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호르무즈 상선 피격에 美 즉각 보복공습]
미국과 이란이 어렵게 만들어낸 60일 정전 체제가 결국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상선 세 척이 잇따라 공격을 받자 미국은 곧바로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을 단행했고, 이란은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정면으로 맞섰다. 지난달 체결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가 불과 몇 주 만에 세 번째 중대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겉으로 보면 이번 사태는 상선 피격과 이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대응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본질은 전혀 다르다. 이번 충돌은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불안정하게 봉합됐던 휴전 체제가 구조적인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다. 다시 말해 이번 사태는 '평화가 깨진 것'이 아니라, 완전한 평화가 한 번도 시작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국제 해역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승선한 상선을 공격한 세력에게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공습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면서 “미군은 이번 공격을 지난달 체결된 정전협정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규정하며 이란 관련 군사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WP는 “사태의 발단은 이날 새벽 오만만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했다”면서 “카타르 국적 LNG 운반선과 사우디아라비아 상선이 거의 같은 시각 공격을 받았고, 영국해사무역기구(UKMTO)는 세 번째 상선도 추가로 피격됐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CNN은 “세 번째 공격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이란은 직접 공격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란국영방송은 “피격 선박들이 군 당국의 경고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자신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은 선박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약 2% 상승하며 시장이 호르무즈 리스크를 다시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군사행동 자체보다 미국의 후속 조치였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같은 날 지난달 정전 합의 이후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이란산 원유 수출 일반면허(GL X)를 전격 취소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 제재 복원이 아니다. 미국이 "정전의 혜택은 이행 여부에 따라 제공된다"는 원칙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CBS뉴스는 재무부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MOU는 전적으로 이행 실적에 기반한다”며 “이란이 합의를 준수할 때만 제재 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군사적 보복과 경제적 압박을 동시에 가동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국이 협상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같은 관계자는 “협상은 계속된다”고 밝혀 군사적 압박과 외교 협상을 병행하는 기존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이번 공습이 전면전의 시작이라기보다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강압 외교의 연장선에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애초부터 '종전'이 아닌 조건부 휴전이었다]
이번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달 체결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MOU)'의 성격부터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들은 당시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끝내는 평화협정을 체결했다고 받아들였다. 그러나 실제 내용은 전혀 달랐다. 이 문서는 종전협정이 아니라 60일 동안 서로를 시험하기 위한 '조건부 휴전 합의'에 가까웠다.
양측은 60일 동안 ▲호르무즈 해협의 상업 항행 정상화 ▲이란 핵협상 재개 ▲대이란 제재 일부 완화 ▲최대 250억 달러 규모의 동결자산 해제 ▲지역 분쟁의 단계적 진정 등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 즉, 휴전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최종 합의를 위한 '시험기간'이었던 것이다.
문제는 이 구조가 너무나 취약했다는 데 있다. 어느 한쪽이 약속을 위반했다고 판단하는 순간 상대방도 즉시 제재를 복원하거나 군사행동을 재개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었다. 다시 말해 휴전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다시 전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합의였던 셈이다.
실제로 그 한계는 서명 직후부터 드러났다. 6월 말에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상선 공격이 발생했고, 미국은 이란의 미사일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폭격했다. 이에 대해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승인되지 않은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은 이전보다 훨씬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했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 역시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하겠다"고 맞받았다. 결국 이번 7일 충돌은 새로운 위기가 아니라 불과 2주 전부터 이미 예고됐던 세 번째 충돌인 셈이다.
이는 MOU 자체가 실패했다기보다, 애초부터 군사적 긴장을 완전히 제거하기에는 구조적으로 너무 불안정한 합의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더 좁아진 협상 공간]
이번 충돌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이란 내부의 정치 상황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규모 공습으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한 이후, 이란은 지금까지도 권력 재편의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공교롭게도 이번 충돌은 하메네이의 장례 절차가 막바지에 이르는 시점과 정확히 겹쳤다. 곰(Qom)에서 열린 대규모 추도식에서는 수많은 군중이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는 구호를 외쳤고, 강경파 성직자들도 연이어 보복을 촉구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압바스 아라그치 외교장관은 “위협이 계속되는 한 최종 협상은 시작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는 미국을 향한 경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내 강경 여론을 의식한 정치적 메시지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현재 이란 협상파는 미국과의 협상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강경파를 거스르며 추가 양보에 나설 수도 없는 매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결국 이란 내부의 권력 재편이 끝나기 전까지는 협상보다 강경 대응이 정치적으로 더 유리한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호르무즈 해협과 레바논, 이라크, 시리아 등 친이란 무장세력이 활동하는 전선에서는 크고 작은 충돌이 반복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즉, 현재 중동은 평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통제된 불안정' 상태에 들어섰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전면전은 원하지 않는 트럼프, 충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것은 미국 역시 지금 이란과의 전면전을 원하는 상황은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공습 이후에도 "이란이 합의를 지키면 협상의 문은 열려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재무부 역시 원유 수출 면허를 취소하면서도 협상단은 계속 활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서도 외교 채널은 끝까지 유지하려는 '채찍과 당근' 전략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전략적 계산에는 미국의 글로벌 안보 환경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현재 미국이 가장 집중해야 할 전략적 경쟁 상대는 중국이며, 동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동에 다시 대규모 병력과 자원을 투입하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한 선택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은 중동 안보 부담을 동맹국들과 나누길 원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여전히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미국은 전면전은 피하면서도 억지력은 유지해야 하는 어려운 균형 속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바로 이 점이 역설적으로 충돌이 반복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란 역시 전면전을 원하지 않는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체제 재정비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의 정면 충돌은 체제 안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혁명수비대(IRGC)를 중심으로 한 강경 세력은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영향력을 포기할 수 없고, 미국 또한 국제 자유항행 원칙을 양보할 수 없다. 즉, 양측 모두 전면전은 원하지 않지만 서로 양보할 수도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는 것이다.
[Why Times Insight]
이번 호르무즈 상선 피격 사건은 단순한 해상 테러 사건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과 이란이 어렵게 만들어낸 정전 체제가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세워졌는지가 다시 한번 확인됐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은 지난달 체결된 이슬라마바드 양해각서를 '종전'으로 이해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것은 종전협정이 아니라 언제든 파기될 수 있는 조건부 휴전이었다. 이번 충돌은 바로 그 구조적 한계가 현실로 드러난 첫 번째 대형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의 최대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그 자체보다 이란 내부 정치다. 하메네이 사망 이후 권력 재편이 진행되는 동안 강경파는 미국과의 타협보다 '혁명 노선'을 강조할 가능성이 높다. 협상파 역시 국내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어 양보의 폭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미국 역시 중국 견제와 러시아 문제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동으로 전략적 무게중심을 다시 옮기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도 제한적인 군사 보복과 경제 제재를 반복하면서 협상 테이블은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8월 중순으로 예정된 60일 정전 종료 시점까지 중동은 '도발-보복-협상-재도발'이라는 불안정한 사이클을 계속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이 보여준 가장 중요한 교훈은 하나다. 평화는 이미 무너진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완전한 평화가 시작된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불안정한 휴전의 균열은 앞으로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레바논에서, 그리고 중동 곳곳에서 반복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것이 지금 중동이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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