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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분석] 이란 국영 텔레비전 돌연 방송 중단... 이란 권력투쟁, 결국 터졌다! IRIB 생방송 중단 사태, 성직자 체제 뒤편의 권력 재편 신호인가 2026-07-02
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IRIB 생방송 중단 사태, 성직자 체제 뒤편의 권력 재편 신호인가]


이란 국영방송(IRIB)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생방송 인터뷰를 방송 도중 중단시키는 이례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표면적으로는 방송 편집이나 검열 문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중동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언론 통제 차원이 아니라 이란 권력구조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미묘한 변화의 한 단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최근 서로 다른 정치 노선을 가진 인사들의 발언이 잇달아 방송에서 삭제되거나 중단된 점은 특정 정치세력을 겨냥한 조치라기보다, 권력 중심부가 민감한 의제에 대해 통제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에 본사를 둔 중동의 대표적인 영문 매체 아랍뉴스(Arab News)는 1일, 이란 의회 미디어센터 발표를 인용해 “이란 국영방송(IRIB)이 지난달 30일 갈리바프 국회의장의 인터뷰를 방송 도중 중단했다”며, “삭제된 내용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문제와 해외 동결자산, 재건 자금 조달과 관련한 발언이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삭제된 내용 자체보다 왜 그 발언을 굳이 생방송 도중 끊어야 했느냐는 점이다. 일반적인 방송 편집이라면 사후 삭제나 재방송 수정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생방송이 중단됐다는 것은 해당 발언이 공개되는 순간부터 정치적 파장을 우려할 만큼 민감하게 받아들여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이번 사건은 단순한 언론 검열이 아니라 권력 핵심부가 특정 메시지의 확산 자체를 차단하려 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랍뉴스(Arab News)는 “최근 강경 성향 의원인 메흐디 나바비안 역시 최고지도자 관련 민감한 내용을 언급하던 중 방송이 중단되는 일을 겪었다”면서 “갈리바프와 나바비안은 정치적 성향과 노선이 상당히 다른데, 한 사람은 대외 협상과 현실적 접근을 강조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다른 한 사람은 강경 보수 노선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라고 짚었다. 아랍뉴스는 이어 “그럼에도 두 사람 모두 방송에서 제동이 걸렸다는 사실은, 검열의 기준이 '강경파냐 협상파냐'가 아니라 권력 핵심이 공개를 원하지 않는 내용이냐 아니냐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방송 사고를 넘어 정치적 의미를 갖기 시작한다. 이란의 국영방송인 IRIB는 일반적인 공영방송과는 성격이 다르다. 혁명 이후 IRIB는 국가 선전과 여론 형성의 핵심 기관으로 기능해 왔으며, 최고지도자 체제와 긴밀하게 연결된 국가 통치 시스템의 일부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생방송 중단은 단순히 방송국 내부의 편집 판단이라기보다, 권력기관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동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란 권력층은 무엇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일까. 핵심은 발언 내용보다 정책 결정 과정이 외부로 노출되는 것 자체일 가능성이 크다. 이란은 미국과의 핵 협상, 국제 제재 완화, 해외 동결자산 문제, 경제 회복 전략 등 국가의 진로를 좌우할 사안들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 전략이나 내부 논의가 공개될 경우 권력 내부의 입장 차이가 드러날 수 있고, 이는 대외 협상력뿐 아니라 국내 정치에도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알자지라는 “최근 이란 내부에서 강경 성향 세력과 보다 실용적인 접근을 선호하는 세력 사이의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알자지라는 “이를 곧바로 체제 붕괴나 내전으로 연결하는 것은 성급한 해석”이라며, “오히려 현재까지는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내부 조율과 권력 균형 유지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이 대목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다. 많은 사람들은 생방송이 중단되면 곧바로 “체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결론부터 내린다. 그러나 국제정세는 그렇게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는다. 오히려 권력이 안정적일수록 정보 통제는 더욱 정교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요한 것은 검열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검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가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갈리바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란 권력구조의 변화 가능성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군과 안보, 정보 분야를 중심으로 영향력을 확대해 온 혁명수비대(IRGC)의 존재는 이러한 권력 재편 논의를 이해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겉으로는 성직자 체제가 유지되고 있지만, 실제 정책 결정과 안보, 경제를 둘러싼 영향력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혁명수비대는 어떻게 국가 안의 국가’가 되었나]


이번 검열 사태를 이해하려면 무엇보다 이란의 권력구조부터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겉으로 보면 이란은 최고지도자를 정점으로 대통령과 의회, 사법부가 운영되는 국가다. 그러나 실제 권력은 훨씬 복잡하게 움직인다. 혁명 이후 40여 년 동안 형성된 독특한 권력구조 속에서 성직자 조직과 정부, 그리고 혁명수비대(IRGC)가 서로 견제하면서도 협력하는 삼각 체제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들어 가장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해 온 세력은 단연 혁명수비대(IRGC)다. 원래 IRGC는 1979년 이슬람혁명 직후 혁명 체제를 보호하기 위해 창설된 군사조직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IRGC는 단순한 군대가 아니다. 지상군과 해·공군은 물론 미사일 전력과 무인기 부대, 해외 작전을 담당하는 쿠드스군(Quds Force), 정보조직까지 거느린 독자적인 안보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이 IRGC를 ’군대 안의 군대’가 아니라 ’국가 안의 국가’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경제 분야다. 미국과 서방의 제재가 장기화되면서 이란 경제는 정상적인 시장보다 국가 통제에 더욱 의존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항만과 에너지, 건설, 통신, 금융 등 국가 핵심 산업 곳곳에 IRGC 계열 기업들이 깊숙이 진출했다. 다시 말해 군사력뿐 아니라 경제적 영향력까지 함께 키워온 것이다. 안보와 자금, 정보라는 세 축을 동시에 확보한 조직은 자연스럽게 국가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막강한 발언권을 갖게 됐다.


이런 구조에서는 대통령이나 국회의장의 정치적 입지가 강하더라도, 안보나 대외 협상처럼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사안에서는 IRGC의 입장을 무시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번 생방송 중단 사태 역시 단순히 방송국의 판단으로 보기보다, 민감한 국가 현안에 대한 메시지를 누가 통제할 것인가를 둘러싼 권력의 문제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여기서 갈리바프라는 인물의 존재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는 일반적인 정치인이 아니다. 혁명수비대 공군 사령관을 지냈고, 경찰청장과 테헤란 시장을 거쳐 현재 국회의장에 오른 대표적인 실세다. 군과 정치, 행정을 모두 경험한 몇 안 되는 인물로, 서로 다른 권력집단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서방에서도 갈리바프는 이념적 강경론자라기보다 현실 정치에 무게를 두는 인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다. 국가 안보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경제 회복과 제재 완화, 국제사회와의 협상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해 왔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그의 발언이 생방송 도중 차단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개인 문제가 아니라, 이란 권력 내부에서 협상 전략과 정보 공개 범위를 둘러싼 미묘한 긴장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기에 또 하나 주목할 부분이 있다. 최근 검열 대상이 된 인물들이 모두 같은 정치 노선에 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경 성향 정치인과 현실주의적 접근을 강조하는 정치인이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제동이 걸렸다는 것은, 특정 계파를 겨냥한 숙청이라기보다 권력 핵심이 정보 관리의 고삐를 더욱 강하게 죄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미국의 허드슨연구소와 브루킹스연구소 등도 최근 이란의 권력 변화를 분석하면서 공통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권력의 중심 이동’이다. 다만 그 방향을 두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일부는 혁명수비대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성직자 체제가 여전히 제도적 정당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양측이 일정한 균형을 유지하는 형태가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혁명수비대가 성직자 체제를 완전히 대체하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질문은, 국가의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실제 영향력이 어느 쪽으로 조금씩 이동하고 있느냐는 점이다. 이번 생방송 중단 사태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끄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표면적으로는 방송 검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이란 권력구조의 미세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체제 붕괴보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조용한 권력 이동’]


그렇다면 이번 검열 사태는 이란 체제의 붕괴를 예고하는 신호일까. 현재까지는 그렇게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다수 중동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알자지라는 최근 분석에서 “이란 내부의 긴장과 권력 경쟁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를 곧바로 군의 지휘체계 붕괴나 내전으로 연결할 만한 징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란의 정치 시스템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성직자 조직과 혁명수비대, 그리고 정부 관료조직이 서로 맞물려 작동하는 다층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특정 사건 하나만으로 체제가 급격히 무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알자지라의 해석이다.


오히려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겉으로는 기존 체제가 유지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정책 결정 과정에서는 군과 안보 조직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는 방향으로 권력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경우다. 미국의 군사·안보 전문 연구기관인 글로벌시큐리티(GlobalSecurity.org)도 최근 분석에서 “강경 세력은 체제의 이념적 연속성을 강조하는 반면, 보다 실용적인 세력은 경제 회복과 사회 안정을 위해 일정 수준의 정치적 타협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혁명수비대의 역할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는 단순히 이란 국내 정치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최근 가장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과거에는 핵 협상 자체가 최대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누가 협상하고,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며, 실제 권력은 어디에 있는가가 더욱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협상 테이블에 앉은 인물이 누구인지보다 그 인물이 실제 결정권을 갖고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 협상 대표가 합의안을 마련하더라도 최종 승인 권한이 다른 권력축에 있다면 협상의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의 중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핵 프로그램 못지않게 이란 내부 권력구조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상황을 비슷하게 바라보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이란 체제가 급격히 붕괴하는 것이 이스라엘에 유리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전략적 계산은 훨씬 복잡하다. 체제가 갑작스럽게 무너질 경우 권력 공백과 무장세력의 확산으로 중동 전체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스라엘은 체제의 급격한 붕괴보다는 이란의 군사적 역량과 대외 영향력이 점진적으로 약화되는 방향을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바라본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최근 반복되고 있는 방송 검열은 단순한 언론 통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권력 핵심부가 어떤 정보를 공개하고 어떤 정보를 차단할지를 이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국가의 향방을 둘러싼 중요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히 핵 협상과 제재 해제, 경제 회복, 역내 안보 전략처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의제들이 한꺼번에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는 정보 통제 자체가 권력의 중요한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국영방송 생방송 중단 사태에서 진짜 주목해야 할 것은 방송이 끊겼다는 사실이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고, 왜 그 시점에서 그런 결정을 내려야 했느냐는 점이다. 국제정세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공식 발표보다 권력 내부의 미세한 변화인 경우가 많다. 겉으로 드러난 사건은 하나의 장면일 뿐이며, 그 이면에서는 훨씬 큰 흐름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이번 사건을 이란 체제 붕괴의 전조로 단정하기보다는, 권력의 무게중심이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로 읽는 것이 보다 설득력 있는 접근일 수 있다. 앞으로 이란 정치의 향방을 결정할 변수는 단순히 협상파와 강경파의 대립이 아니라, 성직자 체제와 혁명수비대, 그리고 국가 관료조직 사이에서 어떤 새로운 균형이 형성되느냐에 달려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생방송은 몇 분 만에 끝났지만, 그 짧은 중단이 던진 질문은 결코 짧지 않다. 지금 이란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은 단순한 검열이 아니라 권력의 재배치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변화가 어느 방향으로 귀결되느냐에 따라 이란의 미래는 물론 중동 전체의 지정학적 균형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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