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부길 whytimespen1@gmail.com

[외자 5개월 연속 감소… 베이징, 15개 긴급 대책 발표]
중국이 외국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금융·교육·의료 분야 개방 확대를 포함한 15개 종합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베이징이 "문을 열겠다"고 약속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 기업 거래를 뒤집는 일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외자 감소의 본질은 규제 부족이 아니라 신뢰 부족이라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중국 상무부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재정부는 지난 22일 '외자 안정 및 질적 제고 행동방안(利用外资固稳促优行动方案)'을 공동 발표했다”면서 “시장 진입 확대, 외국인 투자 편의성 제고, 투자 유치 강화, 외자기업 서비스 보장 체계 구축, 외자 관리 최적화 등 5개 분야에서 15개 조치를 추진하는 것이 골자”라고 보도했다. SCMP는 이어 “발표 시점은 중국의 외자 유치가 다섯 달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고 짚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나온 배경은 결코 밝지 않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올해 1~5월 실제 사용 외자(FDI)는 3272억9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감소했다. 외국인투자기업 신규 설립 건수는 늘었지만 실제 투자금은 줄어든 것이다.
이 감소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집계에 따르면 중국의 외자 유치는 올해 들어 1~2월, 1~4월, 1분기 등 모든 기간에서 감소세를 기록했다. 미국 국무부 역시 최근 투자환경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중국의 순외국인직접투자는 1680억 달러 감소해 1990년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규모의 자본 유출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중국 현지에서는 상황이 공식 통계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상무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한 관계자는 익명 인터뷰에서 “최근 몇 달간 외자 철수 속도가 지난해보다 약 30% 빨라졌다”며 “최근 5년 동안 보지 못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금융·교육·의료 문은 연다... 그런데 왜 못 믿을까]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방안에서 중국 정부가 가장 강조한 대목은 서비스업 개방”이라면서 “금융 분야에서는 외국 금융기관이 국채선물 등 위험관리 수단을 더 폭넓게 쓸 수 있도록 했고, 외자기업의 펀드 투자자문업 진출도 지원하고, 교육 분야에서는 직업교육기관과 이공계·농업·의학 분야 대학의 대외 개방 시범사업을 확대하며, 의료 분야에서는 바이오테크와 외자 단독 병원 개방 시범지역을 늘리기로 했으며, 민간보험사가 혁신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더 폭넓게 보장하도록 유도하는 계획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외국 기업들이 오랫동안 호소해온 '차별' 문제도 손보겠다고 했다”면서 “국가안보 분야를 제외한 각종 기업 지원정책을 외자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정부조달과 입찰 과정에서 공정경쟁 심사를 강화하며, 온라인 권리침해 신고 체계를 구축해 외자기업의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것”이라 밝혔다.
링지(凌激·Ling Ji) 상무부 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제조업 분야 외국인 투자 제한은 이미 모두 철폐됐다"며 "이제는 시장 진입이 문제가 아니라 영업 허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문은 열렸지만 작은 문은 닫혀 있는 상황'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문턱은 낮췄지만 실제 영업 단계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이 여전하다는 점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글로벌타임스는 “투자 편의성 항목에는 외국 기업의 중국 기업 인수합병(M&A) 관련 규정 개정과 데이터 국외 이전 규제 완화 방안이 담겼다”며 “자유무역시험구를 중심으로 산업별 데이터 반출 규칙을 확대하고, 자동차·의약·항공 등 분야의 중요 데이터 기준도 새로 마련한다는 계획”이라 밝혔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측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경기 대응을 넘어 세계화에 대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도 강조했다”며 “한 경제평론가는 이번 행동방안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지원할 뿐 아니라 세계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며, 중국의 개방은 글로벌 투자를 촉진해 세계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평가했다”고 짚었다.
[메타-마누스 사건이 보여준 중국의 진짜 문제]
마누스는 중국에서 출발한 AI 기업이지만 이미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 문제를 이유로 거래를 문제 삼았다.
더 주목할 부분은 이 사안이 단순한 경제 규제 차원을 넘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관할하는 국가안보위원회 수준에서 검토됐다는 점이다. 외자 유치 부처가 "투자 환경 개선"을 약속하는 동안, 국가안보 라인은 외국 기업의 거래 자체를 뒤집고 있었던 것이다.
CNBC는 지난 12일에도 “중국 당국이 이미 완료된 거래를 되돌리라고 요구하면서 메타가 마누스 관련 조직을 해체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면서 “더욱이 중국은 최근 중국 자본·기술·데이터가 관련된 해외 거래에 대한 통제 권한을 확대하는 새로운 규정까지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한쪽에서는 데이터 국외 이전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데이터와 기술을 국가안보 문제로 규정해 통제를 강화하는 모순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외국 기업 입장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규제 자체가 아니다. 규칙이 언제, 어떤 이유로 바뀔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공장은 이미 베트남·인도·멕시코로 움직이고 있다]
베이징이 정책 문서를 발표하는 사이 현장에서는 이미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중국 제조업의 심장부인 광둥성 주강삼각주와 저장·장쑤성 창장삼각주에서는 생산라인 이전 움직임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광둥성의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해외 고객들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공급업체들에게 해외 생산거점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자제품과 의류, 가구, 완구, 가전제품 생산기지들이 밀집한 선전·둥관·광저우 일대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장성 원저우의 한 무역업체 관계자 역시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과 인도, 멕시코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에는 연구개발과 관리 기능은 중국에 남겨두고 생산시설만 해외로 이전하는 이른바 '중국+1(China+1)' 전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비용 절감 차원이 아니다. 미중 갈등과 공급망 리스크,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에 가깝다.
[내수 살리기가 막히자, 시선은 다시 외자로 향했다]
이번 외자 안정화 대책이 나온 시점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경제는 부동산 침체와 소비 부진, 청년실업, 지방정부 부채 문제 등 복합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직접 챙긴 것으로 알려진 내수 진작 전략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내수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외자까지 빠져나간다면 중국 경제가 의존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허리펑 부총리가 독일과 유럽을 상대로 경제 협력을 강조하고, 중국 지도부가 각종 국제회의에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개방이 아니라 신뢰다]
이번 외자 안정화 방안은 중국이 외자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외자가 중국을 예전만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과거 중국은 값싼 노동력과 거대한 내수시장, 안정적인 성장 전망을 앞세워 세계 자본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지금은 노동비용 우위가 약해졌고, 내수는 침체되고 있으며, 국가안보 논리가 경제 논리를 압도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지원 정책이 아니다. 언제든 규칙이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가능성과 신뢰다. 중국 정부가 아무리 새로운 개방 조치를 발표하더라도, 메타-마누스 사례처럼 국가안보 논리가 기업 활동을 뒤집는 일이 계속된다면 외국 자본의 불신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
결국 이번 15개 조치는 외자 유치 정책이라기보다, 중국 경제가 직면한 더 근본적인 문제, 즉 '신뢰의 위기'를 스스로 인정한 신호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