드를 구축한다. 또 제도분과는 국내 생산 인버터 인정 기준과 공동 생산체계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한전 역시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검토하며 질화갈륨(GaN) 기반 차세대 인버터를 전략 분야로 육성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하면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수준이다. 국내 시장은 이미 중국산 제품이 사실상 장악한 상태이고, 가격 경쟁력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쉽게 따라가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돼 있다. 기술 개발과 생산기반 구축, 보안 인증체계 마련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반면 미국과 EU는 이미 공급망을 재편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미국이 FCC 규제를 확정하면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과 EU가 동시에 중국산 인버터를 전략적으로 배제하는 새로운 시장 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게는 이것이 위기이면서 동시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EU는 중국을 대신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으로 한국과 일본, 미국, 스위스 등을 거론하고 있다. 만약 국내 기업들이 보안성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지금까지 중국이 장악했던 글로벌 시장의 일부를 대신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그 전제는 분명하다. 국내 전력망의 안전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 대부분을 중국산 장비에 의존한 채 해외 시장 진출만 기대하는 것은 모순이다. 정부와 산업계가 국산화와 함께 기존 설비의 보안 점검, 공급망 다변화, 사이버 보안 기준 강화까지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Why Times Insight]


많은 사람들은 아직도 국가안보를 전투기와 항공모함, 미사일의 숫자로 판단한다. 그러나 현대전은 이미 다른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전력망과 통신망,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인공지능 서버처럼 평상시에는 산업 인프라로만 보이던 시설들이 전쟁이 시작되는 순간 가장 먼저 공격받는 전략 목표가 되고 있다. 인버터 역시 같은 맥락이다. 전기를 바꾸는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국가 전력망을 제어하는 핵심 장비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EU가 중국산 인버터를 문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국가 핵심 인프라가 잠재적으로 외국의 통제와 영향력 아래 놓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이다. 미국은 중국산 인버터 비중이 24%에 불과해도 국가안보 위험을 이유로 규제에 착수했지만, 한국은 이미 80~90%를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은 훨씬 더 높은 안보 리스크를 안고 있는 셈이다.


결국 앞으로의 공급망 경쟁은 '누가 더 싸게 만드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신뢰할 수 있는가'의 경쟁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가 그랬고 통신장비가 그랬듯, 이제는 태양광 인버터도 지정학의 한복판에 들어섰다.


미국의 이번 규제는 특정 제품 하나를 겨냥한 조치가 아니다. 전력망 자체를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편입시키겠다는 선언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문제는 한국이 그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다. 늦으면 단순히 시장을 잃는 것이 아니라, 국가 핵심 인프라의 안전까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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