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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엎친데 덮친 러시아 푸틴, 금융 붕괴에 전쟁 기반 무너졌다! EU “전쟁비용 은행에 떠넘긴 대가…'폭발적 위기' 가능성” 2026-07-09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EU “전쟁비용 은행에 떠넘긴 대가…'폭발적 위기' 가능성”]


러시아는 지난 4년 동안 서방의 강력한 경제제재 속에서도 예상보다 견고한 경제를 유지해 왔다. 서방에서는 ‘러시아 경제가 곧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이 여러 차례 나왔지만, 푸틴 정권은 국방산업 확대와 국가 주도 경제를 앞세워 이를 버텨냈다. 그러나 유럽 정보당국은 이제 러시아 경제의 진짜 위기가 전장이 아니라 금융시스템에서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겉으로는 전쟁경제가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전쟁을 떠받쳐 온 은행권에 막대한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 러시아가 마주한 문제는 '은행 위기'가 아니라, 전쟁경제가 지금까지 미뤄두었던 청구서가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로이터통신은 7일(현지시간), 유럽 각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배포된 정보보고서를 입수해 “러시아 은행권이 '폭발적(explosive)'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2026년 은행 위기 가능성에 관한 노트'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러시아 은행들이 서방 제재는 견뎌냈지만, 이제는 내부에서 쌓여온 구조적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러시아는 국가가 아니라 은행이 전쟁을 떠받쳤다]


이번 보고서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의외로 단순하다. 러시아 정부가 전쟁 수행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국가재정만으로 감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군수기업은 계속 돈이 필요하고, 국방공장은 생산을 늘려야 하며, 경제가 완전히 얼어붙지 않도록 민간에도 자금을 공급해야 한다. 만약 이 모든 비용을 국가예산으로 감당했다면 재정은 훨씬 빨리 한계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크다.


푸틴 정부가 선택한 방식은 은행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국방기업과 군수업체, 주택시장 등에 정책금융을 대규모로 공급하도록 유도했고, 정부는 금리를 보조하거나 각종 지원책을 제공했다. 겉으로는 은행의 대출이지만, 실제로는 국가가 전쟁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은행의 대차대조표를 활용한 셈이다. 덕분에 러시아 경제는 예상보다 안정적으로 보였다. 군수산업은 계속 돌아갔고 실업률도 낮게 유지됐다. 그러나 그 대가로 은행들의 자산에는 위험한 대출이 계속 쌓여 갔다.


보고서는 바로 이 점을 가장 큰 위험으로 지목했다. 지금까지는 정부 지원과 채무 재조정이 문제를 가려왔지만, 외부 충격이 발생하는 순간 감춰져 있던 부실이 한꺼번에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대출의 약 10%가 이미 부실 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일부 대형 은행의 개인 부실채권 비율은 지난해 최대 15%까지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위험 신호: 사람들이 은행보다 현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점]


경제성장 둔화도 눈에 띈다. 러시아 경제개발부는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4%로 대폭 낮췄고, 내년 전망도 절반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하지만 성장률보다 더 주목해야 할 숫자가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은행 밖에서 보유되는 현금 규모가 올해 들어 전년보다 17% 이상 증가해 19조 루블을 넘어섰다. 이 수치는 단순한 현금 증가가 아니다. 은행은 예금을 바탕으로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경제를 움직인다. 그런데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맡기기보다 현금을 직접 보유하기 시작하면 은행은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고, 대출도 줄일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의 시작은 대부분 부실채권보다 먼저 '은행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현상'에서 나타난다. 러시아 2위 은행인 VTB가 잠재적인 대출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크렘린은 ‘문제없다’고 하지만...]


물론 러시아 정부는 위기론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은행권의 자본 건전성이 최근 3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최대 은행인 스베르방크도 서방 제재에는 이미 충분히 적응했다고 강조한다.


일부 서방 전문가들도 당장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높은 국방비 지출이 여전히 경제를 떠받치고 있고,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과의 교역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론 역시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러시아 경제는 국방비 지출이 계속된다는 전제 위에서만 유지되는 경제라는 점이다. 전쟁이 계속될수록 은행권이 부담해야 하는 위험 역시 계속 커질 수밖에 없다.


[서방이 이제 겨누는 곳은 에너지가 아니라 금융이다]


이 때문에 EU도 전략을 바꾸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원유와 가스 수출을 차단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러시아 금융시스템 자체를 흔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U가 추진 중인 제21차 제재 패키지가 시행되면 약 90개 러시아 은행이 추가 제재 대상에 포함될 전망이다. 암호화폐 네트워크와 원유 거래망, 드론 생산기업 등에 대한 압박도 함께 강화될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은행을 제재하려는 것이 아니다. 현대전에서 군수기업은 은행이 자금을 공급해야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 결국 금융시스템이 흔들리면 군수산업도 흔들리고, 군수산업이 흔들리면 전쟁 수행 능력 자체가 약화된다. 서방이 이제 러시아 은행을 정조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Why Times Insight]


이번 EU 정보보고서가 던지는 진짜 경고는 '러시아 은행이 위험하다'는 것이 아니다. 4년 넘게 지속된 전쟁경제가 이제 숨겨왔던 청구서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푸틴은 지금까지 국가재정만으로 전쟁을 수행하지 않았다. 국방기업과 군수산업, 정책금융을 은행권이 떠받치는 구조를 만들면서 겉으로는 경제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하지만 그 대가로 은행들의 대차대조표에는 위험한 대출과 부실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전쟁 초기에는 이 구조가 효과를 발휘했다. 국방공장은 쉬지 않고 돌아갔고, 실업률도 낮게 유지됐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금융시스템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러한 경제적 균열이 최근 전장의 변화와도 맞물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최근 리만과 포크롭스크, 도네츠크 북부 일대에서 공세를 강화하며 러시아의 지휘시설과 드론 운용기지, 탄약고 등을 잇달아 정밀 타격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장기간의 소모전으로 병력과 장비를 동시에 소진하고 있으며, 전선 곳곳에서 공격력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도 최근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공세를 계속할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은 병목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크렘린 비판론자인 빌 브라우더 역시 “러시아는 전장과 경제, 그리고 내부 사회가 동시에 압박받는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경제와 전쟁은 결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흔들리면 군수산업은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지고, 군수산업이 약해지면 전선은 더욱 많은 손실을 입는다. 반대로 전선이 악화될수록 더 많은 병력과 무기, 더 많은 전비가 필요해지고, 이는 다시 금융시스템에 새로운 부담으로 돌아온다.


이처럼 경제 악화가 전황을 악화시키고, 전황 악화가 다시 경제를 무너뜨리는 악순환이 시작되면 국가의 전쟁 수행 능력은 급속히 약화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가 지금 서 있는 지점이 바로 그 갈림길일 가능성이 있다.


전쟁은 총과 미사일만으로 수행되지 않는다. 돈이 떨어지는 순간 전쟁도 끝을 향해 간다. 그리고 지금 러시아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전선이 아니라, 전쟁을 지탱해 온 금융시스템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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