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두 달이 지났지만 중국은 아직도 입을 열지 않았다]
중국 국가슈퍼컴퓨팅센터(國家超級計算中心, NSCC)가 최대 10페타바이트(PB) 규모의 핵심 연구자료를 해킹당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지 두 달이 훨씬 지났지만,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우리 Why Times 채널은 지난 4월, 중국 국가슈퍼컴퓨팅센터(NSCC)가 최대 10페타바이트(PB) 규모의 데이터를 해킹당했다는 의혹을 집중 분석한 바 있다. 당시 해커 집단 '플레이밍 차이나(Flaming China)'는 군사 연구와 항공우주, 핵융합, 생명정보학 등 중국의 핵심 전략기술 자료를 확보했다고 주장했고, 국제사회는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데이터 유출 가능성에 주목했다.
이에 대해 CNN은 “해커 측이 공개한 샘플에는 중국항공공업그룹(AVIC), 중국상용항공기공사(COMAC), 국방과학기술대학(NUDT), 서북공업대학 등과 연관된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며 “유출됐다고 주장되는 파일 가운데는 미사일 설계도, 폭발 시뮬레이션 영상, 방어 장비 렌더링 등이 포함돼 있으며, 일부 문서에는 중국어로 '기밀(机密)'이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두 달이 지난 지금, 새롭게 밝혀진 것은 무엇일까. 의외로 답은 단순하다. 새로운 폭로는 거의 없었다. 중국 정부는 지금까지도 공식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사건 직후 CNN이 관련 기관들에 질의했지만 공식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보도 이후에도 이러한 침묵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침묵이 국제 보안업계에서는 오히려 더 큰 관심을 불러오고 있다. 국가 핵심 연구시설에서 대규모 보안사고가 발생하면 피해를 축소하더라도 보안 강화나 조사 착수 정도는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는 그런 움직임조차 외부에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두 달 동안 새롭게 드러난 것이 '사실'이 아니라 '의미'였다는 점이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 세계는 10PB라는 숫자에 놀랐다. 그러나 지금 국제 보안 전문가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데이터의 양이 아니라 국가슈퍼컴퓨팅센터라는 공간 자체다.
[국가슈퍼컴퓨터가 왜 세계 정보기관의 관심을 끌었나]
국가슈퍼컴퓨팅센터(NSCC)는 일반 데이터센터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곳은 중국 전역의 대학과 국가 연구기관, 국영기업, 방산기업이 초고성능 연산 자원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국가 핵심 연구 인프라다. 항공우주와 AI, 반도체, 핵융합, 생명공학 등 중국이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대부분의 첨단 연구가 이곳의 연산 능력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NN도 당시 "톈진 국가슈퍼컴퓨팅센터는 6,000개가 넘는 기관에 연산 자원을 제공하는 중국 최대 슈퍼컴퓨팅 허브 가운데 하나"라고 보도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번 사건은 일반 기업의 해킹과는 차원이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공개된 일부 샘플을 검토한 보안 전문가들도 "국가슈퍼컴퓨팅센터에서 생성됐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자료"라는 신중한 평가를 내놓았다. 물론 이것이 전체 데이터의 진위를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국제 보안업계는 이번 사건을 계속 분석할 가치가 있는 사안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Why Times가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자료가 유출됐는가"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국제 보안 전문가들이 던지는 질문은 다르다.
"그 자료들이 중국의 무엇을 보여주는가."
예를 들어 극초음속 미사일 연구자료 한 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연구를 수행한 기관이 어디인지, 어떤 대학과 공동 연구를 진행했는지, 어떤 국영기업이 참여했는지, 또 어떤 기술 분야와 연결돼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다.
그들이 찾는 것은 설계도 한 장이 아니라 설계도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이다. 바로 이 때문에 두 달이 지난 지금 국제 보안업계의 관심은 유출 규모보다 중국의 연구개발 체계와 연구 생태계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이 잃은 것은 데이터가 아니라 신뢰였다]
이번 사건에서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은 많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데이터가 유출됐는지, 해커들이 공개하지 않은 자료가 얼마나 더 있는지, 또 그들이 주장한 내용 가운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는 지금도 독립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하지만 두 달 동안 분명하게 드러난 변화는 있다. 중국의 국가 핵심 연구 인프라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AI와 슈퍼컴퓨터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기술 자립을 강조해 왔다. 국가슈퍼컴퓨팅센터 역시 중국 기술굴기의 상징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실제 피해 규모와는 별개로 중국이 가장 자랑하던 연구 인프라의 보안 체계에 의문을 던졌다. 국제 보안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안 사고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해킹이 발생했느냐가 아니다. 사건 이후 국가가 어떻게 대응했는가도 중요한 평가 대상이 된다.
중국은 지금까지도 공식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보안 체계를 어떻게 보완했는지, 내부 점검은 끝났는지, 유출 가능성은 어디까지 확인됐는지에 대해서도 외부에 설명하지 않고 있다.
물론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을 모두 공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침묵이 길어질수록 국제사회는 중국의 첨단 연구 인프라에 대해 더 많은 의문을 갖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이번 사건이 중국에 남긴 가장 큰 부담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관심은 데이터가 아니라 연구개발 체계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최근 수년간 추진해 온 대중국 첨단기술 봉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은 AI 반도체와 첨단 GPU, EDA(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슈퍼컴퓨터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군의 첨단 무기 개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조금 더 들여다보면 미국이 견제하는 대상은 특정 제품 하나가 아니다. 중국의 연구개발 체계 전체다. AI 칩은 단순한 반도체가 아니다. 극초음속 미사일과 차세대 전투기, 핵융합과 양자기술까지 대부분의 첨단 연구는 막대한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한다.
결국 슈퍼컴퓨터는 현대 과학기술 경쟁의 핵심 기반 시설인 셈이다. 이 때문에 국가슈퍼컴퓨팅센터에서 어떤 연구가 이뤄지고, 어떤 기관들이 연결돼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장기적인 기술패권 경쟁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이번 사건을 두고 특정 국가가 실제 데이터를 확보했거나 분석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있다. 두 달 동안 국제 보안업계의 관심은 '얼마나 유출됐는가'에서 '무엇을 보여주는가'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것이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큰 변화다.
[AI 시대 정보전, 새로운 경쟁이 시작됐다]
이번 사건의 최종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중국 정부도 공식 조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고, 해커들이 주장한 유출 규모 역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은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보여줬다. AI 시대 정보전은 더 이상 기밀문서 몇 장을 확보하는 경쟁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제는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국가의 연구개발 체계와 기술 생태계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느냐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해킹 의혹을 넘어,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Why Times Insight]
두 달 동안 새로운 폭로는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 두 달은 이번 사건의 의미를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처음에는 '중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 의혹'으로 시작됐던 사건이 이제는 국가 연구개발 체계와 기술안보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는 문제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냉전 시대 정보전은 기밀문서를 확보하는 경쟁이었다. 그러나 AI 시대 정보전은 국가의 연구개발 체계를 얼마나 빨리 이해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
중국 국가슈퍼컴퓨팅센터 해킹 논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남긴 가장 큰 교훈은 이미 분명하다. 미래의 기술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가 아니라, 연구 생태계를 얼마나 안전하게 지키고, 경쟁국의 기술 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읽어내느냐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