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방공망 무너지고 보급로 끊겼다…'40일 작전'이 흔드는 크름]
우크라이나가 크름반도를 겨냥한 입체적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케르치 인근 러시아 방공망을 잇따라 타격한 데 이어 크름으로 연결되는 핵심 보급교량과 변전소까지 연쇄적으로 공격하면서, 러시아군의 보급 능력이 빠르게 약화되는 양상이다. 여기에 크름 점령 행정관리들의 가족들이 이미 대피를 시작했다는 소문까지 확산되면서 반도 내부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추진하는 '40일 작전'이 단순한 공습을 넘어 러시아의 점령 통치 기반 자체를 흔들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 현지매체 유로마이단(Euromaidan)은 30일, 익명의 OSINT(Open Source Intelligence) 그룹 '엑사일+' 분석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크름반도에 배치된 러시아군의 S-300 또는 S-400 방공미사일 체계가 타격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러시아가 보유한 최정예 방공자산 가운데 하나로 가격이 매우 비싸고 보유 수량도 제한적인 전략 자산”이라고 보도했다.
유로마이단은 이어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6월 25일 승인한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의 '40일 작전'이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크름반도가 동시다발적인 타격에 노출되고 있다”며 “작전 개시 직후인 6월 26일 SBU는 케르치 잘리브 조선소에 정박 중이던 러시아 해군 부설함 볼가호와 뱌트카호, 그리고 페트로파블롭스크 여객·화물선을 드론으로 공격했으며, 케르치 해협 방어를 담당하는 S-400 방공체계의 레이더와 무기체계도 동시에 표적으로 삼았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이어 “6월 29일 새벽 2시 20분경 케르치 인근 방공진지에서 비정상적인 열원이 감지됐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재감지시스템(FIRMS)이 해당 지역의 화재를 포착했다”며 “OSINT 분석가들은 이를 방공진지 피격 정황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OSINT 그룹 팔콘 인사이트와 텔레그램 채널 '크림스키 빈드'는 같은 시각 “크름 쿠르만스키구 마리야니브카의 220/35kV 변전소에서도 화재가 발생했으며, 이 여파로 크름과 도네츠크·헤르손 등 러시아 점령지역 여러 곳에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 공영방송 NPR은 “이번 공격은 우크라이나가 실시한 가장 강력한 드론 공습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하면서도, 함정 피해 규모와 일부 공격 결과는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도네츠크·루한스크 보급교량도 잇따라 파괴]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방공망에만 머물지 않았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크름 방공망을 압박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군은 반도로 이어지는 육상 보급망 차단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6월 28~29일 야간작전에서 도네츠크 노보아조프스크 인근 자동차교와 루한스크 철도교 두 곳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이어 “총참모부는 해당 교량들이 러시아군 병력과 무기, 탄약을 수송하는 핵심 물류축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면서 “같은 작전에서는 루한스크 노보스비틀리우카 인근 군수창고와 자포리자·도네츠크·쿠르스크 일대 드론 지휘소 3곳, 도네츠크 벨리카노보실카 인근 전자전 지휘소도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키이우인디펜던트는 “우크라이나군 제413독립무인체계연대 '레이드'는 6월 29일 야간 크름 쿠르만스케와 쟌코이 지역의 변전소 4곳을 추가로 타격했으며, 총참모부는 30일에도 자포리자 아조우스케 인근 도로교와 크름 이치키 인근 철도교를 공격했다고 발표했다”고 짚었다.
우크라이나 군사전문매체 밀리타르니이는 “노보아조프스크의 흐루즈키 옐란치크강 교량은 드론 공격 이후 차량 통행이 현재 편도 1차로로 제한되고 있다”며 “이 교량은 러시아군이 2024년 대규모 군수 수송을 위해 확장·보강했던 핵심 시설”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작전은 전선 후방 수십에서 수백 킬로미터까지 드론으로 지속 타격하는 이른바 '미들 스트라이크(Middle Strike)' 전략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했다.
뉴보이스오브우크라이나(NV)는 프랑스 OSINT 분석가 클레망 몰랭을 인용해 “2026년 들어 우크라이나 드론은 러시아 후방 100km 이상 지역에서 1,000회 이상의 정밀 타격을 실시했으며, 이 가운데 35%는 탄약·연료·군수창고, 20%는 수송수단, 7%는 방공체계를 겨냥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서방 분석가들은 러시아와 크름을 연결하는 핵심 육상 보급로(M-14·N-20)에서만 약 125대의 군수 트럭이 파괴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상사태에 연료난, 관리들은 가족부터 빼돌렸나]
보급망 타격이 계속되면서 크름 내부에서는 행정 기능에도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크름 점령당국은 6월 26일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했다”며 “세바스토폴 점령 지사 미하일 라즈보자예프는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비상사태를 유지하겠다고 밝혔고, 크름 점령 수반인 세르게이 악쇼노프는 재산 피해 보상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모스크바타임스는 이어 “케르치대교 진입로에는 검문을 기다리는 차량이 2,000대 이상 몰려 평균 5시간 가까운 대기시간이 발생했으며, 모스크바와 크름을 연결하는 열차 운행도 기존보다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고 전했다.
연료 부족 역시 주민 생활을 압박하고 있다. 알자지라는 “심페로폴 인근 주유소에서 장시간 대기 끝에 제한된 양의 연료만 구입할 수 있었다”는 주민들의 증언을 소개하며, “일부 지역에서는 연료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친러 강경파 인사인 이고르 기르킨 역시 텔레그램을 통해 “크름의 주유소 상황은 주민들과 군인들에게 진짜 악몽”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점령 행정관리들이 가족을 먼저 대피시키고 있다는 소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점령행정 수반 보좌관 올레크 크류치킨은 텔레그램에서 이러한 소문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관리들이 가족을 빼돌렸으니 우리도 떠나야 한다는 말이 돌고 있지만 주민들은 2014년 이후 여러 위기를 모두 견뎌왔다”며 진화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점령지 감시단체 아테시(ATESH)는 별도의 발표를 통해 “점령행정 관리와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관계자 가족들의 대피 움직임을 자체적으로 포착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 주장은 현재 독립적인 검증이 완료된 것은 아니며, 우크라이나 매체 UNN은 “이러한 움직임이 수일 안에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도 함께 전했다.
[크름을 겨냥한 진짜 목표는 '점령 유지 비용'이다]
우크라이나의 '40일 작전'은 아직 절반에도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공격 양상을 보면 목표는 단순히 군사시설을 파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방공망을 약화시키고, 보급교량과 철도를 끊으며, 전력망과 군수시설을 동시에 압박하는 방식으로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유지하는 비용 자체를 급격히 높이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크름반도는 러시아가 남부전선을 유지하는 핵심 군사기지이자 상징적인 정치적 성과다. 따라서 이 지역의 군사적 불안은 단순한 전술적 손실을 넘어 푸틴 정권의 정치적 권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점령 행정조직 내부에서 동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정황이 사실이라면 군사적 압박과 심리전이 동시에 효과를 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 크름반도의 향방을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크름이 더 이상 러시아의 안전한 후방기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방공망과 보급망, 에너지 기반시설, 점령행정의 심리적 안정까지 동시에 겨냥하는 입체적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된다면 크름반도는 러시아에게 전략적 자산이기는 하지만 가장 큰 부담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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