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whytimes.newsroom@gmail.com
사우디 아람코가 운영하는 라스타누라 항구의 정유시설 [로이터 연합뉴스]
국제 해운 시장의 선박 이동 경로를 추적한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 해운사인 바흐리가 보유한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두 척이 페르시아만 내 라스타누라 항구에 접안하여 원유 공급을 완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또 다른 동급 유조선 한 척 역시 추가 적재를 위해 해당 항구 인근의 해상에서 대기 중인 상태가 관측됐다. 이번에 투입된 초대형 원유운반선들은 각각 한 번에 최대 200만 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양의 원유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다. 외신의 구체적인 사실 확인 및 공식 논평 요구에 대하여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 측은 현재까지 어떠한 공식 답변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이번에 선적이 이루어진 라스타누라 항구는 중동의 핵심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 안쪽에 위치한 시설로, 올해 2월 말 미국 및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본격적인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일평균 5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전 세계로 뿜어내던 사우디의 심장부다. 그러나 아람코는 3월 8일 중국행 유조선에 원유를 실어 보낸 것을 마지막으로, 전면전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수출 경로를 홍해 연안의 얀부 항구로 길게 우회하는 고육지책을 써야만 했다. 사우디 내부에서 가장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이곳의 핵심 정유 시설 또한 격렬한 교전 기간 내내 가동을 전면 중단하며 극심한 정체기를 겪어왔다.
중동 분쟁이 시작되기 전 사우디의 전체 원유 수출량은 일평균 700만 배럴을 상회하는 수준을 유지했으나, 전란에 휩싸인 지난 3개월 동안에는 평소의 절반 수준인 하루 약 400만 배럴 안팎까지 급격하게 쪼그라들며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을 위축시켰다. 특히 선적이 재개되기 바로 전날에도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대만 국적 해운사 에버그린의 컨테이너선이 정체불명의 세력에게 피격당하는 무력 충돌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사우디 당국은 라스타누라 항구의 문을 다시 열었다. 로이터 통신은 이러한 위험을 감수한 사우디의 전격적인 군사·경제적 움직임을 두고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